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공작조직 225국 공작원과 접선해 국내 동향을 보고하고, 김일성에게 충성을 맹세한 통진당 영등포통합선거관리위원장 출신 전식렬 씨(45) 행적은 두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는 북한의 대남공작이 과거와 달리 북한에서 직접 파견한 간첩보다는 남한내 자생적인 종북주의 세력과의 사이버연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이버상의 통신전송 암호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지침과 보고를 주고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전 씨는 2011년 3월 지령을 받기 위해 중국에 있는 225국 공작원을 만나고 온 뒤 4월 웹하드에 안착보고문을 올렸다. “잘 도착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활동과 동향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뒤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수령님의 탄신일을 맞이하여’라는 제목의 충성맹세문을 올렸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권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집권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전 씨가 북측에 보고한 글들은 간첩통신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라피’로 감춰져 있었다. 스테가노그라피는 225국이 개발한 것으로 지령문이나 대북보고문 같은 비밀 메시지를 그림이나 음악 파일 등으로 암호화할 수 있다. 암호 해독장치가 없으면 웹하드에 올린 그림을 클릭해도 진짜 글을 볼 수 없다. 안착보고문은 두바이 관련 사진을 담은 ‘두바이 풍경’이라는 압축 파일에, 충성맹세문은 ‘풍경-연방준비운행’이라는 압축 파일에 숨겨져 있었다.
e메일을 ‘사이버 드보크’로 활용해 공작원과 공유한 정황도 포착됐다. 드보크는 공작원이 간첩에게 줄 무기나 암호 자료를 숨겨두는 비밀 매설지다.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작원과 공유하면 정보를 보고하고 지령을 받을 수 있다. 전 씨는 자기 앞으로 보낸 e메일의 제목을 ‘급히 먼저 초초안부터 올립니다’ ‘회의 결과 공유합니다’ 같은 식으로 달았다.
두 번째는 간첩활동을 한 전식렬의 남한내 사이버 친구들간의 교신행위를 둘러싼 정치적함의(含意) 다.
전 씨는 민주노동당 창당(2000년) 때 가입한 뒤 2011년 12월 당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등 통진당 주요 간부로 활동 한 정치인이다.
또 1999년 창단한 ‘출’ 이란 춤패를 통해 각종 노동 집회 현장에서 문화공연도 자주 연 문화예술인이다.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봤다.
광주일고 출신인 그와 친구맺기를 해 온 1600여명의 사이버친구중에는 광주전남의 유력정치인을 포함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그의 사이버친구들은 그가 간첩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알았을까?
그가 평소 페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을 비난하는 글의 이면에 그의 간첩활동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사이버 친구들은 알았을까?
그의 이력을 반대쪽에서 뒤집어 설명하면 전식렬은 진보정당인이자, 노동자와 민중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 춤패 공연을 통해 애써온 문화예술인이다.
이번 국정원 수사결과를 놓고 그의 사이버친구들은 그에게 무슨 멘트를 보내고 싶을까?
전식렬의 사이버친구들은 국정원의 이번 수사과정을 진보정당인에 대한 공안탑압이자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로 비난할 수 있을까?
전식렬의 사이버친구들은 정당인인 그를 수사하기 위해 국정원이 사이버를 이용해 뒤진 행위를 과연 정치관여 행위로 간주하며 비난할 수 있겠나?
또 국정원의 그런 행위가 이번에 국정원 개혁특위가 마련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간주돼 해당 직원이 처벌 당해야 한다면 이를 어찌 봐야하나?
1627명의 전식렬 사이버 친구들은 지금 이 문제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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