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중재계회의서 제안.."중국기업 한국에 투자해달라" 요청
(베이징=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와 원자재 가격급등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한국과 중국이 주도해 '동아시아경제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고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중국 재계에 제안했다.
조 회장은 28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에서 양국 재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4차 한중재계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역외의존도를 낮추고 역내시장을 확대 발전시켜 미국이나 유럽 의존에서 자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역내 교역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산업기술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세계 생산과 교역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19억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면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버금가는 세계 3대 경제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경제공동체 형성에 있어서는 투자 확대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으나 최근 중국의 투자환경 변화는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중국의 노동법 개정, 외자기업 우대철폐 등 정책변화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노동, 환경, 조세 등과 관련한 새로운 법제가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조 회장은 "한국의 새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소개하고 "중국도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이런 기회를 활용해 한국에 대한 투자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양국간 협력 분야도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 등 서비스 분야와 에너지, 자원, 환경분야로 더욱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국기업연합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중국 경제정책 변화와 향후 전망', '주요 산업 및 부문별 협력방안' 등 2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양국 경제인들의 주제발표와 코멘트,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푸청위(傅成玉) CNOOC 총경리(사장), 주지민(朱繼民) 쇼우깡(首鋼)총공사 회장 등 중국측 발표자들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 중국의 신노동법 시행에 대해 "일정기간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한 규정은 경제발전에 상응하는 노사관계의 안정과 근로자 복리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기업으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제 중국에서 저렴한 인건비만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재계 인사들은 "한국의 앞선 개발능력과 노하우, 중국의 생산능력을 결합하면 양국이 윈윈하는 협력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양국이 모두 필요한 해외 에너지 개발, 대체.청정에너지 산업, 환경,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이 같은 협력의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측 인사들도 전적으로 견해를 같이 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한중 양국 기업들이 자원개발 등 에너지 산업 전반에 관한 전략적 제휴, 공동투자 등을 통해 상호협력하면 규모의 경제는 물론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조선산업 세계 1, 2위인 한국과 중국이 효율적인 업무 분담을 통해 출혈경쟁을 피하고 선박기자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교류.협력하며 선급, 기술표준, 리서치 등 분야의 협력도 가속화해 양국 경쟁력을 함께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법인세 인하, 규제 철폐, 노사관계 선진화,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 등의 한국의 기업환경 변화를 소개하면서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회의를 마친 한국 대표단은 중국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 ▲중국 원전시장에의 한국 기업 참여 확대 ▲중국 기업의 한국투자 확대 ▲기업소득세 단일화 등 외자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보안대책 등을 건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측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이원태 한중우호협회 부회장(금호고속 사장),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중국측에서는 왕쫑위(王忠禹) 중기련 회장, 주지민 쇼우깡총공사 회장, 푸청위 중국해양석유총공사 총경리, 왕지밍(王基銘)중기련 부회장 겸 SINOPEC 고문, 왕용지엔(王永健) 북경연산 석유화공유한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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