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음반, 출판 시장의 몰락을 이끈 포털과 뉴미디어 전문가들
신문시장은 왜 이렇게 급격히 침체되고 있는 것일까? 신문 하나만 보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모든 문제점을 신문 자체의 책임으로 돌리곤 했다. 예를 들면 당파성, 상업성, 몇몇 거대 신문들의 유통망 장악 때문에 신문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하는 이른바 언론개혁진영에서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눈을 감는 사안이 있다. 바로 포털이다. 대한민국 언론사에서 포털 만큼 상업적이고, 포털만큼 유통 권력을 쥐고 있는 언론은 없었다. 더구나 정통부 관리 하에 포털은 태생적으로 친권력, 친자본의 편에 서게 되어있다. 놀랍게도 신문개혁론자들은, 이런 포털을 비판하기는커녕 신문사들에게 이런 포털을 본받으라 훈수까지 두고 있다.
한국의 유가 콘텐츠 시장은 모든 영역에서 OECD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신문구독률 감소율도 OECD 최고, 최근 5년 사이 4000억 대에서 1000억대로 전락한 음반시장 축소율도 OECD 최고, 불과 10년만에 5조원에서 2조원으로 반토막 나버린 출판시장 감소율도 OECD 최고이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유가신문 시장의 몰락이 모두 신문 탓이라면, 음반하고 출판시장의 몰락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신문. 음반, 출판시장이 몰락해가는 과정은 거의 유사하다.
첫째, 사업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인터넷에 무료로 자신의 유가판매 콘텐츠를 올려놓는다.
둘째, 거대 포털이나 벅스뮤직 같은 대형 인터넷 사이트, 그리고 소리바다 등 P2P 서비스에서 불법으로 이 콘텐츠를 무제한 유통시킨다.
셋째, 이에 대해 해당 분야의 비평가들이 어리석음을 지적하면, 뉴미디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무슨 소리냐, 이것은 시장이 확대되는 현상이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포털 등과 대규모 이벤트를 열어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자들을 설득한다.
넷째, 이미 마구잡이로 인터넷에 무가로 유포된 콘텐츠가 쌓이면서, 신문과 음악 등은 그 고유의 언론의 가치와 예술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즉 뉴스는 이메일 작성하러 들어가며 곁눈으로 보는 부대 서비스로 전락했고, 음악은 뮤직비디오나 미니홈피 배경으로 깔아놓으면 되는 정도로 인식된다.
다섯째, 시장이 반토막이 나기 시작하면,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이, “이미 기존의 유통망은 끝났다. 보다 새로운 유통망을 찾아내야 한다. 과감히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려라”라며, 시장의 몰락을 독려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여섯째, 결국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진다.
최근 포털은 출판사들에게 단행본 서적의 삼분의 일 가량을 포털에 공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뉴스와 음악을 공짜로 빨아들인 뒤, 이제 유가 콘텐츠 시장의 최후의 보루라는 출판까지 집어삼키려는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포털과 뉴미디어 사기꾼들에게 콘텐츠 생산자들이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뉴스 편집 권력을 놓치지 않겠다는 네이버
최근 네이버는 거세지는 포털의 콘텐츠 장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여서인지, 뉴스 혁신안을 발표했다. 조선닷컴의 기사 내용에 따르면 네이버의 혁신안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 뉴스메인 옆에 ‘언론사별 뉴스보기’란을 신설하여, 이곳을 클릭하면 각 언론사에서 편집한 대로 기사를 볼 수 있다.
둘째, 뉴스 검색 시, 개별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링크아웃된다.
이 혁신안의 골자는 엄밀히 말하면 네이버가 바꾸겠다는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네이버가 결코 양보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 핵심일 수 있다. 바로 초기 화면 뉴스홈의 뉴스들은 여전히 네이버가 편집하고, 그 뉴스들은 늘 그랫듯이 네이버 서버들에 담아두겠다는 것이다. 조선닷컴의 기사에 따르면 네이버가 네티즌의 선택에 따라 뉴스 메인도 구성할 수 있다고 해놓았지만, 이는 사실 상 조삼모사에 가깝다. 귀찮게 로그인까지 해가면서 뉴스면을 바꿔서 볼 만한 네티즌은 1%도 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네이버의 혁신안은 기존의 언론권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브 페이지에 언론사가 직접 편집할 수 있는 코너 하나만 더 만들어주겠다는 것뿐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각 언론사들은 이제 네이버 서브 페이지에 들어가서, 한겨레와 스타뉴스 등이 서로 홈페이지로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살인적인 페이지뷰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겨레와 연예전문 스타뉴스가 포털에서 클릭수 경쟁을 하게 되었을 때, 상황은 너무나 뻔한 일 아닐까?
