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을 폐지한 나라’
북한이 외부세계를 향해 체제우월성을 선전할 때 빼놓지 않는 항목이다.
[김승근 독립신문 편집장] 맞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세금이 없는 나라가 맞다. 1974년 3월 21일 “세금제도를 완전히 없앨 데 대하여”라는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채택해 같은 해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4월 1일. 북한은 이날을 ‘세금제도 폐지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북한만 모른 척하는 진실이 하나 있다. 세금을 폐지한 나라인 동시에 주민들의 노동력이 원천적으로 개인이 아닌 국가의 소유라는 점이다.
우리가 노동력의 대부분을 우리가 갖고 최소한만을 나라에게 내는 구조인데 반해 북한은 나라에게 내는 것은 없지만 아예 노동력에 대한 모든 결과물을 국가가 가져간다. 모든 걸 가져가는 데 뭘 어떻게 세금을 걷는단 말인가.
바꿔 말하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북한은 거래수입금, 국가기업이익금, 사회협동단체이익금, 봉사료수입금, 기타 수입 등을 국가예산의 원천으로 삼는다. 조세나 세금이라는 명목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큰 수입원인 거래수입금은 부가가치세, 국가기업이익금은 법인세, 사회협동단체이익금은 소득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져보면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조세로 예산을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폐지를 선언한 세금은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에게서 받는 소득세, 지방자치세와 협동농장 농장원들에게서 받던 농업현물세 등이다. 직접세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런 세목들이 사라진 대신 원천징수 형태의 간접세로 전환됐던 것이다.
따라서 납세의 의무는 사라졌지만 각종 ‘노력동원’ 등의 형태로 무임금의 노동력을 바쳐야 하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완전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북한은 지난해 ‘새 경제관리체계’를 내놓으며 농민들 전체 수확량의 70%만 당국이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농민의 몫으로 주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나라의 형편이 좋아지면 농민들이 50%만 내도록 하겠다는 의미 없는 선전도 했다.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죽도록 고생하고 겨우 30%만 돌아가는 데도 무게 잡고 인심 쓰는 척 하는 김정은도 웃기지만 실상 이같은 정책은 커져가는 지하경제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한 것이다.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이 당국 몰래 빼돌린 농산물 등을 지하에서 거래하고 있고, 이를 막을 길이 없자 내 놓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 수확이 잘 안됐음에도 당국에서 평소처럼 곡물을 거둬가는 바람에 상당수 주민이 굶어 죽었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는가. 그러니 만성적 근로의욕 저하로 식량자급이 불가능 할 수 밖에.
과거 1974년. 북한은 세금제도를 폐지하면서 “우리 민족의 세기적 숙망을 실현한 역사적 변혁, 인민들을 낡은 사회의 유물에서 벗어나게 한 위대한 사변”이라고 자찬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계속된 소위 ‘고난의 행군’에도 불구하고 세금과 관련된 정책이 흔들리지 않았음은 김정일의 ‘인덕정치’ 덕분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세금 없는 나라’라는 선전은 “세금은 자본주의 사회의 전유물”이라는 순진한 발상에서 빚어진 것일 뿐 실제 주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 100%인 협동농장의 실상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문 채 세계가 놀라워하는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두고도, 정치음모론을 들먹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온갖 욕을 퍼붓는 게 북한이다.
국가가 그렇게 많이 걷어가서 분배하니 소득 불평등은 좀 해소될까. 2012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2012년 기준 0.3.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992년 0.245를 정점으로 IMF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가 2009년 0.314 2010년 0.310, 2012년 0.3으로 다소 완화돼 왔다. 낮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덜하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세계 평균보다 낮은 상태다.
OECD 34개국 평균은 0.311. 일본은 0.323, 미국은 0.37이다. 중국은 2000년도에 0.412라고 발표한 이후 11년 연속 지니계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은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뺌하지만 학계에선 지니 계수를 발표하지 않으려는 변명으로 보고 있다. 숨기는 이유가 뭐겠는가. 이미 0.5를 넘어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세계 최악인 나미비아는 과거 0.743으로 발표난 바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객관적 통계가 없지만 아마 0.8이나 0.9쯤 되지 않을까.
이게 무슨 의미일까. 북한 주민들이 극소수 특권계층을 위해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말하는 소위 ‘평등’ 개념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산재해 있는 종북세력들은 북한의 극소수 특권층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체제가 길어질수록 북한 주민들의 착취도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주민들은 농민이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든 상관 없이 유사시 군인으로 변신한다. 주민들을 최대한 착취하고 이용해 먹는 게 김정은식 국가부강책이다.
주민들은 논밭에서 뼈빠지게 일하고도 당국에서 걷어가는 게 많아 굶어죽는다. 그리고 김정은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에 모든 착취물들을 쏟아 붓는다.
과거 마르크스가 프랑스 사회주의자 프루동의 오류를 지적하며 “그렇게 된다면 국가는 추상적 자본가로 변신하고, 전체 인민은 힘 없는 무산계급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비웃었다는데 북한이 딱 그런 꼴이다.
4월 1일. 북한의 ‘세금제도 폐지의 날’은 우습게도 ‘만우절’이다. 북한의 행태가 사실상 넌센스이며, 또 코메디다.
더 이상 북한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으랴. 노동력 착취에 민생은 돌아보지도 않는 이들이 세계 유일의 세금제도 폐지 국가라고 크게 떠벌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외치는 주장은 모두 선전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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