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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카 쓰토무 “윤석열 국무회의 연설에는 역사의 진실이 없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이 문제의 판결을 낸 것은 사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역사의 진실을 중시하는 한국의 한일우호파는 이를 윤 대통령의 ‘원죄(原罪)’라고 부르고 있다”


※ 본 칼럼은, 일본의 유력 국제 외교안보 싱크탱크 ‘국가기본문제연구소(国家基本問題研究所)’에 2023년 3월 28일자로 게재된, 레이타쿠(麗澤)대학 객원교수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의 기고문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 윤 대통령(歴史の真実に向き合わない尹大統領)’을, 니시오카 교수의 허락을 얻어 완역게재한 것입니다. (번역 : 미디어워치 편집부)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내놓은 전시노동자 문제 해결책과 윤 대통령의 방일 결과에 대해 야당 좌파 언론으로부터 굴욕 매국 외교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도 서울대학, 고려대학, 동국대학, 역사 관련 53개 학회 등이 규탄 성명을 냈다. 반면 여당 보수언론에서는 호평이 나오면서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해 윤 대통령은 방일 직후인 3월 21일 국무회의 첫머리에서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반일을 외쳐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하면서 일한(日韓)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무려 23분간, 언론에 완전히 공개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준비돼 있던 원고를 강한 어조로 읽어 내려갔다. 바로 일한관계에 관한 연설이었다.


일본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국의 반일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또 고조되는 동아시아 군사 긴장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의 비판을 무릅쓰고 일본과 관계 개선을 서두른 점이 대체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점에서는 나도 같은 평가에 서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연설 전문을 읽고서 윤 대통령이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국제법 위반인 한국 대법원 판결을 국내에서 처리함으로써 일한(日韓)관계 악화를 막았을 뿐임을 재확인했다. 그런 차원에서 윤 정권과의 교제는 역사인식에서의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agree to disagree)’, 즉 인식이 일치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이루어지는 시한부 교제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일본의 국익이긴 하다. 어디까지나 일본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윤 정권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강제연행·강제노동설(いまだに強制連行・強制労働説)

윤 대통령의 대일 자세의 본질은 이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이를 자세히 소개해보자.

윤 대통령은 연설은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다”는 말로 시작해 지난 정부 들어 일한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음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며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고백한 뒤, 미·중 전략적 경쟁,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위기, 북핵 위협 등으로 한일(韓日)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프랑스-독일 양국이 과거를 뛰어넘었듯이 일본과 한국 양국도 과거를 극복해야 한다며 일한관계는 한쪽 이익이 다른 쪽 손실이 되는 제로섬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이익을 낳는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중국과 북조선이라는 공통의 위협에 직면한 일한관계는 본래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조선이 집요하게 일한관계를 무너뜨리려고 공작해온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윤 씨 나름의 절박감을 토로했다.

이어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굴욕적이고 매국적이라는 외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일한국교정상화를 통해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냈다며 1998년 방일한 김대중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내놓은 공동선언이 과거사에 종지부를 찍고 공통의 미래를 여는 초석이 됐다고 강조했다. 굴욕외교라는 국내의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이어 박정희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두 차례 실시한 전시노동자 보상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설명한 뒤 윤 정부의 ‘해결책’에 대해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성격지었다.

한국의 헌법 6조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ㆍ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본래대로라면 절충안이 아닌 대법원 판결은 위헌이라고 단언하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편법이다.

절충안이라고 말한 직후 윤 대통령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아픔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이 전시노동자에 대한 강제연행·강제노역설을 아직도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사죄’ 강조(日本の「謝罪」を強調)

다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전시노동자 문제 해결을 두고 굴욕외교라고 하는 국내의 비판에 대해서 반박했다. 이 부분을 읽어보면 윤 대통령이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일한관계 개선을 꾀했다는 이번 ‘해결책’의 본질을 잘 알 수 있다. 조금 길지만 그 부분을 졸역으로 소개한다. (번역자주 : 여기서는 일본어를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연설 원문을 그대로 소개함.)

