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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나훈아씨를 펜대로 죽이지 않았다"

노대통령 자살, 언론 책임론, 나훈아 언론보도 진실


* 주간 미디어워치 12호 기사입니다.


노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도에 대해 언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사례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노대통령의 측근은 안희정, 유시민 등등이 끊임없이 “언론이 노대통령을 죽였다”는 발언을 하고, 이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언론책임론은 확산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 전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가수 나훈아씨 괴담에 대한 언론 책임론이다. 가수 나훈아씨는 2008년 1월 25일 400여명의 기자들이 참여한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분들의 펜대로 사람을 죽인 것입니다”라고 발언, 국민들의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언론은 공개적으로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렸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언론이 이토록 무차별적으로 비판받을 만큼 보도에 큰 과오를 저질렀을까?

가수 나훈아씨의 괴소문에 대한 기자회견으로 언론 전체가 없는 사실을 취재확인도 없이 마음대로 갖다 쓰는 족속으로 전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는 언론의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다. 연예 기사, 특히 연예인 사생활에 대해서는 지금껏 언론이 흥행을 위해 일단 설부터 퍼뜨려왔다는 데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연예인들의 신상이 인터넷을 통해 그대로 공개된 연예인 X파일 사건 이후, 그리고 스포츠신문의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면서, 나름대로 연예언론이 자성하며, 조금씩의 개선의 노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포털사에 단골로 떠오른 이른바 'A양 기사'도 거의 사라졌다. 댓글로 인해 실명이 바로 공개되어버린 폐단에 대해서 기자들도 인식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나훈아씨 괴담은 언론과 기자들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여러 가지 정황 상 다른 요소가 개입된 측면이 있었다. 이 건은 기자들이 기사 쓰기 이전부터 인터넷과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괴소문으로 널리 퍼져있었던 건이고, 이 때문에 경찰이 내사까지 벌인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나훈아의 콘서트 돌연 취소, 언론은 취재했다

나훈아씨의 잠적설이 처음 나오게 된 계기는 2007년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잡혀있던 세종문화회관 콘서트가 갑자기 취소되었던 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보도를 살펴보면, 10년간 연속 세종문화회관 콘서트 공연을 하다 돌연 취소한 것으로 나온다. 나훈아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콘서트를 담당한 공연기획사에 취재 한번만 해보면 “이미 공연할 생각이 없었는데, 공연기획사 측이 혹시 마음이 바뀔까봐 대관해놓았기 때문에 대관된 지도 몰랐다 ”라는 점을 손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스포츠칸,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등 연예언론은 나훈아씨의 말대로 공연기획사를 취재하여, “개인적 충전을 위해 잠시 쉬겠다”는 발언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SBS 한밤의 TV연예는 "취소된 게 아니라, 이게 말이 커졌는데 어차피 저희가 매년 하는 줄 알고 저희가 스케줄 때문에 대관을 잡아놨었다가 올해 스케줄을 좀 쉬시는 것"이라며 나훈아씨의 콘서트 담당의 멘트를 따기도 했다.

문제는 아무리 개인적 충전이라 해도, 10여년 간 연속으로 해온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취소한 바로 그 개인적인 이유에 대해서 나훈아씨의 직접 해명을 못 들었다는 것이다.

나훈아는 공개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자신의 활동을 위해 아라기획이라는 1인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나훈아씨는 활동 중단과 함께 이 아라기획을 해체시켰다. 그러니 이때부터 그 어떤 언론도 나훈아씨 측과 연락을 취할 수 없게 되면서, 정확한 활동중단 이유를 취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훈아씨 측으로서는 공연기획사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받아적으면 될 것 아니냐 주장하지만, 대한민국의 연예판이 지금껏 그렇게 돌아간 게 아니라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예기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연예판에서 소설이 소설로 끝난 적도 있지만, 소설이 현실로 입증된 경우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설경구씨와 송윤아씨의 열애설 역시 설로 돌다 사실로 입증된 바 있다.

본인으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연예계에서 괴소문이 돌게 된다. 그리고 이는 몇몇 연예매체의 보도가 아니라, 기사와 관계없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유포되었다. 심지어 여의도 국회의 보고서나 증권가 정보지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국회나 증권가는 연예언론의 기사 하나 보고 정보를 취득하는 곳이 아니다. 수많은 정보, 특히 괴정보가 모이며, 이것들이 취사선택되어 정리된다.

부산 검경의 내사에도 소극적이었던 나훈아?

