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빅뉴스】김휘영의 문화평론=전 세계인이 기다리는 국제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의 음원이 공개되었다. 강남 스타일의 초대박 열풍의 후속곡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나름 들을만 하지만 실망감도 적지 않다. 물론 기네스 북에 등재될 정도로 최단 기간에 세계 최고의 유튜브 스타로 등극한 싸이이기에 하는 평가다.
중 저음 테크노댄스 곡으로 감동의 파장이 적고 아티스트로서의 싸이 고유의 개성이 사라져 중박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음이면 서정적인 감성이라도 어필되면 좋은데 그것도 상당히 미흡하다. 게다가 서정적인 감동은 네이티브가 아니면 매우 힘들다. 물론 이 중박 예상도 세계인의 발바닥을 뜨겁게 달궈놓았던 강남스타일의 온도가 다 식기 전에 발표한 후속곡이기에 예상가능한 기대일 뿐이다. 싸이의 후속곡이라 호기심에 관심이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생각보다 외국 비평가들의 시선도 미지근할 것 같다.
국적불명의 국제어 승부 무리수
‘알랑가몰라 왜 화끈해야 하는지‘에서 '알랑가몰라'는 마치 프랑스어처럼 들리도록 고려한 센스가 뛰어나고 뒷 부분 ’왜 화끈해야 하는지‘는 ’왜 박근혜(여)야 하는지’로 묘한 유포니를 만든다. 역시 센스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박근혜 대통령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도 묘한 느낌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무엇보다 ‘화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노래의 리듬은 막상 화끈하지 못하다. 게다가 그나마 외국인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마더빠더 젠틀맨‘은 마치 발음과 문장구사력이 채 완성되지 못해 옹알거리는 어린 아이들의 발성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대담하지 못하고 우물쩍거리는 댄스 리듬의 약점을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 참 안타깝다. 그나마 차라리 제목이라도 젠틀맨 보다는 '알랑가몰라(Alangamola)'로 하는 게 훨씬 나았다. 그러면 이 묘한 언어에 대한 발성과 호기심으로 가십(Gossip)성 화제 만발로 흥행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알랑가몰라?'를 영어로 표현하면 미국과 서구 유럽인들이 입버릇처럼 많이 쓰는 'You Know What?' 이 되니 정말 화제 만발 겸 매력 만점의 곡명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더빠더젠틀맨' 보다 '알랑가몰라'를 더 중독성있게 반복하는 음율구조였다면 참 좋았겠다. 이런 구조라면 엔딩도 '알랑가몰라? 알랑가몰라? 일랑가몰라?....'로 반복하면서 마치 네버엔딩 스토리가 연상되게 처리하는 방식도 권장된다. 이런 구조라면 중저음과 어울려 상당한 감성을 어필할 수 있다. 이런 효과는 '레너드 코헨'의 빅 히트곡 '아이 엠 유어맨(I'm your man)'을 연상해 보면 잘 알 것이다. 이런 식으로 히트를 하면 한국 사투리 '알랑가몰라'는 머지 않아 세계어가 되어 웹스터 딕셔너리에도 올라가는 영광을 안게 되었을 것이다.
싸이 고유의 개성 실종
싸이(Psy)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건 “잘 논다!“는 이미지다. 그래서 싸이의 노래를 듣다보면나도 모르게 ”질러!”가 약동한다. 설사 노래 실력은 부족하더라도 잘 놀려면 “소리 질러!”가 맥박친다. 이는 싸이가 대중에게 처음 사랑받았던 곡 챔피온의 가사, “챔피온, 소리 지르는 네가!”로 어필했던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강남 스타일의 가사 “헤이, 섹시 레이디~!”도 서양인들이 노래를 빙자해서라도 크게 한번 소리 질러 보고 싶은 유혹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새 곡 젠틀맨 속에서 소리 지르는 부분이 온데 간데 없다. 전혀 싸이답지 못하다. 한마디로 싸이 특유의 개성이 실종되고 말았다. 크라이막스가 없는 중저음 테크노 음향 위주라 제대로 흥이 나기에는 어중간한 곡이 되고 말았다. 이 리듬에 맞춰 클럽에서 춤을 추더라도 강남 스타일처럼 박진감과 리듬이 사방팔방으로 활짝 핀 율동이 나오기보다 ‘꿈틀꿈틀 흐느적 흐느적‘ 그야말로 굼벵이 댄스 스타일이 될 것 같다. 마치 준비운동만 하고 진짜 운동을 못한 듯 찜찜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이 점도 안타깝다. 차라리 챔피온을 뮤비로 잘 리모델링해서 강남 스타일의 후속곡으로 세계 시장에 내 놓았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표절 시비에 대한 우려만 없다면 이 곡은 충분히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는 곡이다.
