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경재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호통을 쳐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김정일을 충고하고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은 김대중 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책임만 거론하고 있으니 균형이 안 맞는다”며 DJ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김 전 의원은 24일 저녁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후 이같이 밝히고 “햇볕정책은 ‘당근’과 ‘채찍’을 둘 다 주어야 하지만 ‘당근’만 주어 오해되고 곡해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모 신문은 ‘DJ의 침묵 권고는 온당치 않다’고 하지만, 부시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건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 한다”면서도 “(DJ가) 그만한 강도, 아니 그보다 더 높은 강도로 북한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DJ가 김정일 비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DJ가 김정일에 약점 잡힌게 아니냐'는 보수진영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지금은 마치 햇볕정책을 DJ 혼자 독점하는 꼴이다. 정책은 언제라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햇볕정책은 마치 하나의 이데올로기화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북한은 ‘김씨 조선’이라 불릴만큼 완벽한 철권통치의 나라고, 세습을 드러내 놓고 얘기하는 나라”라며 “그런 북한을 상대로 무조건 퍼주기만 해선 그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골수친북좌파는 모르겠지만, 이 나라의 낭만적 민족주의자나 토착 사회주의자들이 북한의 인권유린과 정권세습을 전혀 비판치 않고 있는 건 참으로 야릇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는 친북단체들이 갑자기 ‘반미·반핵’ 하다가 ‘반핵’을 슬쩍 빼버린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신민당 대통령 후보 선전 기획위원(1971)으로 인연을 맺은 후, 15년 만에 미국에서 망명에서 귀국(1987). 평민당 발기인으로 참여해 당시 김대중 총재의 특별보좌역을 맡기도 했다(1987~1992). 그후 15대 16대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상임중앙의원을 지냈으며 분단 이후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1996). 그는 30년 동안 DJ와 함께한 인물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는 민주당에서 비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김 전 의원은 DJ를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DJ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의 비극은 새천년 민주당과의 분당에서 시작됐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분당 했을 때 안하고 왜 지금 하냐?”며 “3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고민과 불명예 속에 살았나…”고 한탄했다.
이어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DJ인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이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정한 거리에서 충고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며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을 향해 “반미(反美)도 아니고 친미(親美)도 아니며 그렇다고 친북(親北)인지도 애매하다”며 “언제든지 극에서 극으로 발언하고 냉탕온탕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마키아벨리스트'같은 권력주의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한 “‘햇볕정책’은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의 공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대북특검'으로 끝나버렸다”면서 “무조건 안고 퍼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이 시점에는 유엔결의와 동맹을 무시해서는 살 수 없다”며 “지금은 폭풍이 몰아치게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통일? 동서통합도 제대로 못한 판국. ‘평화공존시대’로 가야…”
한편 김 전 의원은 “'햇볕정책'의 일정부분의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DJ와 다른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낮은 연방제니 하는 것은 반대한다. 갈등만 생길텐데 왜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경상도, 전라도 동서통합도 제대로 못한 판국에 반세기 떨어진 남북이 어찌 쉽게 통일 되겠느냐?”면서 “흡사 생애의 마지막 부분을 사는 듯이 급하고 절박하게 통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통일보단 먼저 ‘평화공존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확대참여에 대해 “개입 정도에 따라 군사적 충돌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그 정도의 단호함을 보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안하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게 돼 국제적 고아가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그는 최근 민주당이 ‘대북강경론’을 주장하며 DJ와 거리두기를 시도했으나 며칠 만에 급선회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부끄럽지만 ‘설왕설래’ 하고 있다”며 “(대북정책의) 개념정리가 불분명해 ‘교언영색’으로 말을 돌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 중에 “어떤 이데올로기 보다 민족이 위대하다”는 말을 언급하며 “한화갑 대표의 발언은 지나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화갑 대표는 지난 19일 긴급의원총회에서 “북한을 민족적 차원에서 다룰 상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당의장과 김근태 당 의장의 분당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잇따른 발언에 대해 “DJ가 하니까 왜 이제 따라하냐?”고 지적하면서 “분당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 창당이 잘못됐다는 것인데 당을 현직에서 물러나 자숙하고 국민들에게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끼어든 세력의 정권재창출은 막아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관여하는 어떤 정치조직에도 가담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한편 한나라당을 향해 “대북문제에 대한 분명한 라인이 없으면 집권은 성공 못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한 번도 집권을 해본 경험이 없다”며 “박정희, 전두환까지는 국민에 의한 집권이 아니고, 김영삼은 야합에 의한 것이기에 집권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 시장경제 등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에 마지막에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통일 문제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치우치지 말고, 민족의 일체성과 동질성 이라는 명제 붙들면서도 국가 안보를 확고히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통일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세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진정한 의미의 중도세력의 대변자가 될 수 있도록 그런 블루 프린트를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대단한 국가적 위기”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확고한 자세를 가져야 북핵 문제가 해결 된다”며 “북한을 민족 화해와 평화공존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그 나름의 자극과 권고를 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한화갑 대표가 DJ의 햇볕정책을 비판했다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비주류인 김경재 전 의원 역시 DJ노선에 대해 비판하고 나서, 향후 민주당 내에서 DJ의 햇볕정책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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