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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신중상층 계급이 이명박 공신들

이명박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 두 번째 이야기


며칠 동안 푹 쉬웠다.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을 막을 방법이 더는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하니 정권컨설팅 작업을 계속할 의욕이 싹 사라지더라. 덕분에 주구장창 텔레비전만 시청했다. LG에서 SK로 이적한 김재현이 한국시리즈에서 연출하는 활약상을 접하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저 가공할 클러치 능력! 필요할 때 한 방을 날려주는…. 병살타의 대가 노무현이 말아먹은 대한민국의 처참한 현실과 비교돼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한데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이명박의 대선시리즈 우승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19%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명박은 분명 최악이지만, 80프로의 시각에서는 차악이다. 상위 1퍼센트한테는 물으나마나 최선일 터이겠으나.

이명박이 강한 건 그가 80을 자기의 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표현하면 80이 아군으로 만들어지는 행운을 누렸다. 그를 80의 동지로 이끈 원동력이 당사자인 이명박의 기획이 아니라 그를 최악의 정치인으로 치부하는 19의 작용에서 비롯된 탓이다.

토요일 저녁마다 KBS 1TV에서는 ‘한국사 전(傳)’이라는 역사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요번에는 정조대왕의 이상과 좌절을 주제로 다룬 ‘무인 정조’가 전파를 탔다. 많은 사람들은 정조를 선정을 베푼 성군으로 안다. 정조가 노론세력이 주도하는 양반계급과 싸운 것은 사실이다. 집권기간에 평민계급에게 이로운 정책들을 다수 펼친 것도 널리 알려진 바다.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그는 진보적 성향의 계몽군주였다.

여기서 군주에 밑줄 쫙. 진보적이었건 계몽적이었건 정조의 본질은 전제군주다. 그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려 애썼다. 단 자신만 열외로 하고서. 임금 본인만 제외하고 만민이 평등한 세상! 이러한 세상이 실현되면 가장 손해가 막심한 집단은 당연히 사대부 계층이다. 왜냐? 정조의 꿈은 1 대 19 대 80의 구도를 1 대 99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었고, 만약 그의 목표대로 조선사회가 개편됐다면 19들은 80과 비슷한 지위로 떨어져야 했다. 따라서 19가 나아갈 방향은 명백했다. 1을 제거하고 체제의 역학관계를 20 대 80으로 변동시키는 거였다.

노무현은 스스로를 정조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노무현의 빈번한 계몽군주 흉내는 이와 같은 착각에 기인한다. 그럼 노무현의 궁극적 정체는 뭐냐? 그는 젊은 심환지고, 남자 정순왕후다. 심환지가 역성혁명을 일으켜 직접 국왕 노릇을 했거나, 정순왕후가 사내였다면 필시 지금의 노무현과 똑같은 모습이 됐을 게다. 관건은 노무현이 심환지 역할을 했다는 게 아니다. 19프로가 하위 80퍼센트와의 평화번영을 외면한 채 상위 1프로의 권력까지 접수하려 시도도함으로 말미암아 이명박이 졸지에 정조처럼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국민원로의 문제의식은 모든 사태를 하위 80프로의 관점에서 파악하자는 거다. 19프로의 잣대로 재단하고 분별하면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있기 마련이다. 80의 기준으로 최악의 국가는 부패한 1을 대신해 이기적인 19가 통치하는 나라다. 19가 80과의 연대와 협력을 거부하고 1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만 몰두하면, 80에게는 1을 지지하는 방책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19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1이 유리한 정치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80에게 떡고물을 제공하므로.

노무현 정권이 대표적 치적으로 자랑하는 시책이 행정절차 혁신과 대외개방 심화다. 행정혁신과 개방심화가 결합해 낳을 최대의 성과물은 머지않아 체결될 전망인 한미 비자면제 협정이리라. 더 쉽고 편하게 미국을 들락날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런데 비자발급 절차가 아무리 간소화되어도 미국을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적 열쇠는 바로 경제력에 놓여있다. 즉 돈이 없으면 비자발급 절차에 상관없이 미국은 이역만리에 위치한 영원한 남의 나라다. 하위 80프로들은 체감하기가 불가능한 영역을 골라 노무현은 업적을 이룬 셈이다.

상위 1퍼센트는 기존의 복잡한 미국입국 절차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형식적인 행정절차쯤은 간단히 넘어가도록 조치해줄 미국의 이른바 지한파들이 대한민국 1프로의 뒤를 봐주고 있어서다. 까다로운 비자발급 과정에 불편을 경험하는 주역은 어느 정도 경제력은 확보했음에도 상위 1프로가 구축한 미국내 인맥은 보유하지 못한 19프로다.

이 19프로의 가려운 곳을 노무현은 시원하게 긁어줬다. 한국사회의 신흥 중산계급 입에서 노무현이 잘못한 게 도대체 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현상이 괜한 일이 아니다. 내 주변만 관찰해도 큰 부자가 되지는 못했으되 나름대로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닦아 새롭게 여피족에 진입한 친구들이 국민원로가 반노 포지션으로 돌아선 것을 제일로 불만스러워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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