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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신드롬은 낡은 구지식인 몰락의 증거

공부하지 않는 지식인은 설 자리가 없다


<디워> 열풍보다 진중권 신드롬이 더 중요한 이유

진중권씨가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입장 정리글을 올렸다. 기존의 주장을 그냥 되풀이한 수준이다. 워낙 글이 길어, 일일이 인용할 수는 없고, 간단히 진중권씨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디워>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른바 심빠들의 맹목적 행태를 지적하고자 한다.

2. <디워>는 <킹콩>과 같은 할리우드 SF영화와 비교해도 서사구조의 완결성은 크게 떨어진다.

3. 미국영화는 막대한 자본력은 물론, 최고의 영화미학까지 갖추고 있어, 심형래 감독이 조지루카스나 스티븐스필버그와 경쟁할 수 있다는 건 과장이다.

진중권씨는 영화전문가가 아니다. 단지 씨네21이라는 영화잡지에 글을 기고할 뿐이다. 이점이 중요한 이유는, 그는 전체적인 한국영화의 구조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별 영화 하나하나를 다룰 때, 큰 방향을 고려해서 책임있는 발언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디워>를 비판하는 네티즌 댓글 수준의 문제의식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찌보면 진중권씨 논란은 <디워> 논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진중권씨는 이른바 진보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구시대 지시식의 악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일찌감치 자신이 소수자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모조리 악으로 몰아붙이는 현상을 진중권 신드롬이라 명한 바 있다. 이번에도 진중권 신드롬이 작동한 것이다.

그러므로 <디워> 논란으로 얻은 소득은 한국영화에 대한 것보다, 진중권 신드롬을 분석하여 한국의 지식계의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여론 악화 원흉은 네티즌이 아닌, 이송희일 감독과 김조광수 대표

진중권씨는 자신의 전문분야도 아닌 영역에서 네티즌과의 전쟁에 참전한 이유를 “나는 다수가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 속에서 발언의 자유를 빼앗긴 소수를 옹호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명백히 과장이다. 공포분위기? 대체 네티즌들이 누굴 암살이라도 하려 했단 말인가? 다시 강조하지만, 이 정도의 네티즌의 반발에 겁먹어서 글을 쓰지 못하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진중권을 포함해서, 모두 절필하기 바란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지식인상을 확립할 수 있다.

<디워>가 개봉되었을 때, 흥행몰이를 하면서 네티즌은 환호했다. 이는 얼마든지 대중문화에서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서태지 신드롬과 이효리 신드롬 때도 그랬고, 정도는 덜 하지만 <괴물>때도 열렬한 지지자들은 있었다. <디워>의 팬들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이송희일 감독과 김조광수 대표이다.

이들은 자신의 글을 블로그에 썼든 매체에 썼든 논란을 부추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평론가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닌 영화감독과 영화제작자들이다. 최소한 동료영화인의 영화가 개봉하는 시점에서, “이런 영화는 300편도 만들 수 있다”느니 “청계천 싸구려 미제 모방 토스트기계일 뿐”이라는 막말을 퍼부어댄 것은, 심감독을 영화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당연히 <디워> 팬들은 반발한다. 일반 네티즌들에게는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은 영화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권력집단으로 비친다. 더구나 한국영화계의 폐쇄성에 대해서라면 네티즌들도 언론을 통해 대충이나마 알고 있다. 영화인들이 똘똘 뭉쳐 비영화인 심형래의 영화를 폄훼하려는 의도라 의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전에 언론에서 <디워>에 대해서 부정적인 비평이 나왔을 때, 네티즌들이 집단적으로 반발을 했던가? 언론의 비판과 동료 영화인의 비판은 전혀 격이 다른 것이다.

그 뒤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홈페이지 다운되는 것은 서버의 문제로 순간접속자가 폭주하면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김조광수 대표가 자신의 패거리 동료를 돕기 위해 또 나타나면서, 논쟁이 더 커졌다. 물론 그래도 별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다. 이송희일 감독과 김조광수 대표는, 비평가도 아니고 언론인이 아닌 같은 창작인이면서 남의 영화를 밟아버린 것에 대해, 그 정도의 비난을 받을 각오는 되어있어야 했다.

