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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대중 VS 골프대중, 진중권은 가짜다

대중의 해로운 욕망과 싸우는 게 진짜 진보


기관투자자 > 개인투자자 > 대한민국

주식이 대폭락한 모양이다. 굳이 ‘모양’이란 단어로 상황을 묘사한 건 별로 관심을 두고 싶지 않은 일이어서다. 그럼에도 몇 마디 거들어야겠다. 먹물 좀 먹고 책장 깨나 뒤적거렸다는 족속들이 어떤 경우에 대중과 싸워야만 하는지 강조하기 위함이다.

주가지수가 곤두박질하면 익숙한 광경들이 펼쳐지곤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개미들, 즉 소액투자자들이 증권거래소로 떼를 지어 달려가 증시부양대책을 정부당국에 요구하는 것이다. 편의적으로 이들을 ‘주식대중’이라 일컫겠다. 내가 비록 엊그제 신나게 까기는 했지만 한 가지 사실에 관해서만큼은 진중권과 완벽한 의견일치를 이룬다. 대중의 그릇된 욕망과 비뚤어진 탐욕은 인정사정없이 밟아버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대중의 그릇된 욕망과 비뚤어진 탐욕은 증권사 앞에서 내 돈 돌려달라고 악을 바락바락 써대는 주식대중의 반응에서 최고의 완성된 형태로 발현된다.

증권폭락사태가 발생한 적마다 분출하는 주식대중의 요구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 왜냐? 주식대중이 증시에 뛰어든 동기는 철저히 자기의 이득을 좇는 데 있다. 공동체의 이름으로 개인의 정당한 욕망을 억눌러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이는 욕망의 성취를 방해하지 말아야함을 의미할 따름이다. 사익추구에 실패한 개인이 지불하는 기회비용을 사회가 대신 부담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국가에게 고시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끔 소음공해를 단속할 의무는 있을지언정, 시험에 계속 낙방한 고시낭인들를 위해 그들이 지출한 학원비 및 고시원 방세를 보전해줄 책무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국가가 온라인 주식투자자들이 사용할 통신선 등의 인프라를 건설할 수는 있을망정 잘못된 투자선택을 보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더 중요한 고려요소는 주식대중 사이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다. 이를 학문적으로는 ‘이윤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라고 하더라.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나라 탓을 일삼는 주식대중의 못된 습성에 국가가 덩달아 부회뇌동해서는 절대 안 된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을 때 투자자들이 국세청으로 몰려와 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친 적이 있었던가? 다들 조용히 제 몫을 수확하기에만 바빴지. 이득은 입 닦고 제가 챙기면서, 손해는 국가더러 물어내라는 주식대중의 도둑놈심보에 비교하면 심형래 팬들과 황우석 지지자들은 천사고 인격자다.

따라서 국가는 주식대중의 손실을 메워주는 데에는 단 한 푼의 예산도 지출하지 말아야 옳다. 주식대중의 사적 손실을 나라 전체의 공적 손해로 사회화하는 행동은 국가가 특정집단을 대리해 나머지 국민들을 갈취하는 것과 똑같다. 이득을 제 것이라 우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손해도 자기 스스로 지는 버릇을 길러야 바람직하다.

골프대중은 주식대중과 비교해 수적으로는 훨씬 적다. 허나 폐해의 규모와 심각성은 통제가능한 수준이다. 욕을 먹어도 싸기로는 골프대중이 주식대중을 압도한다. 한없이 막장으로 치닫던 노무현 정권은 급기야 골프대중에 영합하는 막돼먹은 특권적 파퓰리즘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반값 골프장이란 기상천외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아무리 합리화를 시도한들 골프가 나쁜 운동임은 타이거 우즈의 전담캐디나 이해찬 핵심참모라 하여도 차마 대놓고 부인하지 못하리라. 가뜩이나 땅이 좁은 나라에서 소수 골프대중의 취미생활을 보장하고자 막대한 양의 비료와 농약을 뿌려가며 골프코스 외에는 별다른 쓸모가 없는 잔디밭을 조성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도 매우 파렴치하거니와 경제적으로도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결국 정부가 분연히 전쟁을 선포해야 할 대상은 골프장 부족현상이 아니라 하늘이 두 쪽 나도 필드에서 골프채 휘두르고 말겠다는 골프대중의 비뚤어진 욕망이다.

