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다운받은 네티즌 고소에서 제외
한나라당이 이른바 박영선 인터뷰 동영상에 대해 제작자와 유포자를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고소한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UCC와 인터넷에 대한 한나라당의 탄압이라는 것이다. 특히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은 네티즌까지 고소하겠다는 입장 탓에, 네티즌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홍준표 의원이 네티즌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번 박영선 인터뷰 동영상건은 여러 가지 측명에서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다. 우선 필자는 일찌감치 정치 관련 UCC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댓글이나 게시판 글과 달리, UCC 동영상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만들게 된다. 그러다보니 말이 UCC이지, 선거 관련 동영상은 대부분 대선 캠프에서 만들 우려가 크고, 여론조작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박영선 동영상 건도 마찬가지이다. 이 동영상은 일반 네티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정동영 캠프에서 운영하는 불똥닷컴에서 제작한 것이다. 한 마디로, 순수한 네티즌이 아닌 정치인들이 만들어 유포시킨 것이다. UCC가 일반 사용자가 제작했다는 의미라면, 박영선 동영상은 UCC와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이 제작자를 고발한 것에 대해, 마치 일반 네티즌의 여론을 탄압한 것으로 몰고가는 일보 진보 언론들의 비판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BBK 관련 박영선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런 박영선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동영상 제작자를 고소했다는 것은 박영선 의원에 대한 고소의 연장선이다. 그리고, 선거 때가 되면, 원래 양 캠프에서 고소고발이 잇따라는 법이니, 불똥닷컴의 고소도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유포자와 이 동영상이 링크되어있는 판도라TV와 네이버 등 UCC 포털 업체의 책임이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삭제할 수는 없고 선관위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오늘 한나라당에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통보했다. 그렇다면 판도라TV와 네이버는 선관위의 입장에 따라 삭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선관위와 달리 경찰이 위법성을 인정한다면, 포털사들 역시 이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만약 포털사가 끝까지 이 동영상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포털사 역시 민형사 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투브닷컴도 결국 한국법을 따라야 한다
두 번째는 동영상 유포자에 대한 문제이다. 이 동영상은 국내 포털사가 아닌 유투브닷컴이라는 미국 사이트에 업로드했다. 이는 불똥닷컴에서 해외사이트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미국 야후에서 나찌 찬양 기념물이 거래되는 것에 대해 프랑스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프랑스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했다. 그리고 미국 야후는 결국 프랑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야후가 프랑스 법원의 판결에 따른 이유는 프랑스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는 세계 어느 곳에서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지만, 그 사이트로 영업을 하려면, 일단 어느 한 곳에 법인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현재 유투브닷컴은 구글이 소유하고 있다. 구글이 아직까지 국내 법인을 만들지 않았다. 고로 한국 법원이 유투브닷컴에 삭제를 요청해도, 굳이 구글이 이를 따를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만약 구글이 국내에서 법인을 세워 영업에 나선다면, 이렇게 버틸 수 없다. 유투브가 미국 사이트라 하더라도, 구글의 국내 법인이 국내법에 따라 영업한다면, 최소한의 준법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국내 UCC업체들이 “선거법 때문에 해외 UCC 사이트에 유저를 다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나, 장기적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어차피 선거 관련 UCC 중 일반 네티즌이 만든 것이 없다. 거의 다 정치 캠프의 홍보물이다. 그러니 선관위가 UCC와 네티즌을 탄압한다는 것은, 상업 사이트 운영자들의 변명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고소에서의 논란이 되는 것은 유포자에 대한 것이다. 유투브 동영상을 각각의 언론사나 정치웹진 사이트에 링크를 건 네티즌들은 유포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의 경우 콘텐츠 제작자보다는 유포자가 더 빈번히 처발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유포자 전원을 처벌하겠다면 최소 수백명 정도가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만 따지면 한나라당의 조치는 정당하지만, 모든 것이 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네티즌 입장에서는 박영선이라는 국회의원이 직접 발언하고 있는 동영상의 진위여부를 정확히 가릴 수 없다. 그냥 민감한 내용이 있으므로, 더 많은 네티즌에게 알리려 했을 뿐이다. 공당이 이런 네티즌까지 처벌하겠다고 나선다면, 인터넷 상의 형사정책이 심각하게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고로 한나라당이 이를 세련되게 처리하려면, 제작자 불똥닷컴 운영자와, 이를 게재한 포털사이트 및 언론사 게시판 운영자들로 고소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나 판도라TV와 같이 정치적 이념이고 뭐고 없이 돈만 벌면 되는 상업사이트들은 경찰 수사 진행에 따라 동영상을 삭제할 것이다.
언론사와 정치웹진 운영자들은 스스로 판단하라
반면, 최소한의 가치판단을 하고 있는 정치웹진과 언론사 사이트 운영자들은, 스스로 법적 판단을 하여, 동영상 링크를 차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 역시 일반 네티즌이 아니라 정치웹진과 언론사 운영자들 역시 스스로의 행위에 공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공인이다. 이런 정도 사람들이라면, 한나라당의 고소가 있더라도,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빅뉴스 운영자로서, 나 개인의 판단으로는 이미 국회 기자실에서, 온갖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박영선 의원의 동영상 정도는 크게 문제삼을 것 없다고 본다. 국회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 온갖 비난을 퍼붓고 있고, 이를 모든 언론사가 기사화하고 있는데, 동영상 하나 더 돈다고 뭐 그리 문제가 되겠는가.
고로, 만약 한나라당이 언론사와 정치웹진 운영자까지 모두 고소하겠다면, 빅뉴스 운영자인 필자도 고소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현재 빅뉴스는 선관위의 조치에 따라 모든 게시판과 댓글을 막은 상태라, 박영선 동영상이 올라올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올라온다면, 운영자 자체의 판단에 따라, 경찰수사가 확정될 때까지는 삭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만약 한나라당 측에 있었다면, 고소의 범위를 대형 상업적 포털과 동영상 제작자로 좁혔을 것이다. 링크를 건 네티즌 전체와,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고 있는 언론사나 정치웹진 운영자까지 고소 대상으로 삼는 건, 쓸데없이 문제만 키우는 것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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