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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없는 S라인 시대의 김혜수

20년만에 다시 열리고 있는 김혜수 전성시대

*사진설명 :ⓒ타짜
김혜수의 화려한 변신?

조승우 주연의 도박 영화 <타짜>가 개봉 5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미 한국형 도박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최동훈 감독은 <타짜>에서 한층 더 짜임새있는 구성을 선보였다. 그러나 <타짜>에서의 화제는 뭐니뭐니 해도 역시 한국형 팜므파탈을 연기한 김혜수의 화려한 변신이었다,.

화려한 변신? 어찌보면 김혜수에게는 낯선 단어이다. 이미 1986년도에 <깜보>로 데뷔하여, 무려 20년 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거친 김혜수에게 변신이 웬 말인가?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타짜>에서의 도박판 매니저, 정마담 역은 20년 간 김혜수가 맡은 역할 중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이었다.

1998년까지, 한국의 영화계에서는 김혜수, 심은하, 전도연, 김지호, 김희선, 고소영 등이 활약하였다. 이 중 그 어떤 캐릭터가 주어지더라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심은하와 전도연을 제외하고는, 김혜수, 김지호, 김희선, 고소영 등은 영화계에서 별다른 히트작품을 내지 못했다.

고소영은 데뷔작인 드라마 <엄마의 바다>에서의 귀여운 악녀 경서 역을 뒤로 하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연풍연가> 등에서 착하디 착한 역에 집착한 결과, 반쪽 짜리 광고 스타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스릴러물 <아파트>에 이어 코믹멜로에 출연하는 등, 자신 본연의 매력을 찾아가고 있으니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뒤늦게 열리는 김혜수의 시대

하지만 이는 김혜수의 경우가 훨씬 더 심각했다. <깜보>에서의 귀여운 소녀로 시작한 김혜수는 <닥터봉>, <미스터 콘돔> 등 코믹물에서 인정받을 만한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양윤호 감독이 일찌감치 지적했듯이, 김혜수가 코믹물에 머무르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 큰 감이 있다. 김혜수가 실제로 가장 해보고 싶은 역은 <베티블루37.2>의 베티였으니 말이다.

2000년대 들어서, 전지현의 섹시 신드롬이 번지며, 이제 여배우에게 노출과 섹스어필은 전공필수과목이 되었다. 고소영이든 김혜수든 90년대 내내 숨겨온 섹시미를 드러낼 수 있는 때늦은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김혜수는 2004년 <얼굴없는 미녀>를 통해 과감한 노출신을 선보였고, <분홍신>이라는 싸이코 스릴러물에 출연하는 등, 그간 스스로 맡고 싶은 역에 몰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흥행 등에서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특히 <얼굴없는 미녀>는 한국관객의 감수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작품이어서, 오히려 김혜수의 가치만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감성없는 S라인이 판치는 현실

*사진설명 :ⓒ타짜

<타짜>의 정마담 역은 그런 점에서 한국의 관객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법한 팜므파탈 캐릭터이다. 과연 저 역할을 김혜수가 아니라면 누가 해낼 수 있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 20년 경력의 관록과 김혜수 특유의 카리스마, 더불어 육체적 매력까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매력을 담아내었다. 이미 한국 영화계에서는 <엽기적 그녀>로부터 시작하여, <다세포 소녀>까지, 사악하고, 강하고, 끔찍한 모든 여성 캐릭터가 소화되고 있으니, 김혜수로서는 부담조차 가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대형 기획사들이 속출하면서 스타의 과잉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화계에서는 김혜수, 고소영, 전도연 등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믿고 맡길 사람은 그래도 아직 이들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캐릭터들이 다변화될수록 오히려 관록의 스타들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연기란 단순히 표정을 만들고 몸동작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다. 시나리오 상에 주어진 캐릭터를 자신의 삶에 투영하여, 스스로 그 역에 몰입이 되어야 한다. 기획사의 판짜기가 아니라 10대 소녀 시절부터 스스로 역을 찾아, 모든 성공과 실패를 다 맛보며, 배우의 인생을 살아온 김혜수가 표현한 정마담은, 김혜수의 분신이라 봐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로봇을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현재의 대형 기획사 시스템에서, 김혜수와 같은 배우가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무런 감성도 없이 아무나 벗고 나오면 환상의 S라인이니 떠들어대는 천박한 포털 저널리즘과 함께 한국의 여성 스타의 매력은 점차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김혜수와 전도연에 매달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 점에서 김혜수의 <타짜> 성공이 반가우면서도, 한국의 대중문화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1999년 <스타비평>을 통해 김혜수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04년 <얼굴없는 미녀>에서는 김혜수의 역을 혹독히 비판한 바도 있다. 김혜수 본인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고, 나 역시 앞으로 개별 스타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상품으로서의 스타 이전에 사람이라는 점을 더 염두에 두고자 한다. 그러나 꼭 전하고 싶은 말은, 2006년 현재, 대형 연예기획사 시스템 하에서는 나쁜 평이든 좋은 평이든 캐릭터를 분석할 만한 여배우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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