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전남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역 발전 현안으로 제출할 14개 과제가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대통합 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박근혜 당선인이 영호남 통합지대 공약이행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영호남 지자체가 통합하는 이른바 '섬진광역시' 안은 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을 70여개로 통합시키는 지방행정체제개편과 맞물려 있어 주목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해 순천· 여수· 광양 3개시 통합권고안을 행안부에 넘긴 상태이고 행안부는 주민투표를 통해 3개시 통합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기존 3개 도시 통합 권고안 외에 섬진강 인근 영호남 지자체들이 통합에 가세한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이와관련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 이미 3개시 통합권고안이 행안부에 넘어가 있지만, 다른 도시들이 통합에 합류한다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히며, 통합여론 조성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따라 섬진광역시 추진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어젠다인 국민대통합을 실천할 구체적인 정책과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서 섬진강특별시 대책위 홍보위원장이자 국민대통합 위원으로 활동한 박종덕 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그 어떤 호남 발전 공약보다 전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을 합쳐 섬진광역시를 추진하는 게 동서화합과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국민통합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 영호남이 합쳐진 이런 섬진강시에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하는 환경과 복지 그리고 해양 등의 개념을 넣으면 국민대통합은 물론 국민행복을 구현할 화학적 융합이 일어나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가 될 것"이라며 " 이미 밑그림은 상당히 그려져 있고 국민대통합위 내부에서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순천대학교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역시 순천에 한정돼 설립하는 것 보다는 섬진광역시를 대상으로 추진되었을 때 훨씬 성사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에선 영호남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도시가 과연 성사될 것이냐에 대한 회의도 있다. 통합의 범위와 대상을 둘러싸고 시각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이 기본적으로 섬진강 시 추진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공론화를 통해 국민대통합 운동을 벌인다면 실제 성사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섬진강시는 남해안에 지역구를 둔 여야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된 국회 `남해안시대를 위한 의원 연구모임'(공동대표 새누리당 정의화ㆍ이주영, 민주통합당 김성곤) 소속 의원들이 추진한 사항으로, 이들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2011년 12월 국회에서 포럼을 통해 섬진강시를 만들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남해안을 발전시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점차 해소되고 균형 있는 국토발전을 이뤄갈 수 있다"며 "섬진강이 동서를 나누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동서가 섬진강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영훈 제주대 석좌교수도 이날 `섬진강시 보발(保發)은 새 화합문명의 움터로' 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섬진강시 태동의 역사적 당위성과 한반도 지리학적 차원에서의 섬진강시의 필요성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인들이 섬진강시에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지난 2012년 일본 대지진사태로 일본의 자동차 산업과 전자부품산업을 섬진광역시에 유치하고 이에따른 일본촌(Japan Town) 조성을 통해 섬진광역시 일대를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동아시아 거점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주목된다.
이에대해 박종덕 위원장은 "지난해 일본대지진 사태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 측과 접촉했다"고 밝히고 "광양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도 일본 촌 조성에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경남도는 박근혜 당선인의 주요 공약사항인 동서통합 지대 조성 관련 사업으로 영호남통합행정 중심도시 조성에 1조 1천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광양시와 순천시 역시 박근혜 당선인의 영호남 통합지대 조성 공약 관련 통합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영호남 통합을 받아들이기는 분위기이다.
순천의 통진당 소속 김선동 의원도 지난 7일 지역에서 가진 신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섬진강권 영호남 주변 도시들이 합쳐 "광역시 승격을 통한 행정구역 통합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조충훈 순천시장 역시 "통합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단 섬진강 주변 자치단체들이 예술문화재단이나 스포츠 교류 활성화를 통해 비정치적인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시와 공생발전 협의회를 운영중인 광양시도 최근 인수위에 건의하는 동서통합 사업꼭지에 영호남의 남중권 도시들이 힘을 합쳐 첨단 기술지대를 광양항 배후단지에 조성하는 1조원 대 사업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해양물류 전문가들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하는 해수부 산하 기관들의 입주를 통해 단순한 영호남 화합차원을 넘어 '해양'이 가미된 새로운 융합도시 탄생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김성국 박사는 이와 관련 "기존의 섬진강 주변 도시들을 묶어 특별자치시를 만들자는 ‘섬진광역시’ 계획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단순한 행정적인 통합이 아니라 해양을 매개체로 하여 거대 해양산업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기존의 ‘섬진광역시‘ 계획이 단순히 행정적으로만 통폐합을 추진했기 때문에 통폐합에 따른 이점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 되었지만, 이 계획을 해양산업을 중심으로 재편하여 ’남해안해양특별시‘를 만들고, 해양산업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 부산과 울산에 못지않은 거대 해양 도시로 성장하여 일자리 창출과 국부형성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섬진광역시는 해양을 중심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신설되는 해양수산부가 주체가 되어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며섬진광역시 추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제는 지역민들의 이런 희망과는 관계없이 전남도의 반대 입장.
전남의 주요도시들이 위치한 순천 여수 광양 3개 도시가 섬진광역시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 동부권에선 전남도가 이번 대선에서 건의한 지역발전 공약 대부분이 전남도청이 소재한 전남 서부권에 치우쳐 있다는 불만스러운 지적이 팽배해 섬진광역시 추진명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전남도가 인수위에 건의한 지역발전 공약은 5GW 풍력발전단지 조성, F1대회 지원,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건설(J프로젝트),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건설, 송정~목포간 고속철도(무안공항 경유), 호남~제주간 해저터널 건설, 국가방사선 안전과학원 설립, 동북아 해양관광특구 조성, 미래형 소재산업 메카 조성, 친환경 수산 증양식 기반 구축 등 전남현안과제 14가지로 주로 전남 서부권에 치우쳐 있다.
평소 전남도 박준영 지사가 전남 동부권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 화학산단이 있어 먹고 살만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따라 전남 서부권 개발을 강조한 것에 따른 것이다.
한편 광주시와 전남도가 지역발전 공약을 인수위에 건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인터넷에선 박근혜 당선인의 광주전남 공약이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한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전라도는 박근혜 공약에 다수가 반대하여 문재인에 투표했다. 그러니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여 박근혜 공약을 전라도에서는 이행하면 안된다. 만일 전라도에서 원한다면, 그것은 지역감정에 의해 민주당을 뽑았단 이야기고 이에 대한 책임은 대의민주주의의 의의와 가치도 모르는 행위에 대해 전라도인 스스로가 책임 져야 한다" 는 게시글이 수백개의 RT를 기록했다.
유준상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박근혜 당선인은 이런 점을 감안해 광주전남에선 단순한 지역발전 공약보다는 국민대통합을 실천할 섬진광역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황우여 대표에게도 이 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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