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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山寺) 칩거 닷새만인 19일 탈당 선언을 위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는 다소 그을린 듯한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차분하면서도 밝았다.

흰 와이셔츠에 자홍(紫紅)빛 넥타이,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여느 때보다 한결 여유있는 모습으로 취재진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는 회견에 앞서 기자들에게 "잠도 못 자고 저를 쫓아다니느라 고생하셨다. 제가 안거(安居)하려고 했는데 만행을 했다"며 "제가 왕년에 도망자 생활을 2년이나 했는데 여러분이 저를 쉽게 잡을 것 같냐"는 농담을 건넸다.

50여명의 사진 기자들이 단상을 점령하다시피 한 채 플래시 세례를 퍼부었지만 자연스런 포즈도 취해보였다.

기자회견 장소로 백범(白凡)기념관을 택한 이유를 따로 설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회견문에는 "당파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나라만을 생각한 백범의 정신을 따르고자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회견장소는 특히 제3의 정치세력 `전진코리아'가 창립대회를 가진 곳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지지자 100여명의 박수와 함께 단상에 오른 그는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회견문을 읽어갔다. "나 자신을 버리겠다", "어떤 돌팔매도 감수하겠다"는 대목은 특히 결기 있는 어조로 힘주어 읽었다.

하지만 문답 과정에서 자신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았던 국민의 사랑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그만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동안 제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았던…"이라고 답하던 그는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고 20여 초간 카메라를 등지고 눈물을 훔쳤다. 감정을 가다듬고 메인 목을 냉수로 축였지만 곧바로 말을 잇지 못한 채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제가 국민으로부터 받았던 사랑, 그 정성, 거기서 받은 명예를 다 돌려드리고자 합니다"는 짧은 문장이 서너 차례 끊어지고서야 완성됐고 "저는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안다"는 대목에서는 아랫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충혈된 눈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꼭 만들고 싶다"고 답한 그는 손수건으로 눈물 뿐 아니라 콧물도 닦았다. 지지자들은 박수와 함께 "손학규 파이팅", "힘내십시오"라고 격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는 성경의 잠언(箴言) 16장 3절을 인용해 `무슨 일을 하든지 야훼께 맡기면 생각하는 일이 다 이뤄지리라'는 자신의 결의를 전하고 "하늘을 믿는 것은 국민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정을 되찾은 그는 "그동안 저를 아껴주신 한나라당 당원 동지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며 "지난 며칠 간 기자 여러분의 고생은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회견 후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한 그는 향후 일정에 대한 질문만 "시베리아를 넘어서 가야지"라며 농반진반으로 되받았고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회견을 마친 그는 곧바로 경기도 파주의 선산으로 향했다.




(서울=연합뉴스) lilygarden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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