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2년 9월17일자 기사 ‘삼성, SNS 여론에선 ‘애플’에게 밀린다...왜?’를 살펴보자.
기사는 “홍보회사 미디컴은 지난 달 25일부터 13일까지 삼성과 애플의 트위터 여론을 조사한 결과 애플을 옹호하는 반응이 더 많았다고 17일 밝혔다. 조사기간 동안 삼성과 애플이 언급된 리트윗(재배포) 상위 50개 중 애플을 옹호하는 트윗이 24개로 절반에 가까웠다.
애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트윗들은 총 3264차례 리트윗되며 영향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전체의 36.1%가 옹호 트윗량으로 집계됐다.”며 “반면 삼성을 옹호한 트윗은 4개에 불과했다.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양이다. 그나마 이 트윗들은 2302차례 리트윗되며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다. 그 결과 삼성을 옹호하는 반응은 25.3%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윤미로 미디컴 연구원은 “삼성은 대기업과 재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진보적인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진보 인사가 많은 트위터 특성상 삼성을 옹호하는 층이 넓지 않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리트윗 상위에 랭크된 글을 보면 IT관련 트위터리안이나 일반 사용자도 있지만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애플을 옹호하고 삼성을 비판하는 여론은 트위터의 대세였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중국 노동자들의 고혈을 먹고 성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좌파 성향 사용자들의 편견과 달리, 애플이야말로 대기업의 악덕(惡德)을 대변하는 기업, 즉 노동자와 하청업체들을 착취하는 기업이란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애플은 현재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인 팍스콘으로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공급받고 있다. 대만계 홍하이정밀이 중국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팍스콘은 중국 내 14개 사업장에서 총 120여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팍스콘 중국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 중 열악한 근무조건 탓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자살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산업재해로 부상을 입은 뒤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미 뉴욕타임스는 2012년 중국 청두의 팍스콘 공장을 취재,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20여명의 노동자들이 생활하며 매일 12시간씩 주6일을 서서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일간지 상하이데일리 역시 중국 장쑤(江蘇)성 화이안(淮安)시에 위치한 팍스콘 공장이 인근 대학교들과?연계해 ‘현장실습’이란 명목 하에?대학생들을?반강제적으로 생산라인에 투입했다가 물의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대학 당국이 자율적으로 실습을 하던 기존 방식을 바꿔 팍스콘으로 실습현장을 단일화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학점이나 졸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수법으로 학생들 전공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팍스콘 생산라인에 저비용으로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물론 팍스콘 측 목적은 생산단가 절감이었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FLA(Fair Lavor Association, 공정노동연합)는 팍스콘 공장 3군데를 조사, 3000명에 대한 신체검사와 3만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조사보고서는 팍스콘이 강제로 연장근무를 하게하고 그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근로기준 시간이 주당 49시간인데도 팍스콘은 이를 어기고 주당 기본근무 시간을 56시간으로 정한 뒤 초과수당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또 팍스콘 노동자들은 1주일에 60시간이 넘게 일했고,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11일 넘게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설문조사자의 43%가 근무 중 사고를 당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과도한 근무시간과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받는 임금은 턱없이 낮아 노동자의 3분의 2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했다.
한편 영국 종합일간지 미러는 팍스콘 생산라인에선 30초당 제품을 하나씩 조립해야 하고, 업무시간 14시간 중 화장실을 3번 이상 가면 임금이 삭감된다고 보도했다. 한 노동자는 공장 안의 생활을 억압의 연속으로 표현했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 잇따르자 팍스콘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기숙사 옥상에 3미터 높이의 철망과 추락 방지용 그물을 설치하고 심리상담사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9번째 투신자살이 발생한 뒤엔 유명한 승려를 불러 회사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을 한 것 말고는 별다른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 온라인매체 글로벌 포스트는 팍스콘을 세계 최악의 직장 1위로 꼽기도 했다.
납품기일 앞두고 일방적 취소 비일비재 ‘애플 협력사 수익률 1% 미만’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애플을 옹호하는 국내 트위터리안들의 반론은 일목요연하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팍스콘이란 애플의 위탁생산업체 문제일 뿐, 애플이나 그 정신적 지주가 된 스티브 잡스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애플과 위탁생산업체 간 관계설정을 보면 절대 그렇지가 않다. 팍스콘의 경우 애플로부터 조립비용과 부품비용을 합친 일정금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는 대당 조립비용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가 싸질수록 이윤이 많이 남는 구조다. 결국 애플이 구조적으로 팍스콘을 쥐어짜고, 이에 대한 여파가 중국노동자들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단 논리가 성립된다. 원흉은 애플이란 것이다.
실제로 대만 경제일보는 팍스콘 등 애플 협력 업체들이 아이폰을 제작해 얻는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한 바 있다.?애플은 완성품 중에서 애플 기준에 맞는 제품만을 구매하기에 완성품을 만들었다 해도 애플에 100%로 납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100달러를 받고 1달러가 남는다고 하면, 100대 중 한 대만 문제가 생겨도 적자가 나는 구조인 셈이다. 역시 구조적으로 위탁생산업체들을 쥐어짜고 있는 애플의 꼼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해외노동자들이 죽든 말든 나만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애플의 ‘혁신적 사고’ ‘창조적 사고’인 셈이다.
위 머니투데이 기사 중엔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트위터 여론조사를 놓고 “이 가운데 긍·부정을 드러내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의견의 비중이 눈길을 끈다. 이번 조사에선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은 트윗량이 전체의 38.5%로 가장 높았다. 앞서 밝힌대로 애플 옹호 여론은 36.1%로 2위를 차지했고 삼성 옹호 여론은 25.3%에 그쳤다.”란 대목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윤미로 미디컴 연구원은 “지난 3주 간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 관심을 보이는 트윗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긍·부정을 떠나 관련 기사를 게재하거나 상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잇따랐다”면서 “애플과 삼성 간의 특허소송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여론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극단적 노동착취 구조를 만들어내 서민층의 고혈을 짜내고 있는 것이 그토록 노동해방을 외쳐대는 이들이 선호하는 애플이었단 점이 널리 알려졌을 때, 정상적 사고로 돌아올 수 있는 소비자들은 아직 많이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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