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대의 현실을 보면 독특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계, 학계, 경제계, 언론계, 문화계 등을 통틀어 386 세대 밑의 새로운 세대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90년대 초반 그토록 개성과 창의력이 넘쳐난다는 신세대들이 정작 한창 활동을 할 30대에 이르렀는데도,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제 40이 넘은 386 세대가 30대였을 때, 이미 그 세대는 각계각층에서 리더의 지위에 올라서 있었다. 대표적인 386 주자인 임종석 의원은 2000년 35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치를 이끌어 나가게 되었고, 68년생인 ‘다음’의 이재웅 대표는 99년, 32세의 나이에 자신의 회사를 코스닥 등록에 성공시켰다. 문학계에서는 공지영을 비롯한 386 세대가 일찌감치 90년대 문단의 흐름을 주도했고, 영화계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이 30대 초반부터 기대를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대부분 사회의 주류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통상적으로 90학번 이후 세대를 칭하는 신세대의 현실을 보자. 한나라당 국회의원 2선에 도전하는 김희정 의원 한 명만이 뛰고 있다. 그러나 32살 때 초선에 당선된 386세대의 대표주자 김민석의 당시 영향력과는 비할 수 없이 초라하다. 경제계는 1974년생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만이 코스닥 등록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1977년 생인 현대그룹 장녀 정지이는 전무 발령을 놓고 초고속 승진에 대한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윗세대인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29살 때 아무런 문제없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계와 학계의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하다. 67년생인 이동진 전 조선일보 영화전문 기자는 20대 때 개인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반면 30대 중반을 넘어선 70년대 생 기자 중 개인칼럼란을 운영하는 기자는 없다. 386세대 지식인 그룹이 30대 초반에 자신들의 좌파 이론으로 여론을 형성한 데 비해, 역시 그 이후 세대는 학계에서 아무런 두각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정계, 재계, 언론계, 학계에서 신세대는 사실 상 전멸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세대의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세대는 아예 기회 자체를 잡지 못하고 있다. 386이라는 거대한 인맥 네트워크에 막혀, 자기 길을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0대가 이런 수준이니, 그 밑의 20대의 진로가 불투명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대 사회는 소프트파워의 시대라 불린다. 인터넷 등 IT와 대중문화가 사회의 영향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영역에서는 신세대 그룹의 이해도가 앞세대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세대들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한국사회의 세대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되어있다는 방증이다.
산업화 세대든 386세대든, 지역과 학연이라는 한국사회 패거리 문화로 공공히 묶인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탐하기 위해, 밑에 세대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 변희재
* 계명대 신문사 기고글을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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