스타뉴스가 한겨레를 닮아갈 가능성은 0%인 반면, 한겨레가 스타뉴스로 닮아갈 가능성은 최소 50%는 되어보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포털 내에서의 언론사들의 클릭수 경쟁에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언론은 포털에서 하향평준화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마지막 권위까지 추락하게 되며 확인사살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의 신문시장의 위기는 이렇게 포털에서 클릭수 경쟁하여 자사의 사이트 접속자를 조금 늘리는 수준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포털이 신문시장에 미치는 가장 큰 해악은 신문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온 노무현 정권의 신문 죽이기에 포털은 가장 결정적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신문사의 권위나 특성에 상관없이 포털에 무료로 떠다니는 뉴스들, 이에 길들여지는 독자들은 더 이상 신문의 편집과 배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포털 뉴스소비자들이 대개 젊은층이라는 점에서 이런 상황을 방치해둔다면, 향후 신문시장의 존재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젊은 네티즌들은 신문을 보지 않아도, 책을 사서 읽지 않아도, 그들은 아무런 불안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더구나 정권의 실세라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앞장서서 “나는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떠들어대는 판이니, 오히려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이상한 취급을 받고 있지 않은가?
현재 한국의 신문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제출한 신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인터넷신문은 초기화면 기준 뉴스면 비율 50% 이상 의무화해야하므로, 사실 상 포털의 메인 뉴스면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의 뉴스 혁신안 중, 네이버가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포털의 뉴스 편집 권력을 제 위치에 놓는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가 하겠다는 아웃링크 검색이나, 언론사별 뉴스보기 서비스 등은 서브페이지에서 그대로 하면 된다. 즉 이승희 의원의 입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네이버의 혁신안은 그대로 진행시키면 되는 것이다. 네이버의 혁신안 때문에 신문법 개정안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포털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신문을 누가 사보나?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신문법 통과 여부가 아니다. 포털 문제는 인터넷의 향후 정책에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신문사들이 이런 문제 하나 해결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제, 경제, 사회 등 수많은 국내외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신문사들의 콘텐츠를 신뢰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더구나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인터넷 정책에 대한 문제 역시 포털의 눈치나 보면서 쓰는 기사를 누가 돈주고 사서 읽어보겠는가?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산업혁명의 성공 이후, 철도와 석유 등에서 거대 기업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여타의 기업들을 합병하면서 철저한 독과점 체제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와 관료들은 안티트러스트법을 통과시키며 세계 최초로 독과점에 대해 정부의 관리를 시작했다. 이 법은 향후 전 세계의 독점 방지를 위한 바이블이 되었다.
현재의 한국 인터넷은 마치 19세기의 미국의 산업과도 유사하다. 몇몇 포털 등이 인터넷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바로 미국의 안티트러스트법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 시작이 바로 이승희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 통과가 될 것이며, 향후 공정거래법, 검색사이트법, 등을 통해 보다 창의적인 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인터넷의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으로 볼 때 이 룰은 전 세계의 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의 중요한 인터넷정책을 한국의 신문사들이 이끌면서 추락한 신문의 권위가 회복될 것이다. 이런 인터넷정책 관련 기사는 절대로 포털에서 볼 수 없을 것이며, 이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향후 인터넷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여 시대에 뒤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문을 보지 않으면 뉴미디어 시대를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신문사들은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시대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그래야 전자잉크제가 도입되었을 때 유가신문이 미디어의 중심 위치를 잃지 않으면서, 신문사들이 새로운 뉴미디어 사업에 안전하게 진출할 수 있다. 어차피 종이신문 하나로 기존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신문사들이 인터넷신문, IPTV 등 뉴미디어 분야를 아우르며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불공정한 언론권력 포털을 제어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종이신문에 대해서는 죽이기 수준의 규제를 말하면서도, 미국자본과 대기업자본이 대주주를 이루는 포털에 대해서는, 한 줄의 규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진보적 언론학자와 언론운동가들도, 더 이상의 이중플레이는 그만두기 바란다. 지금까지야 뭘 몰라서 그렇다고 쳐도, 앞으로도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이는 포털을 이용하여 재집권에 나서려는 노무현 정권과 코드를 맞추겠다는 의도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알아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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