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ㅣ미국 최대 통신사 AT&T가 향후 5년간 2500억 달러 (약 373조 원) 규모의 초대형 통신 인프라 설비투자(CAPEX)에 나선다. 반면 국내 통신 3사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사업 다각화와 마케팅에 치중하며 본원적 경쟁력인 네트워크 투자는 줄이고 있어, 다가올 6G(6세대 이동통신) 및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T&T는 이달 10일(현지시간) 창립 150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2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광섬유, 5G, 위성 기반 네트워크를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존 스탠키 AT&T CEO는 “미국의 연결 경쟁력을 높이고 더 많은 지역에서 광섬유와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의 연방 통신 정책 환경은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할 만큼 매우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연평균 투자 규모는 약 500억 달러(약 74조 원)로, 국내 통신 3사 연간 합산 CAPEX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경쟁사 버라이즌도 2024년 171억 달러(약 25조 원)를 투자했으며, 올해 160억~165억 달러(약 24조 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구축 기업을 제외하면 데이터 인프라 투자 상위 10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국내 통신 상황은 대조적이다. 지난해 통신 3사(SK브로드밴드 포함) 별도 기준 합산 CAPEX는 6조 229억원으로 전년(6조 6148억 원) 대비 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마케팅 비용은 8조 490억원으로 전년(7조 6610억 원) 대비 5.1% 늘었다. 인프라 투자는 줄이면서 가입자 유치 비용은 늘어난 구조다.
본업 소홀의 대가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서’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5G 커버리지 맵 과대표시 비율은 2023년 1.33%에서 2024년 0.17%로 일시 개선됐다가 2025년 6.67%로 급증했다.
커버리지 맵은 이용자가 특정 지역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통신사가 제공하는 지도다. 실제로는 5G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임에도 지도상에는 이용 가능한 것처럼 허위 표시한 것이다.
반면 전국망이 안정화된 LTE의 과대표시 비율은 같은 기간 1.94%에서 0.44%로 오히려 줄어, 5G만의 관리 소홀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AT&T발 투자 확대가 국내 통신장비주에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AT&T의 설비투자 확대 발표로 통신장비 업종에 대한 투자 신호가 강화됐다”며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국내 통신장비 업종이 장기 빅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장비 사용 제한의 영향으로 에릭슨 중심의 장비 수요가 확대될 경우 국내 장비 업체들의 공급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사들의 자발적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통신비 인하 압박 대신 법인세 인하나 규제 완화를 내세운 미국의 정책 방향이 AT&T의 초대형 투자를 이끌어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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