오히려, 네티즌들의 화를 본격적으로 돋군 것은 진중권 본인 자신이다. 진씨는 “화해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100분토론 자리에 나섰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체 어떻게 그게 화해를 위한 토론태도였단 말인가? 본인 스스로도 성격이 싸가지없다고 밝혔듯이, 화해의 자리라면 성격 좋은 다른 사람이 나갔어야 했던 것 아닌가?

진씨의 100분토론의 도발 이후에 네티즌들이 반발했지만, 역시 큰 문제는 없었다. 공중파 토론회에서 그 정도로 도발했다면, 반박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진중권씨가 영화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고, 논리도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방송권력에 기대어, 마구잡이 막말을 퍼부어댈 수 있는 것도 권력의 억압 때문이다. 아마도 네티즌들 중 진중권씨보다 영화평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백만명이 넘을 거다. 이 사람들 입장에선 형편없는 실력의 진중권씨가 방송에 나갔다는 것 자체를 권력으로 보고, 이에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거다.

그러나, 진중권씨는 이를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회는 왔다는 듯이, 네티즌들을 폭도로 몰아 자신의 비논리성을 감추어버리는 데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수의 폭력에 희생당하는 순교자인양 행세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응집력이 없는 네티즌 100만명보다 진중권 한명의 영향력이 크다. 그럼 네티즌이 또 반발한다. 그러면서 악순환이 지속되고, 진중권씨는 힘도없는 네티즌을 다수의 권력으로 몰아, 저항적 지식인이라는 전리품을 또 챙기게 되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지식인은 설 자리가 없어진 시대

필자가. 진중권씨를 낡은 지식인의 악습을 되풀이 한다고 비판한 것은, 바로 이렇게, 진짜 제도와 권력에는 늘 침묵하던지 아첨하면서, 네티즌을 폭도로 몰아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이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대중이 평론가나 지식인을 뛰어넘는 시대가 왔다는 언론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평론가와 지식인은 일반 관객들과 영화를 접하는 위치와 태도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런 분석을 하는 것은, 네티즌의 수준만도 못한 지식인들이 <디워>와 관련해 너무 많은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식인, 특히 진보진영의 지식인은 전문분야를 개척하는데 게을리한다. 이론 하나만 서양에 가서 배워오면, 그것 하나 가지고 모든 영역의 문제에 써먹는 버릇이 있다. 진중권씨의 전매특허는 파시즘이다. 대중이 움직이기만 하면, 파시즘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파시즘은 권력과 관계가 없단 말인가? 파시즘이 현실이 되려면, 대중을 선동하는 거대한 권력의 기제가 있어야 한다. 참고로 진씨의 말대로 황우석 교수 건과 <디워>의 차이가 그 점이다. 황우석 교수 건은 사건 초기 시절에 청와대와 포털이 개입하여 집중적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이것은 기사화된 팩트이다. 그런데, 진씨는 이 당시에도 네티즌과 전쟁을 벌였지, 청와대와 포털의 개입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이번 사건은 정반대이다. 네티즌의 분노는, 영화계가 이상하게 패거리 권력을 만들어, 특정 영화는 띄우고 특정 영화는 폄훼하는 행위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 반대편의 영화가 <화려한 휴가>이다. <화려한 휴가>는 광주의 역사를 정치적,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측면이 있는데도, 영화계에서 찬양일색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이는 네티즌의 자발적 여론이 아니라, 그야말로 권력이 개입하고 있는 현상이다. 진중권씨는 이에 대해서 또 침묵이다. 설마 진씨가 심형래 감독을 히틀러 정도로 보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심감독은 그냥 성실히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영화인이지 사업가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동정심유발 정도의 선동은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래도 심감독을 히틀러로 묘사하겠다면, 유인택 대표와 김지훈감독 등 <화려한휴가> 제작진이 호남인을 선동하기 위해 얼마나 치사한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지, 그것부터 조사해보기 바란다.

진씨의 이러한 행태는 일반 네티즌에게 간파당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정치인이든 지식인이든 네티즌을 잔머리로 속여넘기기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되면서 죄다 걸린다. 진씨는 왜 늘 권력과 제도의 억압에는 입을 다물고 힘없는 네티즌만 적으로 몰아대는지, 이것이 간파되어 이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다.

