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년전인 지난 1974년 3월 25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5기 3차회의에서 ‘美국회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조-미 평화협정체결을 요청한다.
[김승근 독립신문 편집장] 앞서 북한은 1963년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남북평화협정체결’을 우리에게 계속적으로 제의해 왔었는데 이젠 그 이름만 ‘조미평화협정’으로 바꿔 우리가 아닌 미국에게 협정을 맺자고 외친 것이다.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요청해 온 주한미군 철수를, 이름만 바꿔 미국에게 요구한 이유는 뭘까.
북한의 주장은 미국과 북한이 정전협정의 서명자일 뿐 아니라 실권을 가진 당사자이므로 미국과 북한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이때부터 사실상 우리보다 위에 있다고 스스로 판단, 협상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 핵이 없던 시절에도 그랬으니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마당이니 우리를 얼마나 내려다보고 있을까.
북한은 우리에게 실권을 가진 당사자가 아니라 말하고 있지만 사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분명히 남북한과 유엔참전 16개국 및 중국이다.
당시 한국전 참가 16개국은 유엔결의안 제84호에 근거해 UN군 통합사령부를 구성, 미군장성으로 하여금 사령관을 맡게 했고, 정전협정 문제도 국제법상의 관례에 따라 유엔군 사령관이 참전국을 대표해 교섭, 서명토록 했던 것이다.
또한 한국은 정전협정 제4호 60항의 규정에 따라 참전 16개국과 함께 교전당사자로서 전후 정전협정을 포함한 제반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제네바 회의’에 참가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틀린 것이다.
북한이라고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우리를 무시하고 더 위에 서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모든 협상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응할 리가 없다는 판단에서 미국에게 직접 제안한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미평화협정체결’에는 상호불가침서약과 쌍방간 무력증강 및 군비경쟁을 지양하고 한국 주둔 외국군의 조속한 철수와 외국군 철수 후 한반도에는 어떤 외국의 군사, 작전 기지화도 금지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북한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는 그들의 속셈만 드러낸 셈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1974년 평화협정 체결회담을 제의할 당시 ‘남조선에 있는 외국군대는 유엔군의 모자를 벗어야 하며 가장 빠른 기간내에 일체 무기를 갖고 모두 철수할 것’을 주장한 데서 분명히 드러난다.
결국 북한은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유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들의 협정체결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주한미군을 철수는 여전히 그들의 최고 과제다. 달라진 건 이젠 그 주장을 북한만 외치는 게 아니란 거다.
종북세력, 종북론자들이 열심히 주한미국 철수를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범민련 남측본부 같은 이적단체는 때가 될 때마다 미국을 욕하고 그들을 주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공작을 펼친다.
과거부터 이어온 반미운동은 끝도 없다. 이달만 해도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규탄 시위에 들어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등에서 ‘평화촛불캠페인’이라는 가면을 쓴 채 거리 농성을 펼쳤다.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펼쳐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 제재 대신 평화협상 시작!’이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우리를 지키기 위한 훈련을 두고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훈련이라고 외쳤고 평화라는 말을 넣어 자신들의 시위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나 추가적 조치 등에 대해 부당하다고 ‘각 계의 평화 의지를 모아 여론을 환기시키자’는 취지의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적단체와 북한이 외치는 ‘평화’라는 듣기 좋은 허울에 현혹된 이들은 미국을 악으로 규정하며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는 60년대부터 북한이 주장해 온 내용으로, 북한의 남침, 혹은 적화통일을 위한 제1과제다. 그들이 외치는 ‘평화’는 한반도의 공산화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공산국가가 천국인지, 지옥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면 김정은을 비롯한 특권계층이 누리는 사치만을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자문해보라. 21세기판 아우슈비츠 수용소인 정치범 수용소, 굶주려 탈영하는 군인들과 영양실조에 빠진 아이들. 세계 최빈국가의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 종교의 자유? 알 권리? 북한 주민에겐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 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그들이 외치는 ‘평화’가 극소수의 특권층만 누리는 것이라면, 거기가 과연 천국일까?
굶주리는 주민들을 뒤로한 채 군사력만 늘리는 김정은. 그들의 남침을 막고 공산화를 막아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주한미군이다.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미시적으로 접근해 해결해야 한다. ‘철수’와 같은 극단적 방안이 아닌 SOFA 개정 등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란 얘기다.
북한이 60년대부터 외쳤던 주한미군 철수. 이후 70년대부터는 우리를 무시한 채 미국에게 직접 협정체결을 요구했다.
만약 그들의 요구대로 협정을 체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호불가침서약을 외쳐놓고는 이를 먼저 깨고 연평도와 천안함 등을 공격한 게 북한이고, 쌍방간 무력증강 및 군비경쟁을 지양하자면서 핵무기 실험에 열을 올린 게 북한이다.
장담하건데 그 당시 조미평화협정이 체결돼 미군이 철수했다면 한반도는 지금 김정은 세상이거나 혹은 쌍방간의 전쟁으로 초토화 됐을 것이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계속적인 주한미군 철수 요구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수십년간 지상과제로 삼고 외쳐온 의미가 남침에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고 여기에 동조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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