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강남좌파의 다른 이름은 된장진보

이명박은 왜 강한가, 아홉번째 이야기

친한 후배한테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낸 ‘요동사(遼東史)’라는 역사서다. 저자는 김한규. 읽기가 몹시 까다로운 책이다. 생전 처음 접하는 난해한 한자들로 가득하다. 지나인들의 고문헌에서 번역ㆍ발췌한 내용이 줄기를 형성해서다. 요동수복의 길은 참으로 멀고 험함을 느낀다. 기회가 닿으면 간략한 독후감을 작성할 예정이다. 현재의 독서속도를 감안하면 금년 안에는 힘들 듯하다.

문득 고구려를 생각하게 된다. 신라의 후예들인 노무현과 이명박이 역시 신라의 후손인 이건희의 조율 아래 사이좋게 정권을 주고받을 날짜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옛날 광활한 요동벌판을 내달리며 서토의 백만 대군을 주머니속의 공깃돌처럼 맘대로 가지고 놀던 고구려 용사들을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골수에 더욱더 사무친다. 동남쪽 족속들이 설쳐댈 때마다 어김없이 나라가 망했다.

허나 고구려가 신라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망했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신라군이 담당한 역할은 동맹군인 당나라군에 군량미 보급하는 수송부대 정도에 불과했다. 당나라 군대가 수나라 군대와 비교해 월등히 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군의 사령관이었던 이적과 설인귀의 이름은 수나라 별동대를 지휘한 우중문과 우문술의 명성에 견주면 완전 ‘듣보잡’ 수준이었다.

고구려는 고구려 때문에 망했다. 고구려 사회에 내재된 분열과 모순이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북방을 호령하던 대제국 고구려조차 안에서 곯아터지면 끝장이거늘, 전라도와 충청도를 묶는 방도 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범여권의 몰락이야 말해서 뭐하겠는가?

내 이야기의 목적은 이명박의 강함을 탐구하는 데 있지 않다. 이명박과 싸워야 할 위치에 놓인 세력들의 약함을 분석하는 일에 있다. 국민원로는 이들이 약해진 원인의 99.9퍼센트를 강남좌파의 준동에서 찾고 싶다. 요번에는 세부적 문제를 거론하련다. 정책이 주제다. 몇몇 직업적 시민운동가들이 ‘매니페스토’가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기에 그들 장단에 박자를 좀 맞춰볼 요량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이념의 소유자로 행세하려면 몇 가지 쟁점에서의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주간한국의 기사를 다시금 인용해보자.

“강남좌파의 경우 인권ㆍ양성평등과 같은 사회문화적인 면에서 진보입장을 취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상위계층의 87.3%가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혀 하위계층(81.2%)에 비해 훨씬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보장, 너무나 지당한 말씀이다. 국적과 피부색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 인권존중은 선진문명의 징표다. 주간한국의 여론조사만 살피면 강남좌파는 인권의 보루다. 반면 일반국민은 미개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참다운 선진민주사회로 발돋움하려면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 우리나라를 ‘이주노동자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마땅하다.

무섭다. 죽은 통계수치가 산 국민을 내쫓는 형국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무런 제한조치 없이 우리나라를 자유롭게 드나들기 시작하면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가고 누구한테 손해가 될까? 언제부터인가 막노동판의 일당이 제자리에서 딱 멈췄다. 생산현장에서의 저부가가치 일자리들도 급료가 더는 오르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출현으로 인하여 노동력의 만성적 공급과잉 구조가 정착된 결과다. 순전히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란 의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3D 업종을 기피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3D 업종의 대부분은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필수직종들이다. 임금을 높여서라도 유지해야 옳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유입은 임금을 동결시킨 상태에서의 업종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그 피해는 3D 업종에 종사해온 토종 한국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서민대중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적대적인 이유는 의식이 후진적이어서가 절대 아니다. 당장 생계수단을 위협받는 탓이다.

좌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밥줄을 뺏길 위험성이 거의 없다. 예컨대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가 진중권과 밥그릇 싸움을 벌일 리는 없으리라. 진보지식인들이 자신들이 마치 세계인권의 수호천사인 양 까부는 배경에는 나름대로 안정된 철밥통을 꿰찼다는 기득권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필리핀 출신 가정부를 고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단다. 애들 영어공부에 도움이 된다나. 우리나라 파출부 아줌마들 쓰는 것보다 인건비도 훨씬 적게 먹히고. 즉 필리핀 가정부의 한국진출은 기존의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들의 입지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뜻이다. 동일한 급료를 받더라도 필리핀 가정부들 눈높이에서는 고임금으로 체감된다. 부양가족이 거주하는 필리핀의 생활물가가 저렴한 덕분이다. 그러므로 한국인 파출부들이 필리핀 가정부들과 경쟁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강남좌파들은 희희낙락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표가 어쨌거나 달성됐으므로.

강남좌파들이 하는 짓 가운데 제일로 멍청한 짓거리가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들 보살피는 일이다. 그 오묘한 이치를 설명하겠다. 외국인 며느리들의 한국 유입은 수많은 한국인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한 데서 비롯된다. 한국여성들의 결혼기피는 소위 출산파업으로 연결돼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진보좌파들은 잘 알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파업분쇄 대책을. 공권력도, 구사대도 아니다. 대체인력이다. 사회는 유기체의 성격과 면모를 띤다. 스스로의 생존과 증식을 위해 움직인다. 여성들의 결혼기피와 출산파업을 진입하고자 사회유기체가 선택한 방법은 대체인력 투입이었다. 베트남 등지에서 대량의 젊은 여성들을 긴급 수혈한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노조지도부가 파업을 분쇄하는 용도로 동원된 대체인력의 권익을 증진하겠답시고 동분서주하는 모양새가. 자기 무덤을 파도 정말로 예술적으로 판다.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다르게 한국여성의 전반적 인권은 도리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기피와 출산파업을 무력화할 효율적 대처방안을 국가가 발견한 까닭에서다. 진보좌파의 상당수가 여성주의자를 자임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역설적인 상황이다.

사실은 역설이 아니다. 강남좌파들이야말로 진정한 순혈주의자들이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진보진영 인사들 중에서 동남아여성과 결혼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의 유수한 페미니스트 가운데 반월공단의 금형공장에 근무하는 제3세계 청년과 눈 맞은 여인이 있었던가? 남자 강남좌파는 오리지널 한국여성과 혼인하며, 여성주의자들은 제1세계 남성들하고만 정분이 난다. 그래서 강남좌파에게 새로운 명칭을 선사하고자 한다. 바로 ‘된장진보’라는.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