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뉴스=서울】 김휘영의 문화칼럼=싸이 신곡 `젠틀맨` 뮤비가 공개됐다. 며칠도 안돼 유튜브 조회수 1억뷰에 근접했다. 강남스타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하지만 이것으로 젠틀맨의 대박성공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필자는 첫 발매곡을 보고서 다소 실망했다. 하지만 강남 스타일의 유래없는 성공에서 오는 ‘후광효과’로 대박히트는 못해도 충분히 중박은 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처음 공개된 음원을 접했을 때 필자처럼 실망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빌보드 등 외국 비평가들의 평가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못했다. 이런 위기에 봉착해서 기획사에서 발빠르게 뮤비를 공개한 일은 참 잘한 결정이다. 그렇지 않고 실망감이 점차 퍼져나가 그게 대세를 형성하게 내버려 두었다면 반전을 위한 계기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싸이가 한국이 배출한 국제스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필자는 기획사의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에 먼저 감사드린다.
강남 스타일과의 차이
공개된 뮤비와 함께 접하니 그마나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그러나 젠틀맨 뮤비에도 미비점이 여러 군데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웃김을 콘셉으로 삼느라 이것 저것 많이 넣어 너무 부산하고 어지럽다. 이게 강남 스타일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강남스타일과 비교해서 작품의 질이 상당히 떨어진다. 강남 스타일의 경우 마구간에서 등장하는 장면으로부터 호쾌하고 다이나믹한 말춤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일관된 콘셉이 돋보였다. 예술성에 큰 강점이 있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상쇄할 만큼 기획력 하나는 탁월했다. 하지만 젠틀맨은 코믹 코드를 그대로 담으려는 의도는 엿볼 수 있었지만 크게 효과적으로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다.
색상
필자가 냉정히 평하기에 노래 가사(lyrics)와 멜로디를 제외하고 젠틀맨 뮤비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안무에 있지 않다. 칼라다. 밝고 상쾌했던 강남스타일에 비해 전반적으로 너무 어둡다. 특히 후반부에 브아걸 가인과 함께 싸이가 신호등대에 부비부비하는 대목은 결정적으로 취약하다. 이 부분에서 동작보다 주위 배경을 자세히 보라! 노래가사처럼 화끈하고 새끈하고 달아 올라야 하는 클라이막스 부분이어야 함에도 주위 배경이 너무 칙칙하고 차갑다. 가로등대도 시커멓고 이를 부비부비하고 있는 싸이의 의상도 시커멓고 가인의 의상조차 짙은 먹물색이다. 계절로 치자면 낙엽이 다 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겨울 컨셉이다. 이는 노래가 담은 ‘화끈-새끈-미끈’의 이미지와 너무나 언밸런스다. 그래서 노래가 의도와는 바와 달리 뜨뜨미지근하고 어중간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에 휘뿌연 잿가루를 뿌리는 격이랄까? 이 뮤비를 보면서 밝은 느낌을 갖게 되는 대목은 최나연의 비키니 컨셉이 나온 부분 뿐이다.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지만 그나마 이 부분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칙칙했을까를 생각해 보라! '젠틀맨= 검은 신사복'이라는 고정관념에 잡혀서인지 여기서도 블랙, 저기서도 블랙, 전체적으로 칙칙한 색상으로 처리된 것은 너무 아쉽다. 유심히 보면 등장하는 빌딩이나 공간 거의 전부가 회색 아니면 잿빛이다. 헬스클럽 기기들도 전부 그레이(grey) 색상이고 가인과 싸이의 부비부비하는 배경에 등장하는 것들 또한 잿빛이다. 한강 선착장에서의 배경도 잿빛마루 바닥인 건 너무 심했다. 밝고 화사한 색상의 파라솔에 햐얀색 쾌속정을 동원해서 춤 추고 까불다가 물에 빠지고 마는 코믹 컨셉을 넣었다면 훨씬 밝고 상쾌한 이미지를 전 세계의 싸이 팬들에게 선사 할 수 있었다. 시각에 호소하는 뮤비는 이렇게 좀 더 섬세하고 입체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안무와 동작에만 중점을 두다 보면 이런 종합적인 견지에 조망하기 힘든다.
