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의 청와대 문건 열람설을 전면 부정하는 사실조회 결과를 법원에 알려온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관련 검찰의 허위·조작 수사보고서를 인용해 태블릿을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의 것으로 규정했던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2017년 10월 2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국정감사를 열고 탄핵 정국 당시에 검찰이 소위 ‘최순실 태블릿’을 최서원의 것으로 규정했던 근거에 대해서 물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결정적으로 이것이 최순실 씨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이유는 정호성과 최순실 사이에 휴대폰 문자에서 '지금 보내드립니다'라고 하는 게 있고, '다시 받았다'라고 하는 문자가 있는데 그 사이에 이 태블릿pc를 통해서 문서가 이메일로 넘어갑니다. 그런 것으로 봤을 때, 이게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이 아니냐 (라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윤석열 지검장의 당시 국정감사 답변은 이후 최서원 씨의 태블릿 환부 민사재판 1심 판결에서도 법원이 태블릿이 최서원의 것으로 규정하는 중요한 근거로 제시됐으며, 이는 검찰의 태블릿 실사용자 관련 최종 입장으로 법조계에서도 널리 인정받아왔다.
문제는, 윤석열 지검장이 국정감사 답변에서 소개한 수사가 최근 허위·조작 공문서로 판명난 고형곤 검사의 수사보고서 ‘태블릿PC 컴퓨터로 청와대 문서가 유출된 경위’(2016년 11월 4일 작성)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과수가 지난달 10일자와 이번달 7일자로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문광섭)에 알려온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해당 수사보고서는 ‘최순실 태블릿’의 청와대 문건 ‘저장’ 개념을 ‘열람’ 개념으로 왜곡한 대표적인 허위·조작 수사보고서다.
본지 취재 결과, 고형곤 검사의 해당 수사보고서는 태블릿에서 청와대 문건 ’저장‘ 시점과 최서원과 정호성의 문건 관련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점 일치의 건수로서 태블릿에서 확인된 청와대 문건 총 44건 중에서 ‘제32회 국무회의 말씀자료’, ‘강원도 업무보고’, 단 2건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4건 중에서 2건은 단 5% 일치에 불과한 비율이다.
관련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이사는 “정호성은 최서원에게 청와대 문건을 단독으로 전달한 것이 아니라 공유 이메일 계정 사용자들에게 청와대 문건을 배포한 것”이라면서 “따라서 태블릿에 저장된 청와대 문건으로 태블릿을 최서원의 것으로 규정하고자 한다면 김한수와 김휘종 등 일단 다른 공유 이메일 계정 참여자들부터 우선 태블릿 사용자 후보에서 배제시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런 배제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변희재 대표는 “얼마든지 우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청와대 문건 ‘저장’ 시점과 문건 관련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점의 한 두건 일치와 같은 것으로 누군가를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로 규정한다는 것부터가 전혀 말이 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수사”라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과수가 지난달 10일자 사실조회 회보서를 통해 최서원과 정호성의 문건 관련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점이 일치한다는 ‘제32회 국무회의 말씀자료’, ‘강원도 업무보고’의 ‘열람’ 여부 기록조차 검찰이 다 인멸해버렸다는 사실까지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최서원 씨가 태블릿을 통한 청와대 문건 열람 문제와 관련해 본인의 완전한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물증(전자정보)을 없애버렸다는 뜻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공무상비밀누설죄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 근거로 인정된 청와대 문건인 드레스덴 연설문의 경우는, JTBC 방송사의 태블릿 입수 이전 ‘열람’과 관련 디지털 증거인 포렌식 기록이 확인되지 않음은 물론, 태블릿의 드레스덴 연설문 ‘저장’ 시점과 같은 시점에 최서원과 정호성이 문건과 관련해 주고받는 문자메시지와 같은 증거도 역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에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관련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이사는 “정호성이 청와대 문건을 최서원에게 직접 건넨 게 아닌 이상, 청와대 문건 관련 최서원과 정호성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것과 태블릿이 최서원의 것이냐는 실은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더구나 검찰 스스로 태블릿의 ‘열람’ 여부 기록을 다 인멸해놓고, ‘저장’을 두고서 ‘열람’이라고 완전히 거짓된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증거조작 범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변희재 대표는 “‘제2의 최순실 태블릿’ 조작 뿐만 아니라 ‘제1의 최순실 태블릿’ 조작 은폐에도 윤석열이 앞장 서서 적극 가담한 사실이 이번에 재확인된 만큼 공수처 등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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