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기타


배너

박쥐들의 전성시대, 방문진과 구영회

‘여권 이사’ 김용철, 김충일 이사에 정권의 운명이 달려 있다.


바야흐로 박쥐들의 전성시대다. 어느 한 편에 붙기보다 제 이익을 계산하고 유리한 편에 붙는 박쥐들이 잘 나가는 얄궂은 시대다. 정치판이든 시장통이든 안 그런 곳이 드물고 어느 시대든 늘 있어 왔던 모습이지만 유독 더한 느낌이 든다. 때로는 박쥐의 습성이 미덕이 될 수도 있다. 흔치 않지만 중용의 모습을 띨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권력지향의 모습을 띄게 될 경우엔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다. 길짐승이 있는 곳에선 날개를 숨기고 날짐승들에겐 날개를 쭉 펴며 이리 붙고 저리 붙는 박쥐형 인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희지도 검지도 그렇다고 온전한 회색도 아닌 인간들 말이다. 야행성 동물인 박쥐는 해질 무렵부터 활발한 활동을 시작해 밤새도록 먹이를 찾는 야간 비행의 명수다. 박쥐형 인간은 남이 안심할 무렵부터 활발한 활동을 시작해 뒤로 작당이나 꾸미는 뒤통수의 달인이다.

박쥐형 인간이 권력을 가지고 위험한 게임을 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방송문화진흥회다. 우리는 박쥐형 인간이 어떻게 남을 안심시키고 작당을 해서 뒤통수를 후려갈기는지 이미 그 맛을 봤다. 김용철, 김충일 소위 ‘여권 이사’라는 자들이 이명박 정권을 안심시키고 방문진의 여권 추천 이사가 된 후 박근혜 정권에 와서 뒤통수를 때리는 모습을 통해 생생히 보고 느낀바가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 ‘평생의 절친’ 김충일 이사는 어떻게 언론플레이를 하면 모두를 깜쪽같이 속이고 김재철 퇴출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기만술을 제대로 보여줬다. 지금 돌이켜봐도 참으로 ‘깜찍한’ 작전이었다. 문득 궁금하다. 박쥐가 밤새도록 먹이를 찾을 동안 김충일 이사는 밤새도록 무얼 할까? 이제는 다른 동네 주민인 ‘절친’과 밤새 속닥거리고 있을까? 또 어떤 먹잇감을 노리고 있을까?

동굴 속 박쥐같은 사람들이 선택한 친노조 후보

역대 인사들 중 이들만큼 방문진 이사 권력을 전횡한 이들이 있을까 싶다. 초법적 발상에 젖어 부당한 횡포 끝에 김재철 전 사장과 같은 인재를 내쫓은 것도 문제지만, 이들은 양다리를 걸치고 자신들의 몸값을 한껏 올리면서 사실상 여야로부터 갖은 구애를 끌어내고 있다. 대한민국 고질병인 MBC 좌편향 문제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는 여권 방문진 이사들을 걱정과 근심에 휩싸이도록 했고 사사건건 이들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반대로 여권 추천 이사임에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의외로(?)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며 호의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느낄 법한 야권의 기대감은 더욱 높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종편 공세에 눌렸다고 생각하는 야권은 노영방송 MBC를 되찾기 위해 방문진 소위 ‘여권 이사’라는 양 김씨를 위한 당근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김용철, 김충일 두 이사는 이렇듯 기존엔 볼 수 없었던 동굴 속 박쥐같은 유형으로 자신들의 주가를 한껏 올리고 있다.

이런 방문진이 새로운 MBC 사장감으로 네 명의 인물을 선택했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언론노조 기관지들과 편향매체들이 특정 후보들을 대놓고 반대하고 있다. 김종국 대전 MBC 사장과 안광한 현 MBC 부사장이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원칙대응했다고 김재철 아바타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그런 유치한 논리를 똑같이 들자면 이들의 주장은 준법정신이 투철한 모든 국민이 김재철 아바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황당한 소리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이들 언론매체들이 제멋대로 찍어대는 김재철 아바타란 낙인이 그만큼 저들 멋대로라는 얘기다. 그동안 노조가 어떤 불법행위들을 해왔고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해왔는지는 폴리뷰의 수많은 기사들이 증명하고 있다. 이런 모든 사실을 무시하고 여전히 노조만 선이라는 식의 논리를 되풀이하는 이들이 찍는 낙인이라면 국민이 볼 땐 훈장으로 여길만하다.

노조 편향 언론이 침묵으로 감싸는 구영회는 MBC 노조측과 이심전심인 후보

문제는 방문진이 선택한 이들 중 이들이 아무런 트집도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 두 명의 인물이다. 사사건건 노조편을 드는 언론과 야권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 인물이라면 반대로 MBC 개혁을 바라는 국민 입장에선 두 후보가 김 전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노조의 막장 파업에도 어렵게 지켜왔던 원칙을 허물고 MBC의 역사를 과거로 되돌릴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구영회 후보는 더더욱 믿기 어렵다. 최근 김 전 사장이 신동아와 한 인터뷰를 가지고 발끈한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민 후보는 구영회’란 대목에서 소송까지 언급한 바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전 노조위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소송까지 언급했는데 확인이 필요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까지 조용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들의 평소 행태라면 김재철을 때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구영회란 인물을 백번 이용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 편향 매체들은 이상할 정도로 구영회 후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MBC 사장 선출 정국에서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띄우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정략적 침묵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구영회 후보는 이전부터 공공연히 자신이 노조가 원하는 사장으로 적격자임을 드러냈다. 김 전 사장이 연임에 나선 2011년 2월, 방문진이 선정한 최종 후보 3명에 들어간 구 후보는 방문진 이사회를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PD저널은 해당기사에서 김 사장 연임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구 후보의 사퇴를 “김재철 연임 ‘쇼’에 들러리 거부”라고 해석했다. 구 후보는 지난 4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선 사장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능성 여부가 중요한데 MBC를 떠난 지 꽤 지났기 때문에 고민 중이다” “회사가 많이 망가진 것 같아서 오랜 세월 MBC에 적을 뒀던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이심전심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언론노조 기관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심전심이라고 밝히는 후보는 과연 어떤 후보인가?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은 이런 구영회 후보와 선후배 관계라고 깎듯이 밝히고 있다. 자신들 뜻에 반하면 선후배도 없이 가차없이 제명시키는 노조가 함께 일했던 선후배간이라고 자랑스레 밝히는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과연 MBC 개혁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자가 MBC 사장이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권 힘 뺀 검은 그림자, 박근혜 정부에서도 시작됐다. 그 시작은 방문진

역대 어떤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형적 구조의 방문진이, 더군다나 두 명의 동굴 속 박쥐형 인물들이 버티고 있는 방문진이 이런 인물을 최종 후보로 뽑았다. 우리는 이미 비상식이 상식을 이기는 꼴을 구경한 바 있다. 여론 기만술까지 펴며 김재철 전 사장 목을 날려버리는 방문진이라면 앞으로 이틀 뒤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방문진 두 명의 이사들 선택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앞날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이들이 노조가 원하는 사장을 기어코 만들어내 어떤 식으로 정권의 힘을 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이 힘도 못써보고 주저앉도록 결정타를 날린 것은 5년전 MBC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이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 비슷한 그림자가 지금 MBC를 드리우고 있다. 그 그림자의 시작이 현 방문진이다. 위험한 권력의 줄타기를 즐기는 이들이 지금 정권의 숨통을 쥐고 있다. 과거 5년 전처럼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이 될 것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