골프대중의 그릇된 욕구를 다스리는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다. 골퍼들을 마약사범과 동일범주로 간주해 엄격히 단속하면 된다. 마약을 하고픈 인간의 일탈본능이 억제되는 연유를 찾기란 별로 어렵지 않다. 마약흡입이 적발될 시에 감수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불이익과 견줘 환각물질로 얻을 희열의 크기가 작다는 합리적 판단이 낳은 결과다. 골프를 즐긴 대가로 초래될 제재가 대폭 커진다면 어느 누구도 비싼 외화 처발라 감히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지 않을 터. 골프 친 공무원들을 엄격히 응징한 김영삼 정권 당시를 기억해보자. 골프 못 쳐서 죽겠다는 배부른 푸념은 공직사회 어디에서도 터져 나오지 않았다.

마약을 능가하는 해악과 중독성에도 불구하고 골프가 대한민국에서 유독 찬양되는 원인은 간단하다. 골프대중의 대부분이 한국사회의 지배계급이기 때문이다. 만약 코카인이 기득권계층의 오락거리였다면 우리는 지금쯤 박카스 사먹듯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게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가 국가사회의 지배적 이념으로 통용되는 것처럼, 파워엘리트의 스포츠는 시민사회의 파워스포츠로 대우받기 마련이다. 솔직히 따져보자. 비인기종목의 대명사로 불리는 핸드볼이나 필드하키 등록선수가 많은지, 축구와 야구와 동등하게 대접되는 골프선수가 많은지.

골프대중>>>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애국대중

진중권이 경멸받고 혐오돼야 마땅한 까닭은 그가 싸가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싸가기가 바가지기로는 나 또한 뒤지지 않는다. 관건은 진중권이 근본차원에서 전연 해롭지 않은 대중의 추상적 욕망과만 싸운다는 거다. 애국심이니 파시즘이니 하는 흥행이 될 만한 자극적 소재만 골라서.

반면 주식대중을 질타하는 것은 인기가 없다. 인기가 없을뿐더러 자칫하다가는 만인의 공적으로 낙인찍혀 생매장될 위험마저 따른다. 주식투자는 한나라당 지지자는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당원들도 한다.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단연 재테크에 열심인 세대는 다름 아닌 386세대다. 나름대로 진보적이라 자부하는 계층을 상대로 콘텐츠장사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진보라고 믿는 인간들이 실제의 삶에선 보수적 부류와 별 차별성이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 백해무익한 짓거리다. 그러므로 문화소비의 취향을 잣대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고 다수와 소수를 가른 다음 대중과 다툴 수밖에.

이런 맥락에서 골프대중 역시 척을 지면 안 될 집단이다. 조선일보 기자만 골프를 즐기는 게 아니다. 한겨레신문 구성원도 골프를 친다. 386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에 입성해 제일 먼저 배우는 기술이 골프다. 골프대중은 애국대중과는 다르게 뚜렷한 구체성을 권력의 토대로 지닌다. 추상적 대중의 전투수단은 인터넷 댓글이고, 구체적 대중의 무기는 신문편집권과 방송편성권이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순위결정권까지 쥐었다. 누구 힘이 셀지는 물으나마나다. 정부의 골프장 반값공급 정책은 법원에서 강간범한테 선고할 형량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꼴이다. 강간이든 골프든 강자의 쾌락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킨다는 점에서는 피차일반이다.

정 대중과 싸우기를 원한다면 정말 중대하고 영양가 있는 이슈로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어린이용 방학영화 한 편을 마치 거악의 본산인 양 뻥튀기해 대중을 계몽하겠다고 설치는 것은 매명목적의 얄팍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 진중권은 보수 취향의 추상적 대중과 투쟁하지만 국민원로는 반동적 욕망의 구체적 대중과 맞선다. ‘디 워’ 옹호자들을 비판하는 진중권의 어조가 점잖고 예의바르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주식대중과 골프대중을 맹렬히 때리겠다.

주식 오를 때는 대박 터졌다며 지들끼리만 흥청망청하다가 주가가 폭락하니까 불쌍한 척하며 정부에 대책 촉구하는 주식대중은 도둑놈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필드에 나가 오르가즘 만끽하겠다는 골프대중의 욕망은 강간범의 욕정을 닮았다. 주식투자자는 도둑놈이고 골프 치는 인간들은 강간범이다. 내 말이 틀렸으면 당신들도 방송국 윽박질러 TV토론회 열어라. 주빠와 골빠들이 떼거리로 덤벼들어도 전혀 무섭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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