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한진중공업 사태의 주역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구속처리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홍 대표는 13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한진중공업 업무방해 사건의 김진숙씨 영장청구 사건은 유감입니다”라며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노사관계 정신을 고려해 주었으면 합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이재오 의원이 12일 "300일 동안 고공 농성을 하고 내려온 김진숙씨를 도주와 증거인멸이 없다면 몸을 추스를 시간을 주고 구속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힌 것보다 한 발 더 나간 입장인 셈이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좌파진영의 김진숙 구속반대 여론선동을 의식한 것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좌파언론인 한겨레신문이 12일 사설 ‘“찜질방 가고 싶다”는 김진숙을 구속하겠다는 경찰’을 통해 “김 지도위원은 초인적인 의지로 309일을 견뎌내며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라면도 먹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바람이 이제 실현되는가 싶던 차에 경찰이 그를 구속하겠다고 나섰으니 모처럼 조성된 노사 화해 분위기를 깨뜨릴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 집행에도 눈물이 있어야 국민이 공감한다. 구속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찜질방에서 맘껏 몸을 지질 수 있게 하라”고 주장했고, 경향신문도 같은 날 사설 ‘살아 돌아온 김진숙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지 말라’를 통해 “한진중 노사합의의 핵심은 정리해고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잘못이 인정돼 원인이 소멸한 상황에서 잘못을 잘못이라고 했대서 처벌한다는 것은 사회상규에 어긋난다”며 “김진숙과 희망버스 참가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당장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다. 김진숙에 대한 영장 신청은 경찰이 여전히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홍 대표의 ‘김진숙 구속반대’ 표명은 바로 이 같은 좌파언론의 압력과 이로 인한 여론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겨레와 경향 두 기사 댓글 란에는 “김진숙 구속시켜야지 안 그러면 앞으로 시위대=땡깡족 낙인찍힌다.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구속시켜야” “인간적으로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법질서를 위해서도 사법절차는 당연하다고 본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끝까지 투쟁한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현 실정법에 저촉이 된다면 떳떳이 묵묵히 자신의 처신을 할 것으로 믿는다. 법집행에 어떠한 이유도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등의 구속을 찬성하는 댓글도 상당 수 있었다.
문제는 누구보다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앞장서 지켜나가야 할 여당의 대표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허무는 행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혐의를 받고 있는 김진숙씨가 만일 좌파진영의 상징적 인물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구속은 당연지사였을 것.
홍 대표는 오히려 ‘사회적 합의 운운’으로 불법을 저지르며 독선적 행태로 한진중공업 사태를 끌고 간 김진숙씨를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감싸는 행태에 따끔한 일침을 놨었어야 했다.
또 김씨가 크레인 고공농성을 풀면서 한진중공업 사태가 마무리되는 형국이긴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이번 합의로 인해 최악의 수주실적에도 불구하고 1년 안에 해고노동자를 재고용하고, 생활비까지 보전해줘야 하는 등 앞으로의 장래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노사합의라고는 하지만, 외부세력의 개입과 좌파단체, 정치권까지 나서 만든 사실상 강압적 결과로, 자율적 노사합의완 거리가 멀다. 사회전체로 볼 때, 한진중공업 사태가 끼친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당 대표와 의원 등의 잇따른 ‘김진숙 구속 반대’로 한나라당마저 다분히 정략적인 좌파진영의 ‘김진숙 영웅 만들기’를 거들고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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