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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웅=
'한국이 처한 상황 7%성장만으론 해결 안돼'
'북핵, 보혁, 개헌...수치 응용이 힘든 예측 불가능 사회'
'경제수치 하나만으로 부흥의 황금률로 삼는 건 무리'
'계량화할 수 없는 싱싱한 기백이 가장 중요한 요소'




"7% - 3만 달러, 어렵지만 길은 있다"는 한국 경제연구원의 노 성태 원장님의 주제발표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일단 위기의 늪을 벗어 날 수 있다. 지금의 노무현 정부하에서 이 수치를 기대하기란 이미 물건너 간 얘기일테고, 차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를 달성해도, 아니 더 너끈하게 잡아 오는 2012년 안으로만 달성된다 쳐도 우리는 일단 한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어렵지만 "7%성장, 3만 달러"만 달성하면 만사 형통인가로 압축된다.
얼핏 비경제적인 주제인데다 노 원장님의 주제 범위를 크게 일탈하는 사안으로 비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 나 스스로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를 굳이 제기함은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이 단순히 7% 경제 성장률이나 1인당 3만 달러소득의 달성 하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제 발표자께서는 위 수치의 달성이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이 아님을 강조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지금같은 노 무현 정부의 시책과는 달리 친시장경제와 친기업 정책에로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친시장경제와 친기업정책으로 전환만 되면 우리는 만사 형통해 지는가? 이런 전환만 이뤄지면 우리는 이번 토론의 주제대로, 서로 맘놓고 "위대한 대한민국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울러 "코리언 르네상스"를 건져 올릴 수 있을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도조(東條)내각때도 시장경제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헌법을 지니고도 히틀러의 등장으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바이마르 공화국 역시 시장경제를 지향했다. 시장경제가 과연 두 나라를 살렸던가.

백보를 양보해, 천신만고끝에 7% 경제성장에 3만 달러 소득을 달성했다 치자. 다시말해, 경제의 제갈공명을 찾아내 총리를 시키거나 이번 대선에서 한국 초유의 경제 대통령을 선출해 이러구러 `7%와 3만 달러`를 달성했다 치자. 이렇게만 되면 끝난다는 건가!

이렇게만 되면 우리는 지금 숨통을 조이고 있는 논쟁의 늪에서 훌쩍 벗어날 수 있는가. 보혁논쟁, 개헌논쟁, 사학논쟁, 북핵논쟁, 전교조 논쟁, 반미친북 논쟁, 친노반노의 여러 논쟁 들이 `7%, 3만 달러'의 달성 하나로 모두 실타래 풀리듯 풀린단 말인가.

나의 이같은 주장(또는 반론)이 자칫 `7%성장, 3만 달러 소득`이라는 경제수치의 무의미나 무익(無益)을 말하려는 것이 아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경우 연방금리를 0.5% 올리고 내리는 단순 작업을 되풀이하며 6명의 대통령 밑에서 장장 19년간 미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뤄낸 장본인이었다.

다시말해서 미국같은 나라에서라면 `7% 경제성장, 3만 달러 국민소득`이라는 수치 상승 하나만을 가지고 태평성세를 이뤄낼 수 있다. 허나 OECD 1위의 이 미국한테는 우리가 지금 앓고 있는 보혁, 개헌, 사학, 북핵, 전교조 논쟁이 존재하지 나라다. 설령 존재한다 치더라도 지금의 우리처럼 너죽고 나죽자 식의 맹목적 대결국면이 존재할 수가 없는 나라다.

따라서 만사가 안정되고 예측가능한 사회에서 통하는, 소위 미국식 수치나 통계를 우리에게 무조건 적용함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지금 한국의 상황을 좀더 비근한 예로 바꿔, 우리 내장에 비유해 이야기 해보자. 현안의 경제성장과 국민소득의 증대를 이루고 못 이루고를 우리 몸에서 제일 중요한 재생기능을 지닌 간(肝)기능에 비유해 보자. 우리는 지금 경제성장률 후퇴와 1인당 소득 제자리 걸음마 상태라는 간 질환에 걸려있다. 약물 치유가 되지 않는 간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요즘 잘 발달된 간이식 수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이 간(肝)만 잘 바꾸면 우리 몸은 건강을 되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다.
폐가 맡고 있는 호흡은 어떻게 할 것이며, 심장의 관장하에 놓인 맥박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백보를 양보해서 (간 이식이라는) 수술에 성공했다 치자. 허나 수술을 마친 환자가 숨을 쉬지 않을 경우, 그 수술은 과연 성공한 수술이라 말 할 수 있는가.

