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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볼모로 내세운 北에 속지 말라

3월15일 평양에서 날아온 편지

1946년 3월 15일. 남북이 분단 후 처음으로 이산가족 서신을 교환했다. 당시 남한에서 보낸 서신은 30만 2,209통이었고 북한에서 온 소식은 1만 5,760통이었다.

[김승근 독립신문 편집장] 한반도가 38선으로 분단되고 22일만인 1945년 9월 6일부터 서신교환은 사실상 끊어졌다. 특별한 남북의 합의가 아니고서는 서신조차 나눌 수 없게 된 게 그때 부터다.

당시 북한에 진주한 소련 군정은 해주우체국에 지시, 전신과 우편물 등을 남한에 보내지 못하게 하고 남한과의 전화통화도 차단했다.

남쪽에서 보낸 서신은 친인척의 안부를 묻는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인데 반해 북에서 온 서신의 상당수는 남한에서의 공산혁명을 부추기는 선전물이 주종을 이뤘다고 한다. 공산주의는 혁명을 위해서라면 사람들도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이 되는 대목이다.

이후 북측은 6.25 이틀전에 서신교환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결국 이산가족들은 2001년 3월15일 이산가족 서신교환이 이뤄질 때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생사를 모른 채 살아가야 했다.

그동안 가족들은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아야 했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다.

김일성의 야욕으로 시작된 6.25가 시작되고 약 50여년이 지난 다시 2001년 3월 15일. 갈라진 남북간의 서신교환이 이뤄졌다.

그날의 서신교환은 앞서 1972년 6월 남북 적십자회담 본회담 의제로 확정된 이후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줄곧 논의돼 왔으나, 그때마다 각종 정치적 문제와 어우러져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2001년 3월 15일 서신교환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남북은 2001년 3월 15일 오후 2시부터 45분여 동안 판문점에서 6.25 이후 처음으로 이산가족들의 애달픈 사연을 담은 서신 600통(남북 각 300통)을 교환했다. 당시 애틋한 사연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됐었다.

북측 이산가족들은 대부분이 남북이 분단된지 반세기여만에 처음으로 남측의 혈육에게 보낸 서신에서 그동안 가슴에 맺힌 그리움과 끈끈한 혈육의 정을 구구절절히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계속 서신교환을 이어갈 예정이었던 우리에 비해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더 이상의 제대로된 서신교환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시 10여년이 지나 2013년 3월 15일이 됐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지난 2월 기준 우리나라의 이산가족 생존자는 총 7만 4,844명이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무려 78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자 숫자는 줄어가고 있을 것이다. 생존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이 전체의 80%가 넘어간다.

전체 생존자 중 100세가 넘는 노인이 0.37%인 278명이었고, 90대도 9.48%나 됐다. 80대가 40.82%, 70대는 30.16%에 달했다.

그동안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해 왔지만 북측은 소극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은 2009년과 2010년 한차례씩 두 번 이뤄졌지만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이후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나 북한의 막가파식 도발로 남북경색이 진행돼 향후 변화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어렵다.

북한내 이산가족들 마음은 철저히 무시한 채 마치 우리의 절실한 요구에 인심 쓰듯 한 이산가족 상봉 및 서신교환에 피가 끓는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사과와 반성이 있다면 우리도 그들의 대화에 얼마든지 응해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철저한 안보가 바탕이 된 대북정책이다.

적극적인 정부의 자세가 요구되지만 무작정 손을 내밀 수도 없는 이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떠나 북한이 만약 이산가족 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우리가 응하지 않을 리가 없다. 물론 남북 이산가족의 서신이나 만남을 빌미로 어떤 흥정을 요구한다면 김정은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며 들어줘서도 안된다.

이제 북한에 남은 이산가족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체 인구가 우리보다 현저히 적을뿐더러, 평균수명이 우리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등에 관한 계속된 제안에도 뒷짐만 지고 ‘갑’인양 굴었던 북한을 규탄한다.

북한의 3대 세습은 나쁜 것만 더 강조되며 물려 받은 것 같다. 김정은은 앞서 그랬던 것보다 더 강하게 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산가족이 모두 사망하고 나면 북한과의 동질성과 한 핏줄이라는 의미는 한층 퇴색될 것이다. 20대 철부지 김정은은 이미 동포라는 생각을 접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북한 3대를 거쳐오면 나쁜 것만 배워온 김정은은 이산가족을 볼모로 잡고 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앞서보다 더 악랄하게 그들을 악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위기에 처한 김정은은 이산가족을 이용해 화해 제스쳐를 취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속내를 강하게 의심해 봐야하며 이성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과거 3월 15일에 날아왔던 편지 대부분이 북한의 공산주의를 설파하기 위한 선동적 우편물이 였다면 이제 날아올 우편물의 속셈은 그보다 더 검고 위험할 것일테다.

남북의 서신교환을 끊으며 사실상 이산가족을 이용해 한국의 대북정책을 유리하게 이끈 게 북한이다.

올해 김정은은 체제 유지를 위해 어떤 수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기껏 궁지에 몰아넣은 북한에게 어떤 양보도 말라. 감정적으로 쉽게 응해 북한의 손을 잡아준다면 그것은 통일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며, 반드시 후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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