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계개편의 핵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도체제개편'을 두고 이견을 보여 온 민주당은 오는12일 전대일정과 지도체제에 대한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이후 한화갑 전 대표의 단일지도체제를 고수해온 민주당은 이를 둘러싸고 원내와 원외로부터 ‘반(反)민주적 1인 독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후 당헌을 변경하고 장상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으나 이 역시 강한 비판을 받았다.
현재 당 대표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인사들은 ‘집단지도체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될 경우, 1인 2표제로 1등이 대표최고위원이 되고, 차기 득표수에 따라 5등까지 최고위원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원내를 중심으로 당대표선거와 최고위원선거를 분리하는 ‘단일성집단지도체제’로 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중도통합신당'을 향한 물밑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민주당은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 대표로는 원내 김효석 원내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 조순형, 이낙연, 손봉숙, 이승희 의원과 원외 장상 대표, 박상천 전 대표, 정균환 부대표, 김경재, 김영환, 박주선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현재 원내는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서 열린당을 포함한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하자는 주장이 우세한 반면, 원외위원장들을 중심으로 한 당 사수파는 선(先)자강론을 주장하며 민주당 정통성을 계승해야한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김효석 원내대표, 손봉숙, 이낙연, 이승희 의원 등은 꾸준히 인터뷰나 성명서를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당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 이후, 고건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대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경사수파 이승희 의원은 9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과 당원들이 관심을 갖고 지지할 수 있는 알찬 내용의 전당대회를 통해 먼저 민주당 내부를 정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대를 꾸준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상천 전 대표도 최근 “조기에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당원들이 직접 뽑은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집단지도체제에 무게를 실었다.
김영환 전 의원도 10일 <빅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이 활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 “아직 당에서 결정(지도체제)을 안하고 있어 일단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동안 집단지도체제를 강력히 요구해 온 손봉숙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를 통해 집단지도체제로 해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에 대해 나서서 목소리를 낼 생각은 없다”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손 의원은 “예전과 같은 열의는 많이 죽었다”며 “2년 갈 체제인지 한 달, 두 달 갈 체제인지도 모르는데 전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통합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경재 전 의원은 “당에서 주장하는 분리선거를 할 경우, 단일 지도체제의 변형에 불과하며 최고위원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92년 당시 김대중 후보가 대선에 실패하고 영국으로 건너갔을 때 민주당에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분리선거를 했으나, 결국 실패한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의원은 “당을 위해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겠다”면서 “단일지도체제는 민주당의 활로를 개척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분리선거는 치열한 경쟁만 초래해 결국 원수가 되고 당이 분할될 가능성도 있으며 투표에서 떨어진 인재들을 기용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를 한다면서도 대표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하는 것은 편법에 불과하다. 이 경우 한화갑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장상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 시기에서 지도체제 개편과 공정한 전대를 통한 지도부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직 의원들은 전대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어떻하면 빨리 통합할까만 고민하고 있다”면서 “전대에서 세가 분리하다고 생각해 원활한 통합신당을 위해서는 원외가 당에 들어오는 것 보다는 장 대표의 당선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대표는 지난해 대표취임사에서 당의 화합을 언급하며 "민주적으로 당을 이끌고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한 가운데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는 원외의 의견을 무시한 채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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