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중국 공산당 정권이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면서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그간 경제교류에 초점을 맞춰온 중국의 중동 접근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세계 패권의 도전하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면서 국내외 친중세력은 연일 중국을 칭송하기도 했다.
칼럼은 중국이 걸프 지역에서 분쟁 중재자로서 더 중요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 과장된 것(overstated)이라고 규정하면서, 3월 회담의 주최측은 중국이었지만 실질적인 조율 작업의 대부분은 이라크(Iraq)와 오만(Oman)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뒤늦게 개입한 것도 미국이 이란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서 이란과의 조율이 힘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China’s late involvement was also enabled because the United States does not have relations with Iran, making it difficult for the United States to broker a deal)”고 밝혔다.
칼럼은 사우디와 이란을 중재한 중국의 노력이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수단 다르푸르 사태 및 2010년대 이란 핵사태에서의 조율과 유사했다고 평가하면서 “두 경우 모두 대화의 틀이 미리 설정되어 있었고, 관련국들이 중국의 개입을 원했기 때문에 중국이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칼럼은 사우디와 이란의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은 훨씬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국이 의지가 있다고 해도 이란과 사우디 양국에 평화를 강요할 능력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칼럼은 사우디와 이란이 국교정상화 이후에도 이란 핵문제와 예멘 내전에 대한 사우디의 개입 등의 문제로 서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아랍에미리트(UAE)와 가까운 중국이 이란과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12월 시진핑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을 계기로 열린 중국-걸프 협력회의(GCC)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의 분쟁도서인 큰 툰브(Greater Tunb)와 작은 툰브(Lesser Tunb) 및 아부무사(Abu Musa) 섬에 대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포함되자, 이란 정부는 주이란 중국 대사를 소환해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칼럼은 중동에서 중국의 역할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예멘 등의 중동 지역 분쟁은 중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칼럼은 “중동 지역 갈등의 당사자들과 그 후원자들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대립으로 인한 현재의 이익이 대립을 끝내면서 발생하는 이익보다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제3자가 중재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칼럼은 중국이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더라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면 오히려 지역에서의 신뢰도가 손상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중국이 사우디와 이란에 대해 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Perhaps for this reason, Beijing has so far shied away from adopting a more sustained and engaged approach towards the two regional rivals)”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