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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효성그룹, 슈퍼섬유 폴리케톤으로 창조경제 떠받치나

WPM 기획위원회, 폴리케톤 전후방산업 파급효과 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등 만화나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은 항상 몸에 쫙 달라붙는 옷을 입고 등장한다. 일명 ‘스판’ ‘쫄쫄이’ 등으로 불리던 이 첨단신소재의 대명사로 지난 75년간 미국 듀폰사의 나일론이 명성을 떨쳤다. 여성들이 신고 다니는 스타킹 역시 나일론 제품이다. 그러나 만약 새로운 슈퍼히어로가 쫙 달라붙는 옷을 입고 나온다면, 이번엔 나일론이 아닌 국내기업 효성그룹에서 개발한 ’폴리케톤‘을 사용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지난 11월4일 효성그룹은 세계최초로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효성그룹은 이 폴리케톤 슈퍼섬유를 개발하기 위해 10년간 약 500여억 원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2008년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했다는 점은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효성의 집념과 노력이 얼마나 끈질겼는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효성그룹, 폴리케톤으로 세계시장의 약 30%(약 20조 원) 차지할 것으로 전망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으로 이뤄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로, 나일론 대비 충격강도는 2.3배, 내화확성은 30% 이상 우수하며, 내마모성 역시 최고 수준인 폴리아세탈(POM) 대비 14배 이상 뛰어나다. 현존하는 관련 신소재 중에선 가장 성능이 우수한 물질로 볼 수 있다.

폴리케톤은 또 기존 나일론·폴리아세탈·알루미늄 등보다 가격경쟁력이 탁월하게 우수해 향후 자동차·전기전자 등 부품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엔 세계적으로 약 66조 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으며, 원천기술을 선점한 효성그룹은 세계시장의 약 30%(약 20조 원)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현재 울산에 설립된 1000톤 규모의 소규모 폴리케톤 생산설비를 2020년까지 1조500억 원을 들여 확장, 세계 신소재 시장에 폴리케톤 소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주관하는 WPM(World Premium Materials) 기획위원회는 폴리케톤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폴리케톤 소재 개발 인력 및 부품생산인력 등 산업전반에 걸쳐 약 87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복합재료 권위자인 김병철 한양대 교수는 “폴리케톤은 소재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부터 개발을 추진해 온 미국과 일본의 선진화학업체도 기술확보가 어려워 상업화에 실패한 소재”라며 “이번에 효성이 세계 최초로 소재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한국이 관련 산업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새로운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그룹의 악전고투 기술개발의 역사, '엔지니어 출신 조석래 회장이 이끌어'

효성그룹은 미국 듀폰사가 1959년 상업생산을 시작해 석권한 세계 스판덱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선 기술기업이다. 이 스판덱스 소재는 1979년 한 국내회사가 일본 토요보사의 기술을 도입해 처음 생산했으며, 효성은 1992년에야 이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세계시장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조차 후발주자였던 효성이 짧은 시간 내 세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30%를 석권하게 된 것은 처음부터 자체기술로 개발한 크레오라란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가지고서 시장에 뛰어 들었기에 가능했다. 로열티 및 기술제공 업체들의 견제에서 자유로워 마음 놓고 시장개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의 모든 국내기업들이 해외기술을 도입해 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었던 1990년대 초반, 효성이 과감한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분야에 있어 ‘오타쿠’ ‘마니아’로 잘 알려진 조석래 회장의 ‘기술보국’이란 경영철학이 효성그룹 전체에 깔려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조석래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에서 화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공학도로, 섬유·화학·중공업에 관심이 많았던 엔지니어였다. 엔지니어가 경영을 하면서 그룹을 지휘하니 경영철학이 ‘기술보국’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슈퍼섬유 폴리케톤 개발도 결국은 조석래 회장의 기술에 대한 철학과 집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10년 전 뿌렸던 씨앗들을 이제 수확할 일만 남은 것이다.

효성은 국내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동양나일론 울산공장, 동양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 공장들을 설립하며 끊임없는 공정개선을 통해 단기간 내에 한국화섬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섬유계의 반도체’라 불리는 스판덱스 소재 기술개발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한편 국가 산업 성장기였던 1970년대엔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 산업의 대동맥인 전력 송배전망 선진화를 구현했고, 전자부문에선 국내 최초로 사무용 컴퓨터를 생산하고 스토리지 사업에 뛰어들어 사무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금융자동화기기, 뱅킹터미널 등 금융자동화 시스템 개발 등 선진기술을 개발해왔는데, 일반 국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생필품이 아니라 생필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반시설 및 신소재 등을 개발하다보니 첨단 기술력과 기술개발에 대한 효성의 노력들이 일반 국민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폴리케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떠받치는 기둥 될까

1990년대 후반, IMF를 맞아 김대중 정부의 일괄적인 구조조정 속에서 ‘신소재 개발’은 기업생명 연장을 위한 술수로 비춰졌다. 이 과정에서 알짜 회사였던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이 매각되고, 그 외에도 알짜 기술기업들을 연달아 매각하게 됐다. 효성그룹은 그 후 약 10년 동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할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조석래 회장은 평소에도 “소재산업이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이라고 외쳐왔는데, 핵심 기술업체들이 매각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 사건을 겪으며 오히려 기술력으로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현재 세상에 나와 있지 않은 전혀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하라”고 기술연구소에 지시했다. 이 같은 의지와 노력이 오늘날 슈퍼섬유 폴리케톤을 탄생시킨 셈이다.

효성 측 관계자는 “IMF 폭풍 속에서 장기간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들여 쌓은 기술력과 기업을 지키려다 보니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법적조치를 달게 받겠으나, 효성그룹이 비리 및 특혜로 성장하였다는 오명은 정말 억울하다. 기술력이 없다면 어떻게 세계 최초로 미국과 일본도 못한 발명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제 달러를 쓸어 담을 일만 남았는데, 우리가 진정한 ‘창조경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렵고 사장시키기는 너무나도 쉬운 한국적 특성에서, 효성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폴리케톤이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어떻게 떠받치게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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