나훈아씨에[ 대해서는 그 이후부터 이혼설, 중병설, 야쿠자 폭행설 등등 수많은 괴담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기 시작한다. 이것이 2007년 10월부터 집중적으로 대중에 유포되었고, 인터넷상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2007년 11월 22일경부터, 연예언론들은 나훈아 괴담설을 보도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필자가 검색해본 그 어떤 기사에서도, 괴담의 공동 피해자였던 김혜수씨와 김선아씨 등을 언급하던지 아니면 글래머 K양을 지칭한 내용을 담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스포츠칸 등은 직접 부산병원에 확인하여, 입원설, 중병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밝혀주었다.

이 당시의 언론보도의 전체적인 논조는 나훈아 괴담설이 근거가 없으나, 소문이 끊임없이 퍼지고 있으니, 나훈아씨가 직접 나서 해명하는 것이 의혹해소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의혹은 겉잡을 수 없이 퍼지는데, 당사자의 해명이 없을 때, 언론은 그때 그냥 침묵해야하는가, 뭐라도 써서 당사자의 해명의 필요성을 알려야 하는가. 당연히 후자이며, 모든 언론이 완벽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훈아씨 사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7년 12월에 접어들면서도 나훈아씨의 해명이 없자, 결국 부산검경이 내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이 기존의 소설성 스캔들 기사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A양하고 B군하고 사귄다고 해서 언제 검경이 내사한 적 있는가? 검경의 내사까지 들어갔다는 점은 괴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버렸고, 나훈아 측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연예 소문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 KBS 뉴스까지 취재에 나서게 된 계기도 바로 부산검경의 내사였다.

그리고 1월 20일 경, 부산 검경은 나훈아씨의 괴담이 실체가 없다는 점을 밝힌다. 그런데 부산 검경조차 나훈아와 쉽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조차 연락을 할 수 없는 사람을 기자가 취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KBS ‘연예가중계’는 1월 19일 방송에서 나훈아의 여동생과 매니저로 추정되는 사람을 취재했으나, 이들 모두 응답을 피했다. 검경의 내사가 끝나가는 시점에서조차 나훈아씨 측은 이상할 정도로 해명을 꺼린 것이다.

물론 젊었을 때부터 수많은 스캔들 기사로 피해를 본 나훈아씨의 언론에 대한 불신감이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나훈아씨는 기자회견에서 잠적설 보도 관련 “그냥 마음대로 쓰도록 놔둬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잠적설 보도는 팩트로 볼 때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10년 간 정기적으로 계획된 콘서트를 취소하고, 기획사를 해체하고 더 이상 연락이 두절된 상태를 국어사전적 의미로 ‘잠적’이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훈아씨 괴담 확산은 블로그의 영향력에 대한 한 기자의 인식부족 탓

나훈아가 기자회견에서 강력히 비판했던 글래머 K양 관련 언급은 정식 기사가 아니다. 한 기자가 블로그에서 사적으로 올린 글이 일파만파 번지며, 김혜수와 김선아가 해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것 역시 이미 동네 미용실만 가도 들을 수 있는 소문으로 파다한 것을 기자가 사적인 글로 올린 것에 불과하다.

물론 기자가 표현의 확장을 위해 기사가 아니라 사적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온당한 방법이 아니다. 현행 법상, 블로그 글도 해석의 기준에 따라, 인터넷뉴스로 취급될 수 있다. 특히 기자가 쓴다면 사실 상 이는 인터넷뉴스로 봐야 한다. 아마도 그 기자는 블로그 글에 대한 파괴력을 간과한 듯하다. 이는 기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블로그에만 올리면 무조건 자유로운 소통이라 호도해온, 진보적 미디어 전문가들의 무지 탓이 크다. 블로그에 쓰든 댓글로 쓰든 유언비어 유포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의외로 둔감한 연예기자 입장에서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쉽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블로그를 통한 1인 미디어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연예기자 뿐 아니라 다양한 기자들이 기사로 다 밝히지 못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곤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고가 터졌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의 KBS 아나운서 비판글이었다.

문기자는 이른바 컴맹이었고, 블로그의 파괴력에 둔감했다. 그는 거의 방문자가 없는 자신의 블로그 독자만을 대상으로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이 글은 진보좌파 매체를 통해 포털로 번지면서, 일파만파 확산되고 말았다. 문갑식 기자 역시 “대체 왜 나의 블로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 전체 네티즌에 읽히는가”라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갑식 기자는 결국 명예훼손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사고들이 터지면서 블로그가 개인 일기장이 아니라 하나의 공적 책임을 져야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나훈아 괴담론을 블로그에 쓴 기자가 이러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없었던 것이다.

