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와 진중권 현상에 대한 논란이 자연스럽게 스크린쿼터 담론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워>에 대한 맹비난에 나선 진중권씨가 “안 되는 영화는 안 봐줘야 감독들이 잘 만들 것 아닌가”, “사장이 고생했다고 제품을 사주는 것은 안 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사 빅뉴스에서는 ‘디워’와 진중권 현상을 넘어 스크린쿼터 문제에까지 네티즌들의 논전장이 되고 있다.
특히, <디워>의 애국주의 비판과 스크린쿼터 사수 논리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는 아이디 ‘더워’의 논리가 돋보인다.
“1. 스크린쿼터는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해 국제협약으로 만든 제도이다. 그런 한도에서 문화영역에서의 자유무역을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
2.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해서는 스크린쿼터 말고도 예술영화, 독립영화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전용상영관 확충, 문화제 등의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다양성을 위해 스크린쿼터만이 대안이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스크린쿼터제도와 한국영화의 조폭, 멜로, 코믹 편향적인 생산은 관련이 없다.
3. '디 워'를 애국심에서 보는 행동(과 이를 자극하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스크린쿼터는 관객들에게 호소해서 한국영화가 재미없어도 억지로 봐달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년간 의무상영일수에만 극장들이 '한국영화'를 상영해주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할 영화는 스크린쿼터제 하에서도 소외당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논리도 만만치 않다. 아이디 ‘김민석’은 스크린쿼터 사수가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도대체 문화적 다양성으로 스크린 쿼터를 얘기하는 종자들은 뭘까? 그럴려면 스크린 쿼터말고 다국적 영화 상영제를 실시했어야지... 의무적인 상영일을 정해서 미국을 제외한 유럽, 동남아, 인도 등의 다양한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화하는게 훨씬 문화적 다양성에 입각한 거 아닌가?
스크린 쿼터는 그냥 자국 영화의 보호거든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자꾸만 문화적 다양성 다양성 하지마시죠. 어디 갖다 붙일게 없어서 문화적 다양성에다 갖다 붙입니까? 내가 아래도 말했죠? 고작 다양한 한국 영화가 조폭, 멜로, 코믹물이 80~90%를 차지합니까?“
이미 스크린쿼터는 한미FTA로 기존 40%에서 20%로 축소되어 지난 하반기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무려 70%를 기록하며 사상최대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 역시 극심한 흥행가뭄 속에 고전했지만 <디워>와 <화려한 휴가>의 선전과, 하반기 대작들의 개봉예정으로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쿼터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차피 6년 연속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60%가 넘어설 전망인데, 40% 쿼터제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또한 타산업의 통상문제와 연계되는 스크린쿼터제 대신에, 차라리 자발적으로 국민들이 한국영화를 봐주는 여론을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진중권씨와 영화계 등 <디워> 비판자들은 자국 영화를 의도적으로 봐주는 것은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파시즘이라 비판하는 바람에, 이에 대한 논리적 충돌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만약 자국 영화 보호가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한 영화에 대한 스크린수 제한제와, 시장의 90%를 점유한 한국과 미국 이외의 아시아 등 제3세계 영화 쿼터제가 훨씬 더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스크린수 제한제와 제3세계 영화 쿼터제에 대해서는 스크린쿼터 사수와 달리 영화계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있다. 스크린수 제한제는 CJ, 롯데시네마 등 대형배급사와 극장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이고, 제3세계 영화 쿼터제는 오히려 한국영화산업에 불리하다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스크린쿼터 사수가 문화다양성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영화계 주류의 밥그릇 투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또한 만약 <디워>가 미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무작정 스크린쿼터 사수 진영에서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는데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 대자본의 미국영화와 경쟁할 수 없다는 논리가 빈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스크린쿼터는 20%로 확정된 마당에 이 논쟁이 이어진다면, 제도의 변화보다는 수세적으로만 한국영화계를 이끌어온 기존 영화계의 주류세력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