사실 우리 동양인들이 예술분야에서 서양인들과 가장 차이를 보이는 게 색상분야다. 까만 머리, 까만색(브라운 칼라)눈으로 획일적인 칼라로 태어나는 동양인들에 비해 형형색색의 칼라로 태어나는 서양인들은 색상을 대하는 무의식의 심층부터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걸 느끼게 된다. 서양인들의 여권을 보면 어김없이 눈동자의 색상(eye color)이 나온다. 이들에겐 색상이 하나의 생활 자체라는 것을 말하며 동양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점이다. 이런만큼 동양인들의 작품에는 색상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 건 회화, 디자인, 영화 등 온갖 시각예술 분야에서 확인하게 된다. 서양인들의 패션 디자인에 통용되는 블루 색상만 해도 블루, 마린, 아쿠아 마린, 베이비 블루, 모나코 블루, 코발트 블루, 사파이어, 에메랄드, 에메랄드 그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실 동양인들은 대부분 평생 동안 이 색상을 구별해 볼 일이 없이 살다가 죽지만 서양인들은 유치원생들도 확연하게 구분한다. 아니나 다를까 젠틀맨의 경우도 동양인들의 약점인 칼라 매치에서 결정적인 미비점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싸이가 공략하려는 주 무대가 동양권이 아니라 빌보드를 위시한 미국과 영국 등 서양권인 만큼 후속곡에서는 이 색상 부분까지 잘 감안하여 좀 더 고품질의 뮤비가 나왔으면 한다.
필자는 뮤비를 볼 때 안무 이외에 ‘공간감각’과 ‘색상’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인다. 이런 부분을 가장 잘 살려낸 기획사가 천재 양현석이 운영하는 YG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뮤비 역사에 있어 칼라를 가장 생동감있게 도입한 것으로는 이효리의 ‘유고 걸‘로 꼽는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유고걸 뮤비를 보기 바란다. 이 뮤비에 등장하는 칼라들은 그 자체로 말을 하고 안무를 한다. 그리고 이 컨셉은 싱싱하고 에너제틱한 이효리의 컨셉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짐을 느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젠틀맨 뮤비에서는 메시지에 있어서 색상의 중요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너무나 언밸런스한 매치가 이루어지고 말았다. 노래 가사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 화창한 봄이나 여름인데 주위 배경이나 색상은 영락없는 겨울이다. 그것도 바람이 휑하니 부는 회색 겨울이다.
동적인 강남스타일과 정적인 젠틀맨
젠틀맨도 강남스타일처럼 전 세계 도시에서 플래시 몹 댄스가 이루어질까? 필자는 여기에 회의적이다. 그렇게 되기에는 다니나믹한 강남스타일에 비해 젠틀맨의 안무가 정적이다. 활기차고 움직임이 많은 강남스타일 ‘말춤’에 비해서 시건방춤은 제 자리에 고정해서 상체만, 그것도 일정한 부분만 주로 움직이는 춤이라 너무 정적이다. 보기에는 특이해서 좋을지 몰라도 직접 말 오랏줄을 빙빙 돌리며 카우보이가 되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하긴 이건 시건방춤이 나쁜 게 아니라 강남 스타일의 말춤 기획이 너무나 탁월했기 때문이니 크게 나무랄 수 없다.
공간감각
젠틀맨의 도서관 계단 층계를 이용하고 층층마다 댄서들을 배치하여 입체감을 살리려 하였으나 약간 억지스럽고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게 못내 아쉽다. 게다가 젠틀맨이 내세우는 코믹 컨셉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원래 시건방춤 자체가 좁은 무대에서 몇 몇의 여성이 추는 콘셉으로 개발된 것이지 ‘꼭지점 댄스’나 '말춤'처럼 긴 행렬이나 무리를 지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젠틀맨은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고 하다가 하나의 일관된 콘셉을 가진 작품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어수선한 장터 풍경을 내고 말았다. 이건 젠틀맨 뮤비의 독특함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걸 두고 수준 높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적 코믹 가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싸이는 코믹을 위주로 세계 대중에게 어필하려고 할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코믹은 주로 시각적인 동작으로 연출되기 마련인데 바야흐르 이를 잘 내보일 수 있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까지 있다. 다만 코믹이란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기획사측에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억지스런 동작으로 코믹효과를 자아내려는 건 한계가 있고 쉽게 식상해질 위험성이 있다. 젠틀맨 후속곡 뮤비에는 좀 더 세련된 코믹구성을 보여 줬으면 좋겠고 특히 동양인들이 취약한 색상이 주는 영향력과 효과를 잘 고려해서 선보였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대박히트를 이어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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