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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범여권 대통합' 연일 몰아대는 이유

후보 단일화 통해 한나라 대 반한나라 구도 만들면 승산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단일 정당을 구성해야 한다. 안되면 연합체라도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행동해야 한다.”

지난 26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말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발언이다. 그동안 어디까지나 관찰자적 시점에서 범여권 대통합을 주장해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생결단‘, ’단일 정당‘, ’연합체‘라는 절박한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범여권을 향해 통합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의 2강 체제로 대선 정국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도 DJ는 “(한나라당의 독주는) 쏠림 현상도 아니다. 상대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라며 “잘못하다간 (국민들이) 체념하고 외면할 우려가 있다. 그러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거품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범여권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셈이다.

대선 정국에서 현직 대통령도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개입했던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사실상 DJ가 범여권 통합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은퇴한 국가 원로가 현실 정치에 개입한다는 주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DJ는 범여권을 통합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훈수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DJ "범여권 통합한다면 한나라당 이길 수 있다“

DJ가 숱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범여권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가져온 정권을 다시 넘겨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표면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상징되는 대북 햇볕정책의 근본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꼽히지만,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잡은 정권을 돌려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그동안 DJ는 자신이 시도한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표시해왔고, 비록 부족하지만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대북 포용정책으로 계승 발전시켰다고 보고 있다. 굳이 노벨평화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반도 국제정세에 관한한 세계적 인물로서 차기 정권을 통해 햇볕정책의 성과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DJ는 범여권이 통합한다면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대체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14대 대선에서 3당 합당을 통한 YS와 JP 연합에 고배를 마신 DJ는 15대 대선에서 DJP 연합으로 승부수를 던져, 결국 승리했다. 16대 대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통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는 이회창 대세론을 꺾고 정권을 획득했다.

한 마디로, DJ의 훈수는 반한나라당 정서에 기초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1:1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고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으로 전선을 펼친 뒤, 충청 민심을 얻거나 드라마틱한 승부수를 던진다면 이번 대선에서도 범여권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소통합, 대통합 문제를 놓고 연일 진통을 거듭하면서도 범여권이 왜 그렇게 통합에 매달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멀고 먼 통합의 길

연일 DJ가 범여권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노 대통령은 “대세를 거스르지 않겠다”며 사실상 통합 논의를 인정했다. 그동안 통합은 지역주의 회귀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던 노 대통령이 전향적인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DJ와 노 대통령이 손을 잡고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DJ와 노 대통령이 함께 통합에 손을 들어준다면 범여권의 움직임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통합에 관한 전권을 4개월간 시한부로 위임받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오는 6월 14일까지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고, 통합의 징검다리를 자처한 중도개혁통합신당도 마음이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노 세력도 통합에 대해선 어느 정도 교감하고 있다.

문제는 통합배제 인사를 거론하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는 민주당이다. 명분이 없으면 실리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무작정 대통합에 찬성할 수가 없다. 원내 교섭단체도 이루지 못한 정당이 대통합 소용돌이에 자칫 휩쓸려 얻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조건이 맞으면 통합, 그것도 소통합부터 고려하자는 민주당을 과연 DJ가 설득할 수 있는지 여부가 범여권 통합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되어 있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 DJ와의 만남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민주당이 끝내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무더기 탈당파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찬성파들이 탈당해 제3지대에서 만나 통합신당을 꾸리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6월 14일 전후로 열린우리당에서 대량 탈당 사태가 벌어진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문제는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도의 합류로는 통합신당이 도로 열린우리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행보가 관심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손 전 지사는 DJ와 만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탈당 후 별다른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손 전 지사가 만약 범여권과 만난다면 민주당을 배제한 제3지대 범여권 통합신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DJ의 뜻에 따라 범여권이 통합해 대선 양자구도를 만든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경선 방식이나 당내 지분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한, 만일 대선에 패배한다면 곧바로 책임론에 직면하고, 다가올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범여권 대통합은 이뤄질지라도 연말 대선을 위한 가설된 결사체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과연 DJ의 훈수정치가 범여권 통합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나아가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동교동으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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