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경선의 선두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8일 또다시 인종 논란의 입방아에 올랐다.
20년간 자신의 영적 스승으로 지내온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가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자신의 '갓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 발언은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미국 언론을 상대로 정면 반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라이트 목사는 CNN 등 주요 방송이 생중계한 연설에서 언론과 정치권이 자신의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전달해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은 "제레미야 라이트 개인이 아니라 흑인 교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라이트 목사는 또 "나는 6년간 군인으로 복무했다. 그러면 애국자인가? 딕 체니는 몇 년 복무했나?"라고 반문하며, 자신의 애국심에 대한 공세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트 목사는 또 흑인을 억압하는 미국 사회는 하느님의 책망을 받아 마땅하다며 자신의 설교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거두절미한 일부 발언만 보고 부당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상업 언론들은 자신이 대통령 출마라도 한 듯이 떠들고 있지만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오바마도 정치인의 입장에서 해명하고 있지만 자신은 일생을 하느님을 위해 일해왔으며 성직자로서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 목사는 전날에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1만 명이 운집한 전미유색인발전협회 연설을 통해 자신은 미국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했을 뿐 분열을 꾀하는 종교지도자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라이트 목사가 이처럼 대규모 군중집회와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을 통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적극 해명에 나서는 것이 가장 곤혹스런 사람은 다름 아닌 오바마다.
인종문제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오바마는 라이트 목사의 '갓댐 아메리카' 발언 파문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었으며 지난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배한 주요 원인도 라이트 목사의 발언이 현지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계속 유포됐기 때문으로 꼽히고 있다.
경선 승리를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해야 하는 오바마로서는 인종 문제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피한 채 라이트 목사의 발언 파문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입장.
하지만 라이트 목사가 이 처럼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고 나섬에 따라 "라이트가 다시 민주당 경선의 중심에 섰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라이트 목사의 미국 비하 발언으로 오바마는 올 가을 미국 대선 승리를 위해 아주 중요한 백인과 중산층 유권자들의 지지에 타격을 입었으며, 라이트 목사가 이처럼 적극적인 해명 행보에 나섬에 따라 "오바마 비판자들에게 더 많은 공격의 빌미를 줄 것 같다"고 AP는 분석했다.
특히 오바마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에 인종문제가 여전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 가을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일축하는 등 인종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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