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동산 재벌 가와모토 겐시로는 지난달 하와이의 저택 3채를 노숙생활을 하던 현지 가족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면서 화제의 인물로 등장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이들 저택이 있는 하와이 카할라 지구 인근의 몇몇 주민들과 현지 노숙자 지원단체들로부터 가와모토가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와모토가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지만 500만달러짜리 집의 관리비는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등 무상 임대가 노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게 의혹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가와모토가 '하와이의 비벌리힐스'로 불리는 카할라 지구의 집값을 떨어뜨린 다음 싼 값에 집을 사들이려 한다는 시각이 의혹의 종착점이다. 가와모토는 이미 1억3천만 달러를 들여 이 지역 저택 20여채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카할라 지구에서 정원사에게 일을 맡기려면 시간당 20달러가 들고 배관공을 부르려면 200달러가 필요하다.
현지에서 노숙자 지원활동을 벌이는 조앤 룬드스트롬은 "(노숙자) 가족들을 카할라로 데려오는건 기괴한 리얼리티 쇼"라며 "노숙자 가족의 어린이들과 부자 주민의 어린이들이 함께 학교에 가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는 건 흥미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룬드스트롬을 비롯한 사회활동가들은 가와모토가 진정 노숙자들을 돕고 싶다면 카할라 지구의 집을 팔아서 부유층이 살지 않는 곳에 싼 집을 지어줬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중개사 칼 스미기엘스키는 가와모토의 계획이 발표되자 카할라 지구에 250만달러짜리 집을 사려던 사람이 매수 계획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카할라에 사는 변호사 리처드 터빈은 가와모토가 "집값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라며 비싼 집에 입주하는 것이 노숙자들로서도 재앙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입자들을 대하는 가와모토의 '이력' 또한 이런 의혹을 부채질하는 요인.
1980년대에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 400여채의 집을 사들인 가와모토는 2002년 저소득층 세입자들에게 30일 내에 집을 비울 것을 요구, 결국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적어도 60일 이전에 퇴거 요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캘리포니아 주 법률이 제정되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또 가와모토가 하와이 오아후 지구에서 150채 가량의 집을 사들인 뒤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폐허처럼 변했던 일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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