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는 대우 출범 40주년을 맞은 22일 저녁 시내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정기총회를 가졌다.

형집행 정지 상태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대우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최근의 심경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이 대독한 편지를 통해 "여러분과 자리를 함께 하고픈 마음이야 그지 없지만, 그럴 수 없는 지금의 처지가 안타깝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런 허망한 결말을 생각지 못하고 '국익과 대의를 위한 사명감으로 후대를 위해 조금만 더 참고 희생하자고, 미래의 승리자가 돼 더 큰 결실을 함께 나누자'고 당부만 했을 뿐, 충분한 급여와 보상을 드리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아무런 보답도 해드리지 못하고 미안한 심정만을 전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대우의 영광을 지속하지 못하고 여러분께 불명예를 안겨드린데 대해 마음 속 깊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우그룹은 해체됐지만, 우리가 몸담았던 회사들이 지금도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위안을 얻는다"며 "우리가 함께 품었던 열정과 이뤄낸 성취들이 누군가에 의해 이어져 나가고 저에게 추억으로나마 동반자가 돼준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우인회 회장인 정주호 전 대우차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언젠가 명예를 회복하고, 반갑게 다같이 만날 날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아 이뤄진 특별사면에서 김 전 회장 등이 제외된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들은 김 전 회장의 사면을 청원하는 대우인회 차원의 성명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주호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우가 과가 많다고 하지만 공도 많지 않느냐"며 "복권되지 않은 몇몇 기업인에 대해 (정부의) 충분한 고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사면은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므로 성명 등은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 참석자는 "대우의 경우 과 보다 공이 많은데 정부가 이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태구 전 대우차 회장은 "1주일 전에 김 전 회장을 봤는데, 사면을 기대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경훈 전 대우그룹 부회장, 김용원 전 대우전자 사장, 윤원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 장영수 전 ㈜대우 건설부문 회장, 홍성부 전 대우건설 회장, 홍인기 전 대우조선 사장 등 150명 가량이 참석했으며, 행사장 입구에는 이들 대우인회 회원 등이 보낸 화환 13개가 놓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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