필자는 올해 대선 관전의 주요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윤여준 전 장관의 행보를 지목한 적이 있다.
이회창 대선캠프의 싱크탱크였던 윤 전 장관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 경선이 결판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정치권이나 정치부 기자 사이에서는 ‘장자방’으로 제법 이름이 난 사람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도 “윤여준 장관은 굉장히 멀리 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윤 전 장관은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지지할 경우, 당내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 까지도 염두에 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를 선택할까?
최소한 이명박 후보는 아닌 것 같다.
실제 윤 전 장관은 최근 자심의 홈페이지에 `이명박 돌풍`의 근원인 `CEO대통령론`과 관련, `기업은 약자를 보호하지 않지요.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죠. 국가는 약자를 보호해야 하죠. 중요한 포인트죠`라고 지적했다.
즉 대통령은 약자를 보호하는 국가경영을 해야 하지만, 기업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결코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
물론 필자는 윤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적에 100% 공감하는 바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기간 중 ‘CEO시장론’을 펼치며, 약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도록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서울시 흑자경영’의 실상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한마디로 소외계층을 철저하게 짓밟는 정책으로 얻은 성과일 뿐이다.
우선 그는 자신의 재임기간 중 뚝섬 상업용지를 비싸게 팔아 ‘땅장사’를 잘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서울시가 업체에 판 택지가격은 평당 5668만~7734만원이다. 이 지역은 주거와 상업 및 업무비율이 5대5이고, 용적률은 300~600%이다.
따라서 업체들은 땅값을 감안할 때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은 돼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평당 4000만원이라면 전국 최고 분양가이다.
만일 이 지역의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 수준에서 책정될 경우 강북은 물론 강남아파트 값을 자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처럼 서울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CEO 시장론’에 이끌려 크게 이윤을 남기는 땅장사를 한 탓에 서울 전역의 아파트가가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결국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그만큼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이 전 시장의 주요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 은평뉴타운의 실상은 어떠한가.
1997년 조합 설립인가 당시 이 지역에 한 필지라도 집터를 가지고 실제 살고 있던 원주민 798가구 중 실제 입주한 가구는 10%를 약간 넘는 82가구뿐이었다.
몇 평 안되는 땅 지분으로는 아파트 분양금을 감당하지 못해 떠난 이들이 태반이다.
결국 소수 부유층을 위한 ‘고품격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서민들을 거기에서 쫓아내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을 건설할 당시, 이 전 시장은 장애인들의 이동권리를 철저하게 무시했던 사람이다.
실제 휠체어를 타고는 이동할 수 없을 만큼 좁은 보도폭, 어디가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점자유도블럭, 하천으로 내려가는 그나마 몇 개 없는 경사로도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기에는 위험한 경사와 폭으로 청계천 어디를 둘러봐도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접근할 방법이 없다.
이 전 시장에게 있어서 장애인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장애인들이 지난해 서울시를 상대로 중앙지방법원에 청계천의 불법행위로 인한 장애인 이동권·접근권·문화향유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었겠는가.
이렇게 약자를 짓밟고 일어서 왔던 그다.
따라서 그가 CEO로서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 후보감은 결코 아니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가난한 사람, 못 배운 사람, 장애인, 노인 등은 단지 경쟁력을 약화사키는 요인으로만 인식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국가경영을 맡길 수 있겠는가.
어쩌면 윤 전 장관은 국가경영을 할 사람으로 산업화세대와 민주화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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