애국심 버리자면서 스크린쿼터 사수 비판없는 진중권의 이중성

그리고 진씨의 일관성없는 논리도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진씨는 “한국영화도 잘못된 영화라면 보지 않아야 감독들이 잘 만들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런 진씨는 지난 해에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토론회 때, 영화계 대표적인 인물들과 토론회에 참여했다. <디워>에 대해 애국심을 버리라 한다면, <디워> 뿐 아니라 한국영화 전체에 대해 애국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고, 그럼 스크린쿼터 문제는 어떻게 되냐는 말이다.

특히 진씨가 국적에 관계없이 좋은 제품이라면 써야한다는 입장을 갖는다면 한미FTA로 상징되는 시장개방을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진씨는 늘 진보좌파계열의 영역에서 놀고 있다. 진씨가 시장개방이나 스크린쿼터로 이쪽 사람들과 충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 네티즌 입장에서는 <디워>와 네티즌을 잡으려고, 자신의 기존의 논리를 뒤집어버리는 야비한 지식인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진씨는 지금이라도, 스크린쿼터에 대한 입장을 공개해주기 바란다.

이런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작은 것 하나하나, 네티즌들에 발각되면서, 지식인의 권위가 추락하기 때문이다. 네티즌이 지식인이나 평론가를 우습게 보는 건, 그들로부터 배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네이버 지식인이나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거다. 그럼 더 실력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할 일이지, 자기 말 안 들어준다고 폭도로 몰아버리면 그게 지식인의 역할이란 말인가?

참고로 진씨의 오마이뉴스 글 한 편만으로 그는 영화를 전문적으로 논할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진씨는 필자가 할리우드 괴수영화와 비교하라는 주문을 받자 역시 피터잭슨 감독의 <킹콩>을 들고 나왔다. <킹콩>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킹콩>은 오래전에 스토리가 완성된 미국의 고전이나 다름없고, 이를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리메이크했다.

필자 역시 <디워>가 미국시장에 진출했을 때, 비교할 만한 영화를 아직 정확하게 찾지 못하고 있다. 영화산업구조, 멜로영화에 대해서라면 그간 공부를 하여 관련 법안까지 만들어본 바 있지만, SF영화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네티즌 수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아나콘다2>나 <에일리언 VS 프레데터>가 적당하지 않을까 추측하지만, 이와 관련된 글을 쓰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진씨도 <디워>에 대해서 글을 더 쓰겠다면, 공부를 좀 더 하기 바란다.

반면 필자가 미국의 SF영화에 대한 공부는 부족하지만, 오래전부터 미국영화 시장의 위기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조사를 해오고 있었다. 진씨 말대로, 미국영화가 자본력과 영화미학으로 난공불략의 요새가 아니라, 얼마든지 한국영화가 진출할 틈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공부하지 않는 지식인이 매체권력에 기생해 활동하는 것이야말로, 대중들에 지식인 혐오증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흉이 된다.

그래도 심형래 감독은 기존 영화계와 손을 잡아야 하다

마지막으로 심형래 감독이 조지루카스나 스티븐스필버그와 같은 감독이 되겠다고 발언한 것은, 그간 고생한 사람으로서, 뒤늦게 성과를 이뤄낸 자기 만족 정도로 봐주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심감독이 이를 이용해서, 정도에 넘는 수준으로 한국영화계 전체를 비하하기 시작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필자가 앞장서서 심감독을 비판할 것이다.

심감독은 <디워> 이전의 심형래가 아니다. 이제는 영화인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 주요인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훨씬 더 너그러워져야 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지금껏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는 악이라도 질러야겠지만, 누구나 알아주는 영화인이 되는 지금 시점부터는 오히려 영화계와 손을 잡고 한국영화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과 진중권씨의 방식, 과연 어떤 것이 더 소통과 화해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진씨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안타깝게도 진중권 신드롬은 전문성은 없고, 권력에만 기대어 출세하려는 낡은 지식인의 몰락을 위한 전주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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