마찬가지다. 나라 발전이나 부흥을 따질 때 내장 어느 한 부위의 상태만을 따질 수 없듯 단순한 경제수치의 높낮이를 황금률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하나의 예화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을 창간할 때의 일이다. 편집국장으로 창간에 참여했던 나는 창간에 걸맞는 커버 스토리로, 당시 5천 달러에 갓 진입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에 주목했다.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위해 한국 갤럽 측에 요청, 우리나라 평균인을 추출해 내도록 의뢰했다.
1989년 평균 한국인으로 모 은행지점의 과장대리로 있던 갓 30살 된 행원 한 사람이 추출됐다. 학력은 고졸. 장가든지 1~2년 됐고, 애는 하나가 딸려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와 같은 국민소득 5천 달러되는 나라로 그리스라는 나라가 있음에 주목했다.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드디어 우리가 평소 부러워하던 서구의 한 나라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곳 그리스의 갤럽한테 부탁해서 역시 평균 그리스 사람 하나를 추출해 냈고, 나는 그를 만나러 현지를 방문, 아테네 시 근교에 살고 있는 40 후반의 그리스 중년 남자를 만났다.

한국의 평균인과 그리스 평균인을 비교 분석하자는 것이 커버 스토리의 핵심과제였기 때문이다. 그곳 그리스 현장에서 내가 느낀 괴리감을 설명려는 것이 내 주장의 결론이다. <시사저널> 창간특집의 핵심 사안이기도 했다.

둘 다 같은 5천 달러 소득자였건만, 한국 평균인과 그리스 평균인은 너무나 달랐다. 그리스 평균인은 우리와는 달리 나이가 엄청나게 많았다. 또 실업자였다. 허나 내가 정작 말하고 싶은 차이는 이런 나이나 실업자 여부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기백(氣魄)이 달랐다. 싱싱하고 만사 의욕에 불타던 한국 평균인과는 달리 그곳 그리스 평균인은 나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꾸벅꾸벅 졸던, 맥아리빠진 중년 사내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두 평균인의 1인당 소득은 똑같이 연 평균 5천 달러였다.

이 기백의 있고 없고를 1인당 국민소득 5천 달러라는 수치속에 어떻게 나타낸단 말인가!
이미 고인이 됐지만, 미국의 한스 모겐소라는 국제정치학자가 내린 국력 평가의 기준을 소개하는 것으로 나의 주장을 마감한다.

땅덩이, 인구, 지하자원, 경제력(경제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등이 그 나라 국력을 평가하는 요소가 된다. 또한 이 요소들은 대부분 수치로 계량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다. 단 하나, 모겐소 박사가 지적한 국력평가의 기준가운데 사기(士氣/morale)라는 것이 있는데, 이 사기를 우리는 무슨 수치로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사기란 구체적으로 그 나라 국민의 기백(氣魄)이다.
결코 계량화 될 수 없는 것임은 말할 나위없다



/빅뉴스포럼 대표




제2주제 <위기돌파의 첫 단추-7% 경제성장> 발제 목록

[주발제] '7%성장-3만달러' 어렵지만 길은 있다
*목표달성 전략 적절한가 따져라
*반시장 반기업정서 해소가 출발점
*투자 확대에 최우선순위 두라
*새로운 성장동력 찾고 생산성 높여야

[공동발제]
*훌륭한 정치 리더십, 경제도약 이끈다
*친기업 정서의 확립이 중요하다
*5%대 성장 지속하면 훌륭한 수준
*성장률 7%속에 기백도 포함되는가?
*서민이 성장하는 한국경제 만들자
*경제기초 탄탄하게 해야 7% 간다
*정치만 확 바꾸면 8%성장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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