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는 게편, 초록은 동색'(?)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범경기동부연합)의 종북주의 정체성 폭로에 앞장섰던 신당권파가 돌연 구당권파측을 감싸고 나섰다.
신당권파인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이상규 국회의원 당선인이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북한 인권과 북핵, 3대 세습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시민패널의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 "본질과는 상관없는 질문이라고 봤기 때문에 답변을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며 "우리 당과 관련 없는 색깔론이 등장하는 맥락의 질문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이 같이 말한 뒤 "통합진보당은 종북주의 정당이 아니다. 함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당"이라며 "이런 비상식적인 마녀몰이 식으로 한다면 본질을 흐리고 오히려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엄청난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통진당의 종북주의는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가 터져 나온 과정에서 당내에서도 제기됐던 문제였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우리는 왜 애국가를 안 부르나”며 통진당을 향한 종북주의 혐의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게다가 ‘종북’은 구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내 PD계열 등이 현 통진당 구당권파를 지칭해 처음 사용한 단어이기도 하다. 심상정 전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 등 통진당 내 진보신당계는 이 문제로 구당권파와 한 때 결별하기도 했었다.
“우리 당과 관련 없는 색깔론”이라는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의 주장이야말로 사실을 호도하는 셈인 것. 혁신비대위가 종북주의를 포함해 당내 비민주적 구태를 개혁하겠다는 차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볼 때 강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통진당 개혁의 수준이 ‘도로민노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에 더해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원석 당선인도 거들고 나섰다. 박 당선인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외교안보 사안이 경직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종북이라는 프레임이나 딱지 붙이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통진당을 향한 종북주의 비판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종북주의’와 별개지만 구당권파를 비판하며 충돌했던 이들도 태도가 바뀌었다. 경선 부정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아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발표했다가 구당권파로부터 폭행당한 조준호 전 공동대표는 2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보수정당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정치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진보정당을 탄압하고 범인시 하면서 야권연대, 특히 대선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구당권파와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21일 검찰의 압수수사 과정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당의 문제는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당내 패권싸움에선 구당권파의 종북주의, 비민주적 폭력성을 지적하며 개혁의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검찰이란 ‘공동의 적’을 맞아, 비례 대표 경선 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강기갑도 돌직구 맞은 이상규를 싸고 돈다. 뿌리가 같으면 밥그릇 문제로는 싸워도 이념문제는 옹호한다”며 “주사파가 정당만들었다는 것부터 철저히 문제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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