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릿수와 10%대를 넘나드는 노무현 정권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겁다. “대통령 탓인가, 열린우리당 탓인가?”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내가 더 관심을 갖는 건 “개혁 언론을 포함하여 개혁적 시민사회가 져야 할 책임은 없는가?”라는 물음이다. 나는 “있다”를 넘어 “크다”고 본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개혁언론에 대해 비판하며 ‘한겨레신문’을 주목했다. 그는 참여정부 이후, <한겨레신문>에 대해 “겉으로 불거져 객관적 사실이 된 과오에 대해서만 비판했을 뿐, 노 정권의 잠재적 과오의 온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참으로 기이한 침묵이었다”고 했다.
강 교수는 19일 <한겨레 21>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겨레는) 내내 노 정권에 끌려 다녔다”고 비판하는 한편 “‘거리 두기’의 실패였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성한용 선임기자의 칼럼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40대 이상이 드나드는 밥집·술집에 가면 몇 해째 ‘노무현 죽이기’로 방마다 시끄럽다. (중략) 비판의 소재와 논리는 대개 신문에서 제공한다. ‘시장 제압하겠다는 좌파적 오만부터 버려야’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가. ‘노 정부 3대 실패-정책·인사·시대인식’ ‘노 정권 내부에 포진한 386 주사파’ 종합 일간지 사설 제목들이다. 언론의 정부 비판은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일부 신문은 좀 지나치다. 악담과 저주 수준이다.” (2006년 11월 23일자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
강 교수는 “성한용은 40대 이상의 ‘노무현 죽이기’를 보수신문 탓으로 보는 것 같다”며 “이는 노 정권의 생각이기도 한데, 이게 바로 노 정권의 최대 패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죽이기’, 아니 ‘노무현 때리기’는 보수적 관점에만 서 있는 게 아니며 40대 이상 남성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패배주의에 빠져 오직 보수신문에 대해서만 칼날을 겨누는 ‘진보개혁진영’을 겨냥해 “대선, 총선 시 ‘보수신문의 시대는 끝났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이젠 모든 걸 보수신문 탓으로 돌리는 ‘보수신문 결정론’을 내세우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증오로 바뀌었고, 증오가 무르익어 숭배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보수신문들이 적극 지지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문제도 노 정권이 그들에게 휘둘렸기 때문이란 말인가?”라며 “이런 주장은 노 정권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 정권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1년 넘게 남았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자칫 ‘거버넌스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위기의식은 진짜 위기를 부른다. ‘하야’를 요구하지 않으려면 앞뒤를 살펴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이 깊이 성찰해야 한다. 노 대통령을 공격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가 너무 심하게 다치면 나라가 망가진다. 부실 정권을 넘겨받으면 한나라당 손해다.”( 2006년 11월 22일자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
강 교수는 “성한용은 그 대신 ‘한나라당의 집권’까지 거론하면서 노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한 자세를 취한다”며 “서민들의 불만이 정당하다면, 그 불만을 초래한 노 정권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걸 바로잡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게 우선이다. 늦었다고 포기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 교수는 “<한겨레>까지 ‘보수신문 탓’을 들고 나오는 건 노 정권을 돕는 일이 아니라, 보수신문들의 파워는 ‘증폭’ 수준에 있음을 밝히면서 노 정권이 제공한 원인을 바로잡도록 지적해주는 게 <한겨레>가 해야 할 일이며 ‘야당 탓’도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 교수는 “설사 ‘보수신문 탓, 야당 탓’이 백번 옳더라도 그건 내부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일 뿐, 국민들 앞에선 입에 올려선 안 될 말이라고 독하게 꾸짖어줄 수는 없는 걸까?”바로 그런 ‘남 탓’이 지지율 하락의 큰 이유라는 걸 노 정권이나 <한겨레> 모두 모르고 있는 걸까?”라고 개탄하며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심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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