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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盧의 브레인' 이병완...정무특보 보좌



이병완(李炳浣)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문재인(文在寅) 전 민정수석에게 청와대 비서실의 지휘봉을 넘겼다.

2005년 8월 문희상(文喜相), 김우식(金雨植) 실장에 이은 참여정부 세번째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지 1년6개월 만에 이뤄진 퇴장이지만, 참여정부 최장수 비서실장(2005.8.25∼2007.3.9)으로 기록되게 됐다.

그가 청와대에 몸담은 지난 1년반은 대연정 파문과 지방선거 참패, 북한 핵실험 등 나라 안팎으로 대형 이슈와 크고 작은 악재가 끊이지 않은 격동의 시기였지만,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주어진 책무를 비교적 매끄럽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남다른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의 정책 과제를 무난하게 처리함으로써 '정무형 비서실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게 비서실 내부의 대체적인 평이다.

실제로 정국의 고비 때마다 이 실장의 역할과 활동 공간이 컸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 실장 취임 후 보름여 만에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철회됐고,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구상의 로드맵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연정 파문 후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의 '대통령 때리기'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된 와중에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메신저이자 최종 방어막으로서, 숱한 당청관계의 갈등상황을 정리하고 파국 위기를 막아낸 점도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결과론적 관점에서는 지난달 노 대통령이 탈당함으로써 정무형 비서실장의 기용은 '실패한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간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이 실장이 여당의 목소리와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이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에 인색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한 여당 의원은 "이 실장은 대통령의 뜻만 받들고 이를 여당에 이해시키려는 데 충실했다"며 "이 실장이 직을 걸고 소신을 발휘했더라면 대통령이 탈당하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과 여건에서도 정치적 논리에 의해 밀리거나 좌초한 정책이 없다"며 "이 실장의 정무적 능력과 상황 판단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올초 이 실장으로부터 물러나겠다는 뜻을 접하고 사의수리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신뢰가 깊었다는 방증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 4년차 이후 당에서 당청갈등의 책임을 물어 비서실장 교체를 요구하고 나설 때마다 "이 실장만한 인물이 없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준 바 있다.

비서실장에서 물러나면서 정무특보에 기용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실장이 이처럼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경제마인드가 뒷받침된 전략적 사고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경제지 기자 출신인 그는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홍보조사비서관과 국내언론2비서관을 거쳐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으로 있을 때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대선 때 행정수도 건설 등 공약 입안에 관여하면서 노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고,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막후 활약했다.

대선 전날 정 후보의 단일화 파기로 위기에 몰린 순간에도 "걱정 마시라"며 대통령 당선 연설문을 꼼꼼하게 손질해 투표 당일에 노 대통령에게 건넸다는 것은 그의 전략적 사고를 보여주는 일화다.

이 실장은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기획조정비서관으로 기용된 뒤 정무팀장을 거쳐 홍보수석으로 발탁돼 측근비리 파문과 대통령 탄핵사태 대응을 주도했다.

2005년 잠시 휴식을 거쳐 비서실장으로 복귀했지만 홍보수석으로 재직했을 때처럼 스스럼없이 기자들과 어울리면서 노 대통령과 언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386 운동권이 포진한 비서실을 소리나지 않게 아우르는 등 감성리더십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앞으로 당분간 공직을 맡지 않고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머지 않아 노 대통령이 주는 또다른 과제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정무특보는 그런 점에서 더 큰 역할을 맡기 위한 징검다리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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