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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폄하발언, 일본은 ‘질타’ 한국은?

침묵하는 여성계와 진보단체

야나기사와 하쿠오 일본 후생 노동성 장관 “‘애 낳는 기계’(여성)의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각자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뿐” (27일, 자민당 지역 당직자 모임에서 일본의 인구감소를 설명하며)

이명박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20일 대전발전정책포럼 창립대회, 박근혜 전 대표 겨냥)



한국과 일본의 유력 정치인이 비슷한 시기에 터진 여성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대응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야나기사와 장관은 여성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한 것으로 비쳐졌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로 일단락됐다.

물론 야나기사와 장관의 ‘애 낳는 기계’라는 발언이 보다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전 시장의 발언 수위 역시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됐지만, 화살은 박 전 대표에게만 간 것은 아니었다.

이 전 시장의 발언은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이슈인 보육과 교육 문제에 낄 자격이 없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교육권과 보육권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냈을 뿐 아니라 불임부부의 가슴에 못을 박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23일 논평을 내고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갇혀 여성 폄하,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문성현 대표는 “애를 낳아봤어야 보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는 발언은 보육문제에 대한 편협함을 심각하게 드러낸 발언”이라며 “대선후보로서 참으로 경박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의 여성 폄하발언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는 작년 6월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지율 50%에 육박하는 유력 대권주자여서 일까.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열린우리당, 여성계, 진보단체에서는 비판이나 문제제기는 전혀 없고, 오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흔하다는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은 채 무심한 행태를 보였다. ‘보육’ 발언도 오직 박근혜 전 대표 개인을 향한 발언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넘어갔다.

오직 ‘여성유권자모임’이라는 한 단체에서만 24일 한나라당을 향해 공개서한을 보냈다. 유권자모임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여성모독 발언으로 아이 넷 낳지 않은 모든 어머니들과 보육현장의 미혼 여선생님들,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돌보는 수녀님들과 여성 불자님들, 자식이 없어 입양을 고려하는 불임부부들, 우리 모든 여성의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유권자모임은 강재섭 대표에게는 “즉시 엄중한 경고와 함께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것"을, 인명진 윤리위원장에게는 ”지켜질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또 ”성의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명박씨의 후보 사퇴를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 인터넷 매체에서만 보도했을 뿐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했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야나이사와 장관의 여성폄하 발언 한 마디에 일본 열도가 뒤집혔다. 특히 일본 여성계는 크게 분노했다. 여성인 후쿠시마미즈호 사민당 대표는 28일 “나오지 말았어야 했을 최악의 발언”이라며 “그런 장관이 포함된 내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질타했다.

급기야 아베 총리는 29일 야나기사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같이 부적절한 발언은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함으로써 사태의 진화에 나섰으나,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던 건 틀림없지만 바로 정정을 했고, 정책을 내놓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옹호성 발언에 또다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직시절에도 ‘여성 권익 걸림돌’로 뽑힌 바 있다.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 시장이 서울시 행정의 효율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서울시 여성정책관실을 폐지해 여성정책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리사회의 여성계와 진보단체에게 묻고 싶다. 서울 시장 이명박은 마음 놓고 비판할 수 있지만, 유력대권주자 이명박은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관계여서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인가.

내각에 소속된 한 명의 장관 발언을 놓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일본 사회와, 5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율로 차기 대통령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치인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침묵하는 한국 사회를 비교해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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