롤 모델이 되어야 했던 ‘하렘 디자이어’와 '리틀 러시안'
사실 싸이가 대박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70~80년대 세계 클럽을 정복했던 런던 보이즈의 ‘하렘 디자이어(Harlem Desire)’나 미스터 지바고의 ‘리틀 러시안(Little Russian)’이 롤 모델이 되어야 했다. 이 두 곡 모두 각각 “하렘 디자이어!“와 ”리틀 러시안“이 마치 오늘날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후크 송처럼 경쾌한 리듬을 타고 반복된다. 이 두 노래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했으면 그 당시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를 마치 신앙처럼 숭배하며 그가 부른 곡들을 외워 부르는 데 온 열정을 다 바쳐 살았던 필자조차도 알고 있을까 싶다. 필자는 당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을 부르기 위해 하룻 밤에 푸쉬업 2천 회를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싸이의 신곡 젠틀맨을 듣고서 약간 아쉬워 유투브에서 ‘하렘 디자이어‘와 ’리틀 러시안‘ 동영상을 생애 처음으로 찾아 들어 보았다. 이중에서 리틀 러시안의 미스터 지바고는 싸이처럼 남성 솔로 가수인 데다 박수 유도를 즐겨 하는 싸이와 스테이지 매너까지 비슷하고 이 곡에 등장시킨 섹시한 댄스 걸들의 컨셉조차 현아를 등장시킨 강남 스타일과 빼닮았다. 이는 리틀 러시안과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인 열풍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걸 시사하는 듯 하다. 관심 있는 분들은 보기 바란다(http://www.youtube.com/watch?v=YFtgq1WDKIo) 이처럼 쉬운 가사에 경쾌한 리듬를 무기로 한 유로 댄스곡들은 한국 가수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 롤모델로 삼아야 할 곡들임에 분명하니 이를 꿈꾸는 가수와 기획사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또 걸 그룹으로 서구 시장에 진출할 때는 야키다(Yaki-Da)의 '아이 소 유 댄싱(I Saw You Dancing)'을 롤 모델로 삼는 방식을 권한다.
싸이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두 세 달
물론 싸이(Psy)는 런던 보이즈(London Boys)’나 ‘미스터 지바고(Mr. Zivago)’보다 더 유명한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라 섰다. 하지만 후속곡 젠틀맨의 경우는 월드 스타 싸이의 신곡에 거는 세계인의 기대에는 못미칠 듯하다. 하긴 강남 스타일의 열풍이 어디 보통이었던가? 강남 스타일은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한국의 국가매력지수인 소프트 파워를 한껏 상승시켜 주는 주된 요인으로 삼성, LG 등이 선보인 한국의 기술력과 함께 거론될 정도였다. 우리 한국인 모두가 싸이에게 감사를 표시해야 할 만큼 큰 빚을 진 셈이다. 이런 만큼 싸이 측의 신곡 발표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대박기대에 못 미칠 신곡 젠틀맨에만 너무 기대하지 말고 더 멋진 곡을 내놓기 위해 건너야 할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했으면 한다. 물론 앞으로 두 세 달 이내에 다시 더 좋은 신곡을 세계시장에 내놓았으면 한다. 이 두 세 달의 준비기간이야 말로 월드 스타 싸이의 진정한 모습과 열정을 세계인에게 확실히 아로새길 수 있는 작업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wep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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