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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잠룡(潛龍)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간 수면 아래서 잠행해온 후보군이 서서히 보폭을 키우며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예비하는 듯한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계기는 용(龍)으로 불려온 유력주자들의 부진이다.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전의장 등의 지지율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이 `대안카드'로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물론 `판'이 완전히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제 정파들 사이에 `얼굴' 영입경쟁이 가열되고 `신당 일정표'가 어느정도 윤곽을 잡아나가는 흐름도 잠룡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여권이 최근 새롭게 주목하는 카드는 한명숙(韓明淑) 총리다. 노 대통령의 탈당과 함께 내달초 당 복귀의사를 표명한 한 총리가 여권의 여성 대표주자로서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설이 파다하다.

측근들은 "최종결심이 안섰다"고 말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대선행보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 총리는 22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당이 어려울 때 한 사람이라도 힘을 보태야 하며, 국민을 위해 최대한 봉사하겠다"며 대권도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만한 발언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 총리를 향해 `최상의 총리'라고 극찬할 정도로 신뢰감을 보여 그의 향후 행보에 `노심(盧心)'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총리는 당복귀후 당분간 휴식과 정국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이지만 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계기로 정치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당 내에서 개헌 추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입지를 넓힌 뒤 여권 정계개편의 상황을 지켜보며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범여권내 제정파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쪽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정 전총장 본인은 여전히 "대선에 관심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주변의 `모시기' 움직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 김종인(金鍾仁),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민생정치모임 우윤근(禹潤根) 의원은 등 10여명은 23일 정 전총장의 영입문제를 논의했고, 이와 별도로 일부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적극적 영입 노력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집단탈당 그룹인 `통합신당모임'도 정 전총장 영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전총장의 최근 언행도 미묘한 여운을 주고 있다. 정 전총장은 23일 공주대 강연에서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 "시민의 한사람으로 대선정국을 지켜보지만 이것이 바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아직 말할 입장이 아니고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공주출신으로 충청도 덕을 많이 봤고 지역을 위해 공헌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4.25 재.보선이 치러지는 대전 서을 지역에 정 전총장을 단일후보로 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이미 독자세력화에 일정한 성과를 올리면서 대권도전 채비에 들어갔다. 개혁진영의 대표주자이자 `호남적자'를 자임하고 있는 천 의원은 집단탈당 그룹인 `통합신당모임'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개혁성향의 `민생정치모임'을 발판으로 삼아 보폭을 넗혀갈 태세다. 한 측근은 대선출마 시기에 대해 "대통합 틀이 가시화된 이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에 머물고 있지만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도 무시못할 여권의 잠룡이다. 당장은 국민연금법 처리 등 복지부 현안에 주력하고 당과는 거리를 둔다는 입장이지만 일정한 계기가 마련되면 대선과 관련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게 당 주변의 지배적 관측이다.

이와 관련, 유 장관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조금 더 할 일이 남아서 장관직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면서도 탈당문제에 대해선 "제 발로 걸어서 당을 나오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상황을 봐가며 언제든지 당에 복귀하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남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김혁규(金爀珪) 의원은 경남지역을 수시로 내려가 당원 및 지인들과 접촉하면서 대권도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주변분들이 출마를 권유하고 있어 시간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두관(金斗官) 전최고위원은 지난달 11일부터 전국을 돌며 민심투어 형태의 `희망대장정' 활동을 펴고 있으며 4월중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5.31 지방선거때 `차출된' 장관출신들은 일단 정치참여에 자체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추후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재수, 삼수하라는 것은 가혹하다"며 "내가 분위기를 살리는 치어리더냐"고 반문했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직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진대제(陳大濟) 전정보통신부 장관은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젠 정치권이 나를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4 전당대회을 거쳐 당내 리더십 구축에 성공한 정세균(丁世均) 전의장은 23일 SBS라디오에 출연, "(대선경선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秋美愛) 전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1일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민주세력 통합'을 역설한 이후 잠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rhd@yna.co.kr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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