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발했던 JTBC 뉴스룸의 보도가 시청자들의 이성보다는 정서를 자극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요지의 연구논문이 언론학계에서 나와 화제다.
손석희-JTBC의 태블릿 방송은 방송 당시만 하더라도 ‘언론계’에서는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관련 보도에 비견되는 권력 비판 보도로 인정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언론학계’에서는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2년 여가 지난 최근까지도 손석희-JTBC의 태블릿 방송과 관련해 호평이건 악평이건 사실상 제대로된 학적 연구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다.
따라서 유은총 씨의 이번 학위논문은 언론학계에서는 사실상 최초로 손석희-JTBC의 태블릿 방송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분석, 평가한 연구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언론학계에서 관련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분석, 평가의 내용이 그동안 언론계에서 쏟아져나온 태블릿 방송에 대한 호평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유은총 씨는 해당 논문을 통해 먼저 JTBC의 태블릿 방송들이 ‘사실보도’보다는 ‘해석보도’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유 씨는 “JTBC ‘뉴스룸’의 국정농단사태 관련 보도에서 사실보도는 전체보도 중 33.7%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해석‧해설보도는 사실보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보다 2배 많은 66.3%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유 씨는 이에 대해 “해석‧해설보도는 취재기자 또는 방송사의 주관이 개입돼 작위적인 편집이 가능하며, 보도대상에 대한 이미지 구축에 있어서도 뉴스 생산자의 의도가 반영될 용이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유 씨는 또 JTBC 뉴스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적인 직무 관련 이미지 보다 사적인 영역관련 정보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론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뉴스룸은 국정농단 관련 박근혜 보도의 주요 보도주제로 ‘책임회피’를 강조했다”며 “즉 책임회피 보도주제는 부도덕적 태도를 지적하며, 동시에 여론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유 씨는 JTBC 뉴스룸의 태블릿 방송들에서 유난스럽게 박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취재원이 출연 빈도가 높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는 “뉴스룸의 보도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협력적인 취재원은 52명이었고, 적대적인 취재원은 58명이었다”며 “뉴스룸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협력적인 취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이며, 반대로 적대적인 취재원의 비율은 53%였다”고 설명했다.
또 “따라서 적대적 취재원이 갖는 발언권이 강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뉴스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도에 반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JTBC의 보도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적대적이었던 촛불시민들과 박영수 특검 등을 선량하고 정의롭게 묘사한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편에선 이들을 ‘악’, ‘불의’, ‘비민주주의’등으로 표현했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이와 관련 “‘뉴스룸’은 최대한 규범적 판단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를 보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대통령 박근혜를 반시민적 속성을 지닌 ‘악’으로 구성하고 있다”며 “JTBC 뉴스는 박 전 대통령의 ‘악’ 이미지를 굳히며, 동시에 뉴스 소비자의 윤리적 분노를 끌어올리기 위해 4년 전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를 국정농단 관련 보도에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유 씨는 “결과적으로 ‘뉴스룸’의 도덕적 분노를 소재로 한 보도는 동료 시민들, 그들의 행동 동기, 그들이 구성하기 원하는 제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움직이게 한 촉발제가 됐다”면서 “JTBC 뉴스는 국정농단사태를 종결시키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보도에 있어 특정한 선정성이 나타났다”며 “국가위기 상황에서 선정적인 보도는 사건 본질을 희석하고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도의 선정 정도가 심하면 사건의 본질로부터 이탈하여 인간적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내용만 제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언론 본래의 기능이나 임무를 망각하는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씨는 “‘뉴스룸’의 보도는 한국 사회의 재 안정을 되찾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면서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신뢰받는 공정한 뉴스로 불리는 ‘뉴스룸’이 편향성을 가지고 국가위기 상황을 보도하며 사건주체에 대해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특정 이미지를 주입해 정서적인 소구에 집중했다는 것은 뉴스의 균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 씨는 “뉴스 생산자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뉴스 소비자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기계적인 보도 균형 역시 문제가 되지만,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재현으로 반영하는 것 역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태도라고 본다”고 결론 맺었다.
본지 취재 결과, 유은총 씨의 논문을 지도한 서강대 언론대학원의 황인성 교수는 우파 성향 학자가 아니라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 그리고 국정농단 관련 시국선언 등에 이름을 올린 좌파 성향 학자임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논문이 비록 조작보도라는 JTBC 뉴스룸 태블릿 방송의 본질까지 규명해내지 못한 한계는 있다. 하지만, 어쨌든 좌파 학자의 지도 하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서도 당시 태블릿 방송의 선정성, 편향성, 당파성은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음이 확인됐다는데는 분명 의미를 둘만하다.
‘JTBC<뉴스룸>의 박근혜 이미지 구축과정에 관한 연구‘ 초록(abstract)
본 연구는 <뉴스룸>(JTBC)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 관련 보도를 통해 박근혜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였는지, 그리고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탐구하였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뉴스룸>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를 기점으로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온 시점까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보도를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뉴스룸>의 ‘보도 유형’, ‘취재원 유형’, ‘주제유형’을 중심으로 연구대상에 대한 양적인 분석을 실시하여 JTBC 뉴스의 전반적인 보도패턴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다음으로는, 박근혜에 대한 이미지와 의미가 어떠한 방식으로 구축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 레비스트로스(Levi Strauss)의 ‘이항대립’ 개념을 활용하여 질적인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뉴스룸> 보도는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의 공적인 직무 관련 이미지 보다는 박근혜의 사적인 영역관련 정보들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통해 사인(私人)으로서의 박근혜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둘째, <뉴스룸> 보도는 시청자의 이성적인 사고를 유도하기 보다는 그들의 도덕적이고 심미적인 정서를 자극하는 보도를 강조함으로써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