나훈아씨 측의 보도자료 한 장이면 확인할 수 있었던 괴소문

지난 1년 여간의 나훈아 괴담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공연취소에 대해서, 정확히 공연기획사와 세종문화회관의 입장을 취재했다. 그들의 설명에는 나훈아씨의 직접 해명이라는 보강취재가 필요했다. 그러나 나훈아씨 측은 해명하지 않았다. 중간 중간 잠적설이 나왔을 때도 해명이 없었으며, 괴소문이 인터넷에 파다했을 때도, 검경의 내사가 시작되고 종결되는 시점에서도 해명이 없었다.
당사자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언론은 어떻게 해야되는가? 나훈아씨는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없어도 발로 뛰어서 확인했어야 한다”고 언론에 호통을 쳤다. 그러나 나훈아씨나 그의 매니저가 전화 한통만 똑바로 받아주었어도, 발로 뛸 필요조차 없는 사안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검경의 수사력 낭비도 할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취재는 물론 수사조차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면서, 기자들에게 취재하라고 지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훈아씨는 기사를 쓴 사람은 살해범, 따라 쓴 사람은 방조자, 안 쓴 사람은 방관자라 비난했다. 그러나 검색으로 검토해보니 살해범 수준의 기자는 없었다. 오히려 나훈아씨의 취재 불응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팩트를 찾아 소문이 거짓이라 알려주는 기사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력은 언급하지 않은 채 나훈아씨는 기사를 쓰지 않은 필자와 같은 방관자들에게조차 “왜 헛소문에 대해 해명하는 기사를 써주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그럼 오히려 나훈아씨가 대답을 해야 했다. 이미 KBS까지 나서서 주변인들에 대해 취재를 하고 있지만, 본인이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무슨 수로 해명기사를 쓴단 말인가. 10분이면 될 법한 A4 1매짜리 보도자료 하나 내놓을 수 없었단 말인가. 당사자인 나훈아씨가 나서기 전, 재빠르게 해명 보도자료를 낸 김혜수씨에 대해서, 그 이후에도(그 이전에도 없었지만) 유언비어성 기사를 쓴 기자가 있던가.

나훈아씨가 비난할 대상은 언론이 아니다. 오히려 나훈아의 말대로라면 해명할 가치조차 없는 사건을 내사까지 해버린 부산검경의 혈세 낭비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기사 하나 보고 내사를 결정하는 곳이란 말인가. 그러나 희한하게도, 그는 부산검경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비난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신문은 검찰이 내사에 들어가니까 심리적 압박을 받아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웃고 말겠다"라며 이를 또다시 언론비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언론은 그만큼 우습게 보이고 만만해진 것이다. 그리고 언론이 성찰해야할 점도, 근거없이 동네북처럼 얻어맞어도, "언론이 나쁜 놈들이지"라며 그대로 믿어버리는 국민적 인식이다. 왜 이런 상황까지 몰렸는지, 냉정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창, 언론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른바 연예언론은 나훈아씨로부터 살해범으로 몰렸으면서도 ‘나훈아의 카리스마 빛났다’, ‘나훈아의 후배사랑 아름다워’ 등등 온갖 나훈아씨 예찬기사를 쏟아내었다. 당시 KBS ‘미디어포커스’에서는 나훈아씨의 언론비판 기자회견을 그대로 내보내며 언론의 반성을 촉구했다. 놀랍게도 대체 언론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 따져 묻는 언론이 없었다.

노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언론책임론도 이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퍼지고 있다. 노대통령의 측근들이 언론책임을 주장하면, 진보좌파 언론에서 이를 그대로 인용하며, 사설과 칼럼으로 언론 스스로를 공격하지만, 대체 언론이 구체적으로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따져 묻는 언론이 없다. 이미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국민들은 “언론이 노대통령을 죽였지”라며 확신을 갖게 된다.

지금 언론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과 성찰이지만,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 언론이 반성하고 성찰해야할 부분은 뭐 하나라도 치열하게 따져들어가면서, 대체 무얼 잘했고 무얼 잘못했는지 밝혀내는 섬세함이다. 대한민국 언론은 바로 이러한 섬세함을 잃어버렸다. 섬세함이 사라졌기에 여론에 휩쓸려가고, 언론의 본연의 세상을 보는 창이 일그러지고 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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