반론 첫머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면으로 반대파와 부딪혔다.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 부분이 일본의 여러 언론에서 인용됐다. 분명 과감한 표현으로 이영훈 씨 등이 주장하는 반일 종족주의 비판과 통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부분을 읽어보면 윤 대통령은 이영훈 씨 등과 달리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이 한국 식민 지배를 따로 특정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 표명을 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 담화’입니다. 이번 한일 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윤 정권이 일본의 과거 사죄를 짚어서 가리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월 12일 한국 외교부 주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서민정 아태국장은 그동안 일본 내각이 여러 차례 과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 국장은 이어 일본이 사과를 번복해 왔다고 주장하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한국의 대응을 변호하고선 책임을 일본에 돌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번에 사죄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1998년 10월 발표된 일한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승되고 있는 역사인식에는 전시동원은 강제연행·강제노동이 아니었다고 하는 스가 요시히데 정권의 각의(閣議) 결정도 포함돼 있다. 윤 대통령 방일 직전인 3월 9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外相)이 “(전시동원은)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를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사실을 윤 대통령도 알면서도 굳이 일본이 과거 사죄를 재확인했다고 국내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시다 정권이 사도가나야마(사도광산) 문제나 교과서 검정에서 그 입장을 분명히 했을 때, 윤 정권이 일본이 사과를 번복했다고 비판해올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전시동원과 난징학살을 같은 열에 세우다(戦時動員と南京虐殺を同列視)

윤 대통령 연설의 뒤를 잇는 부분이 큰 문제였다.

“중국의 총리 저우언라이는 1972년 일본과 발표한 국교 정상화 베이징 공동성명에서 중일 양국 인민의 우호를 위해 일본에 대한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다고 하였습니다. 중국인 30여만 명이 희생된 1937년 난징대학살의 기억을 잊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는 “전쟁 책임은 일부 군국주의 세력에게 있으므로 이들과 일반 국민을 구별해야 한다. 때문에 일반 일본 국민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되며 더욱이 차세대에게 배상책임의 고통을 부과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합니다. 세계로 뻗어나가 최고의 기술과 경제력을 발산하고, 우리의 디지털 역량과 문화 소프트 파워를 뽐내며, 일본과도 협력하고 선의의 경쟁을 펴야 합니다.  이제 한일 양국 정부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각자 스스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입니다.“ (밑줄은 니시오카 쓰토무)


윤 대통령은 중국이 30여만 명이나 일본군에게 학살당하면서 이를 참으면서 배상을 포기했듯이 한국도 일본의 악행을 참으면서 일본으로부터의 배상을 포기하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하면 일본도 호응해올 것이다, 즉 일본이 중국에 막대한 경제협력을 했듯이 한국에 대해서도 양보를 해올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윤 대통령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합법적인 전시동원으로 수년간 일본 민간기업에서 일하며 높은 급여를 받고 조선으로 돌아와 한국 정부로부터도 두 차례나 보상을 받은 전시노동동원 대상자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아픔이 과연 무엇일까. 윤 대통령은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전시동원과 난징학살을 같은 맥락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 필요한 윤정권의 본질 파악(日本に必要な尹政権の本質把握)

2018년 한국 대법원이 문제의 판결을 낸 것은 사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역사의 진실을 중시하는 한국의 한일우호파는 이를 윤 대통령의 ‘원죄(原罪)’라고 부르고 있다.

2018년 판결은 2012년 대법원 소부의 환송 판결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2012년 판결에 대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감을 갖고서 대법원을 압박해 확정판결을 내리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검찰이 그런 압박을 불법 사법개입이라고 하면서 이를 형사사건화했다. 외교부는 압수수색을 당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체포됐다. 이미 뇌물수수죄 등으로 체포된 박근혜 씨도 이 건으로 추가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때 수사 책임자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씨였다. 한국의 좌파 야당은 이번 윤 정권의 해결책을 불법 사법개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즉 좌파가 다시 집권할 때 윤 씨 체포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여러 곳에서 논하고 있지만, 일한간 역사인식을 둘러싼 외교분쟁의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해결책은 역사의 진실에 입각해 전시노동자나 위안부에 대한 강제연행설이나 노예노동·성노예설은 거짓이라고 단정하고 그 거짓말을 퍼뜨린 일본과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반일세력과 전면적으로 싸우는 것이다.

두 번째 해결책은 거짓과 싸우지 않고 피해자 구제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1965년 일한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보상 책임은 모두 끝났으니 한국 자체적으로 피해자에게 보상 조치를 하는 것이다.

3월 21일 연설에서 확인한 대로 윤 정권의 ‘해결책’은 강제연행·강제노동설이 진실이라는 입장에 서있다. 이런 입장에 서있는 한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해줘야 할 보상을 정부가 대신 해주는 것은 굴욕 매국외교라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일정한 지지가 모아지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짓말과 싸우지 않고,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지 않고, 절충안으로 시간을 벌어 일한관계 개선을 꾀했다. 일본은 그 본질을 파악하면서 국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 개선을 주의 깊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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