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처럼 한 놈만 패는 형국이 돼버렸다. 어쩌겠는가? 기대했던 사람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연방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해대고 있는데.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를 일컬음이다. 이 중요한 국면에 그는 냉철한 처방과 과학적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마치 “도를 아십니까?”와 같은 선문답만 늘어놓고 있다. 요번 레퍼토리는 “반동을 아십니까?”다. 영구놀이 하자는 건가? 그럼 당연히 응답해야지. “잘 모르겠는데요! 띠리리 띠리리~”
한나라당에 속하거나 소속되었던 대통령 후보자들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현실을 성한용은 반동의 시대가 임박한 징후라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살짝 책임전가를 시도한다. 이게 다 그릇된 가치관에 함몰된 유권자들 때문이라나. 제발 부탁이다. 우리 남 탓하지 말고 살자. 노무현과 그 수하들이 언론 탓, 국민 탓, 야당 탓만 적게 했더라도 이명박 지지율과 이회창 지지도를 합산한 수치가 무려 65.9%까지 치솟지는 않았으리라.
천하의 성한용이 잇달아 헛발질을 한 원인이 뭘까?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은 데 기인한다. 지금은 반동의 시대가 아니다. 반노의 시대다. 성기자가 시급히 착수해야 마땅한 작업은 반동의 시대가 닥쳤다고 엄살을 피우기에 앞서 반노의 시대를 초래한 이유들 먼저 성찰하는 일이다. 진보의 기둥이자 보루여야 할 서민대중이 노무현 정권이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이를 바득바득 가는 까닭부터 천착하라는 말씀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손석춘 이사장이 즐겨 쓰는 표현대로 명토박아 두는 바이다. 이회창은 냉전보수세력의 지지를 얻고자 정계에 복귀하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반노시장을 먹으려는 목적으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이명박이 이회창의 수구보수시장 진입을 막고자 허둥대는 사이에 이회창은 반노시장의 심장부에 昌을 꽂았다.
대한민국 반노진영의 명실상부한 대표주자는 이제 이회창이다. 노무현의 총애를 만끽한 진대제의 이명박 캠프 합류 여부를 둘러싼 해프닝이 때마침 발생했다. 이회창이 노무현과 이명박을 노명박이라 싸잡아 공격할 안성맞춤의 명분과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회창이 노명박에 더해 진대제의 보스인 이건희까지 공격할 경우 대선구도의 지형은 커다랗게 요동칠 전망이다.
성한용을 포함한 허다한 전문가들이 이회창에게 속아 넘어가게 된 연유를 야구경기에 비유해 설명하겠다. 그들은 이회창의 스탠스만 뚫어져라 주시했다. 타석에 들어선 이회창은 직구를 노리는 자세를 취했다. 허나 그의 속내는 변화구를 기다리는 거였다. 투수들이 이회창의 스탠스만 계산해 구질을 선택했다가는 크나큰 낭패를 겪는다는 뜻이다. 이회창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범여권의 책사와 참모들은 마운드의 투수, 즉 자기네 대선후보들에게 직구를 던질 것을 주문한다. 홈런 맞을 게 뻔한데도.
국민원로가 투수였다면 직구는 물론이고 변화구로도 승부하지 않는다. 다짜고짜 빈볼 던진다. 양팀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운동장으로 일제히 뛰쳐나와 몸싸움을 벌이는 벤치 클리어링을 유도해 분위기 반전이라도 도모해보게.
슬슬 천기를 누설하겠다. 이회창의 진짜 타깃은 친북좌파가 아니라 강남좌파다. 이를테면 오만이뉴스가 아닌 프레시안이 진정한 타격대상이다. 반노의 시대는 실상 반(反)강남좌파의 시대다. 성한용은 반강남좌파의 시대를 반노의 시대로 혼동한 것도 모자라 반노의 시대마저 또다시 반동의 시대로 오역하고 말았다.
강남좌파가 상위 1퍼센트와 하위 80퍼센트 중간에 위치한 19프로의 계급과 동일한 계층을 지칭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할 9푼의 존재를 모르거나 이들 19%의 다른 이름인 강남좌파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간과했다가는 성한용처럼 미궁에 빠져 헤매게 된다. 미로에서 허우적거린 결과는 참으로 치명적이다. 평생 동안 재테크는 고사하고 복권 한번 사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을 함부로 반동분자로 단정하기 일쑤다.
주간한국의 대착각
어제 언급한 토론중독증 대책은 단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근본적 치료를 보장할 해법은 강남좌파 척결에 있다. 강남좌파의 발호를 방치하고서 한국사회의 총체적 모순을 극복한 길은 요원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유수의 언론매체들조차 강남좌파의 참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상이다.
주간한국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전북대 강준만 교수와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가 강남을 주제로 주고받은 공방의 개요를 살필 수가 있다. “부유한 진보 : 우리시대의 신계층 강남좌파”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하고 나는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강남좌파’란 신조어를 얼토당토않게 긍정적 맥락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연예평론으로 잠시 외도하련다. KBS 2TV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방영되는 오락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한 꼭지인 ‘불후의 명곡’은 내가 반드시 챙겨보는 방송물이다. 여기에 전영록이 초청가수로 출연했었다. 진행자인 김성은이 특유의 걸쭉한 목청과 엉성한 가창력으로 전영록의 히트곡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를 열심히 불렀다. 노래를 듣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전영록이 땡을 치고서는 김성은한테 “됐어요!”라고 면박을 주었다. 이를 김성은은 “괜찮다” 또는 “훌륭하다”로 오해했다.
아 참, 지난 일요일에 전파를 탄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 편은 너무 감동적이더라. 편집되지 않은 영상으로 보고 싶을 만큼.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은 연말 방송대상 시상식에 어느 여자탤런트 파트너로 데리고 나올까와 아들녀석 어떻게 하면 삼성에 취직시킬까만 고민하지 말고, ‘불후의 명곡’에 소개된 내용을 DVD로 제작해 염가에 출시ㆍ보급하는 방안 역시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정권 바뀌면 어차피 물러날 자리다. 임기 끝물에 공영방송 수장답게 국민과 시청자들을 위해 좋은 일 좀 해봐라.
다시금 정치평론이다. 주간한국 이윤주 기자가 꼭 김성은 모양새였다. 일반국민들이 얘기하는 강남좌파에는 경멸적이고 속물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반면 이기자는 명지대 윤종빈 교수의 입을 빌려 강남좌파를 아전인수격으로 미화시킨다. “기득권(층)도 진보이념을 타인에게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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