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찾기 열풍 속 한편에선 장롱 속 금 내다팔기 행렬
경제사정 악화도 금 파는 원인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금값이 비싸지면서 미국에서 160년 만에 새로운 '골드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금을 찾아 산과 계곡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그동안 갖고 있던 금 장신구 등을 파는 사람들이 늘어나 장롱 속의 금이 바깥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금값이 최근 온스당 1천 달러를 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면서 금 찾기 열풍과 금 팔기 바람이 동시에 벌어지는 신(新) 골드러시 현상을 5일 소개했다.
◇ 금 찾기 열풍 = 신문에 따르면 비싸진 금 가격과 새로운 여가활동의 바람 속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금이 많았던 서부지역의 계곡과 산으로 금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며 현대판 골드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948년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에서 황금 발견으로 골드 러시가 벌어진 이후 160년 만이다.
미국 금 탐사자 협회의 코리 루돌프 국장은 "과거에 금이 발견됐던 곳이라면 어디라도 사람들이 다시 찾아가고 있다"고 금 찾기 열풍을 소개했다.
금 탐사자 협회에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은 4만 5천 명 이상으로 늘어나 몇 년 전에 비해 40% 가까이 늘어났다.
금 찾기 열풍은 과거 골드 러시의 중심지였던 캘리포니아는 물론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대형 금을 찾았다는 얘기들이 있는 알래스카의 유콘강 등에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속 탐지기나 사금채취통 등 금을 찾는 장비를 파는 가게들도 호황이다.
강에서 사금을 채취하는 것 뿐 아니라 과거 금광에서 버려진 잔재 속에서 금을 찾아보려는 사람들도 늘어나 이들은 첨단 금속탐지기 등을 갖고 산으로 향하기도 한다.
금 탐사자들은 커다란 금을 찾겠다는 희망 속에 동호회 등을 통해 금을 찾아낸 이야기 등을 나누며 기쁨을 공유하기도 한다.
몇 년 전 동전 크기만 한 금 원석을 찾아냈던 패트 푸트남 씨는 "금을 찾아낸 것에 비견할 만한 것이 없다"며 금을 발견하는 기쁨을 설명했다.
그러나 여가활동으로 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예 금 찾기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생활이 쉽지 않는데다 금 찾는 일 자체가 중노동이기도 하다.
또한 금 찾기 열풍으로 산이 황폐화되고 강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져 최근에는 금 찾기에 따른 환경영향이 파악될 때까지 강 바닥의 준설 허가를 중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 장롱 속 금 내다 팔기 행렬 = 금값이 오르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금을 내다 파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보석가게 주인인 조지프 그룬버그 씨는 "금이 장롱 속에서 나오고 있다"며 "그의 고객 중에는 3만 달러짜리 금시계를 파는 부유한 사람들도 있지만 집 임대료에 보태기 위해 오래된 금반지 등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이 금을 파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대부분의 금 장신구나 보석에는 대대로 물려받거나 기념일에 선물로 받은 것과 같은 사연이 있어 이를 파는 것은 곧 추억이나 감성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운 경제상황은 사람들에게 돈 때문에 추억까지 팔도록 만들고 있다.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기념주화 수집을 30년간 해온 리타 월레스(50)씨는 주화를 팔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지만 실직한 상태에서 금값이 최근 급등하자 결국 일부를 팔아 5천 달러를 받았다.
자신에게 소중한 금을 내다 파는 것은 개인에게는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일부 보석상 등은 술과 음식 등으로 이들을 위로하는 골드 파티를 열어 주기도 한다.
루이지애나에서 보석상을 경영하는 마이클 무렛씨는 "자신이 팔려는 보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울기도 한다"며 금을 파는 사람들의 복잡한 심정을 설명했다.
한편 자신이 진짜 금이라고 생각했던 귀중품을 팔려고 하는 과정에서 보석상의 감정을 통해 도금한 것이나 가짜로 판명돼 당혹해 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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