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가 2년 전에 내렸던 이재명 시장에 대한 논문표절 및 학위취소 결정을 뒤집었다.
가천대는 심지어 교육부 훈령의 권고까지 거슬러가면서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시장에게 관련 면죄부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가천대는 12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가천대학교는 지난 8월 23일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재명 시장의 논문표절 심사는 학칙에 정한 ‘5년 시효’가 지나 부정여부를 심사 할 대상이 아니라고 만장일치 의결했다”고 밝혔다.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더라고 처리하지 않는다?
가천대에 따르면 이재명 시장의 논문표절은 2005년에 발생했던 연구부정행위로서, 이것이 발견되고 제보된 시점(2013년)에서는 이미 8년이 경과해 학칙인 ‘가천대학교 연구윤리 및 진실성 확보를 위한 규정’ 제10조 4항의 적용 대상이 된다.
여기서 제10조 4항이란 바로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더라고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는 이른바 ‘5년 검증시효’ 규정이다.
이 시장의 석사 논문을 지도한 이영균 교수(행정학과)는 이날 이 시장의 논문표절 문제와 관련 “(그 연구부정행위 수위가) 2005년 논문심사 당시의 적격판정을 뒤집을 정도가 아니다”며 “2005년 그 당시의 특수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의 일반적인 관행과 학문적 성취도 수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손색없는 논문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의 다른 위원들도 이 교수 의견에 의견에 대체로 공감했다는 게 가천대학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의 논문 표절 문제를 비호하기 위해 검증시효까지 끌어들인 가천대의 이번 결정은 당장에 교육부의 연구윤리 관련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증시효 거론하며 연구부정행위 검증을 포기하는 것은 교육부 훈령에 위배
교육부 학술진흥과는 2013년에 대한민국 모든 대학교들에 ‘대학 연구윤리 강화를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내려보냈던 바 있다. 그 핵심 내용은 “개정 훈령(2011년 반포)에 따라 연구부정행위 검증 시효 폐지, 외부 조사위원 비율 상향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대학은 정비하시기 바람”이다.
여기서 교육부가 언급하고 있는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의 2011년 6월 주요 개정 내용은, ▷연구부정행위 검증 시효(5년) 폐지(제12조 삭제) ▷조사위원회의 외부 조사위원 비율 상향 조정(제18조)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는 개정 훈령에 따라 “연구윤리 확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명시하기 위해” 검증 시효를 폐지할 것이며, 외부 조사위원 비율의 경우도 “본 조사를 위한 조사위원회의 외부 전문가 비율 20% → 30% 상향”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교육부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1년도부터 각 대학교들에 학칙을 개정해서 연구부정행위(논문표절) 검증시효 폐지 등을 실천해 연구부정행위 검증에 만전을 기하라고 권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현재 연세대 등 많은 대학교들이 교육부 훈령에 따라 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에서 검증시효를 두는 일을 완전히 폐지하고서 제한없이 과거 모든 논문들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사실, 가천대는 검증시효 관련 학칙 삭제를 권하는 교육부 훈령과는 별개로 2013년, 2014년에 이미 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예비조사위 명의로 이재명 시장의 석사논문에 대해서 논문 취소 및 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던 바 있다.
이 시장 석사논문의 80% 이상이 표절로 파악된 상황에서 당사자가 학위반납 의사를 밝히며 소명 자체를 포기했었기에 본조사위가 들어가기전에 예비조사위에서 재빠르게 내려진 결정이었다.(관련기사 :
가천대, "이재명 시장 석사학위 취소 결정")
‘5년 검증시효’에도 이재명 시장 관련 논문표절 판정과 학위취소 결정을 내렸었던 가천대
당시 ‘가천대학교 연구윤리 및 진실성 확보를 위한 규정’에도 현재의 제10조 4항과 같은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더라고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은 똑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칙상 ‘5년 검증시효’가 있었고 또 검증시효 폐지를 굳이 명문화시키지 않았음에도 가천대는 2013년, 2014년에 어떻게 이 시장의 8년전 논문을 검증하고 표절 판정을 내렸던 것일까?
이는 과거 가천대를 포함한 대학들이 ‘5년 검증시효’ 학칙에 대한 예외 학칙도 있었던데 기인한다. 가천대는 “5년 이전의 부정행위라 하더라도 피조사자가 그 결과를 직접 재인용하여 후속 연구의 기획 및 연구비의 신청, 연구의 수행, 연구결과의 보고 및 발표에 사용하였을 경우와 공공의 복지 또는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처리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별도로 있었다.
‘5년 검증시효’가 출발점이긴 하나 시비가 된 논문이 공공의 문제로 떠올랐을 경우 학교는 의지에 따라서는 5년이 지난 논문도 검증할 수 있었던 것이다.
‘5년 검증시효’가 5년 이전의 논문에 검증을 금지하는 학칙이 아님을 확인하는 판례도 있다. 2012년 한양대 대학원은 당시 ‘5년 검증시효’가 있었던 학칙에도 불구하고 모 대학 총장의 30년전 논문을 검증해 표절 판정을 내리고 석사학위를 취소했던 바 있다.
이에 한양대 대학원과 모 대학 총장 사이에 소송이 벌어졌었고, 당시 법원은 “(한양대는 학칙에서 연구부정행위 검증에 있어 ‘5년 검증시효’를) ‘원칙으로 한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관하여도 조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해석하며 ‘5년 검증시효’ 규정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논문표절 근절 의지에 따라 연구부정행위 검증 자체에 대해선 재량껏 소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즉 법원은 ‘(검증에 있어 ‘5년 검증시효’를) 원칙으로 한다’라는 학칙을, ‘5년 이전 논문의 검증을 금지한다’로는 해석하지 않고 있다. ‘5년 검증시효’가 ‘5년 이전 논문에 대한 검증 금지’ 규정은 아닌 것이다.
분명히, 가천대는 과거 2013년, 2014년에도 역시 ‘5년 검증시효’ 규정이 있었지만 이에 구태여 구애를 받지 않고 이재명 시장의 당시 8년 전 석사논문에 대해서 검증을 하고 논문 표절 및 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었다. 교육부는 더구나 2011년도부터 훈령을통해서 각 대학교들에 학칙상으로도 검증시효 관련 내용을 삭제하도록 했었던 실정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천대가 2년이 지난 현재, 느닷없이 ‘5년 검증시효’ 규정을 들먹이며 “(이재명 시장의 논문은) 2013년 당시의 학칙 상 부정여부를 심사할 대상이 아니다”, “심사한다는 것 자체가 학칙에 반하는 상황이었다”, “학칙상의 ‘기한 도과’로, 실체적인 심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퇴행이라고 밖에 달리 볼 수가 없는 일이다.
정치적 외압 의심되는 가천대의 이재명 시장 면죄부
의아한 것은 가천대가 ‘5년 검증시효’ 규정을 되살리기 일주일 이전에 이미 이재명 시장의 논문에 해당 규정을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2016년 8월 23일, 가천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위원장 윤영수 연구처장)는 위원 9명의 만장일치로 ‘5년 검증시효’ 규정을 이재명 시장의 논문에 적용시켰음은 물론이거니와 2년전의 해당 규정 해석도 정반대로 뒤집었다. 학칙에 따라 ‘검증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천대의 이재명 시장 논문 표절 및 학위취소 결정 번복은 상아탑조차 학문적 진실성 수호에 대해서 아무런 소신도 없이 정치적 외압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시장은 최근 가천대에 대한 연이은 비하 발언으로 가천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로부터 강한 비판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