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을 수선하다 계획을 바꿔 아예 철거하고 신축에 나선 경우 철거도 용도변경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외부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건물 용도변경 공사에 착공하지 않았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며 C씨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측 항소를 기각, 1심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모 재벌그룹 CEO인 C씨는 2004년 6월25일 처가 운영하는 화랑을 이전할 목적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고급주택을 27억원에 매입했다.
고급주택은 중과세 대상이어서 일반세율의 5배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내야 했지만 C씨는 `취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용도변경 공사에 착공하는 경우'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지방세법을 근거로 취득세 5천400여만원과 10%의 농어촌특별세를 냈다.
C씨는 7월25일부터 4일 간 내부 인테리어를 제거하고 1ㆍ2층 사이 바닥을 뚫는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중간점검 결과 수선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판단해 아예 건물을 철거하고 화랑을 짓기로 계획을 바꿔 10월 건축허가를 신청한 뒤 기존 수선신고는 취하했으며 건물은 이듬해 5월 철거됐다.
한편 구청은 2005년 1월 현장답사시 건물의 외부 상태에 전혀 변화가 없자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판단, 중과세율을 적용해 나머지 취득세ㆍ가산세 등 3억여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비록 수선공사를 중단한 뒤 건물 자체를 철거하고 화랑을 신축하게 됐더라도 내부철거 중단 후 건물이 철거될 때까지 주택 용도로 사용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착공기간 만료 이전에 용도변경 공사에 착공하지 않은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기간 만료일 이내인 7월25일 주택 내부 등을 철거해 용도변경 공사에 착공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외부 상태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착공하지 않았다고 본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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