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제가 지난 7월 1일 축소시행 된 후 4개월 정도가 흘렀다. 당시 스크린쿼터 축소시행에 관련해 1만여명의 영화인들이 거리로 나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집회를 열었고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통상외교본부장 등의 조형물 화형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곽신애 이사(LJ필름)는 “천만 관객이 찾는 영화 한편보다 3백만 관객이 찾은 영화 네편이 더 이롭다. 그러나 쿼터가 축소되면 그럴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입소문으로 흥행몰이를 하는 영화는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감독들과 배우, 제작자들이 스크린쿼터 축소시행과 관련해 ‘한국영화의 몰락’ ‘문화주권 잃게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드높혔다. 더욱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배우 최민식은 한 대학 강연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나 폐지되면 영화산업이 급격히 위축될 것입니다, 제가 지금 여러분한테 드리는 말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올해 7월 1일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영화 성적표는 ‘이상무’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 이후 배우 유오성은 대다수 영화인들과 다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수원 KBS에서 열린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제작발표회에서 유오성은 “지금 스크린쿼터 반대운동을 선전, 선동하는 모습이 과거 80년대의 민족주의 투쟁같다”며 쓴소리를 했다.
또한 지난 10월 ‘한미 FTA 관련 대한상의 -주한미국상의 공동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했던 조희문 상명대 영화학과 교수는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축소 이전의 스크린쿼터제가 경쟁력 있는 영화에 독과점을 허용함으로써 실제 지원이 필요한 독립영화등을 소외시켜왔다”며 “개방을 통한 경쟁이 보다 나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쿼터제가 축소시행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성적표는 매우 낙관적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중이던 지난 추석연휴기간에는 한국영화점유율이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지난 7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박스오피스 자료를 보면 1위부터 20위까지 한국영화는 14편, 미국영화는 5편, 일본영화 1편으로 나타났다. 1위인 ‘괴물’을 비롯해 ‘타짜’, ‘한반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라디오 스타’ ,’거룩한 계보’, ‘각설탕’등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은 11월 현재 64.9%에 이른다. 특히, 대형 스타가 출연하지도 않았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동물 소재의 영화 ‘마음이…’가 입소문을 통해 대형 스타들의 출연작들을 누르며 감동몰이를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결과들은 스크린쿼터 축소시행과 더불어 ‘한국영화의 몰락’을 예고했던 수많은 의견과는 사뭇 다른 결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마케팅 관계자는 “스크린쿼터제가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점도 있지만 한국영화의 양극화를 가속 시키고 소수 영화제작사와 스타들을 배불리 먹고 살게끔 해준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가 우리문화를 지켜주지는 못한다. 우리의 것을 창의적이고 독특하게 만들어 내는 실력과 노력만이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7월 이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를 보면 헐리웃식 블록버스터나 액션영화보다는 ‘각설탕’ ‘라디오 스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등 독특한 소재와 한국적 감성을 지닌 영화들이 대부분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스크린쿼터가 기존 146일에서 73일로 축소시행되고 있는 한국영화는 현재로선 ‘이상무’이며 그 어느때보다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영화가 망할 것 같이 선동했던, 영화인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은 현재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또다른 곳에서 방송시장 개방 반대의 깃발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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