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블로거 진중권씨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로부터 부당수령액 반환을 청구받은 데 대해 반론글을 기고했다. 1700만원을 반화해야할 처지에 놓인 진중권씨 입장에서는 구구절절 억울한 감정이 섞인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진중권씨가 항변할 문제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계약의 ‘갑’ 한예종이 책임지고 국민세금을 돌려받으라 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답변해야할 사람은 황지우 총장 등 현 한예종 운영 책임자들이다. 계약의 ‘을’의 입장인 진중권씨는 한예종의 처분을 기다린 뒤, 부당하다 생각된다면 한예종과 황지우 총장과 싸워야 한다.
진중권씨가 문화체육관광부에 던진 질문은 넌센스
물론 국민세금 1700만원을 돌려받으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진중권씨가 자발적으로 돈을 반환하지 않는 이상,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3심까지 간다 했을 때 최소 1-2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볼 때 진중권씨는 나서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하지만 진중권씨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정당한 의혹을 제기한 필자와 인터넷미디어협회에 또 다른 명예훼손성 표현을 써가며 공격하고 있다. 인터넷미디어협회가 제기한 의혹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또한 인터넷미디어협회의 기사는 거의 대부분 진중권씨 스스로 밝힌 내용이며, 한예종 학칙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진중권씨의 다음과 같이 7가지의 질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에게 던져놓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질문은 인미협이 황지우 총장에게 던져야할 질문이라 생각된다.
1. 채용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객원 조건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2. 교수 실적으로 보고한 나의 객원 활동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3. 출판 활동이 객원의 활동이 아니라면, 사적 문서인 출판 계약을 카메라에 담아간 이유는 무엇인가?
4. 내가 객원교수로 활동하면서 2학기 강의를 거부함으로써 계약을 위반한 적이 있는가?
5. 계약을 위반하지 않은 이의 급료를 환수하는 게 윤리적으로 온당하고, 법리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6. 윤리적으로 온당하지도 않고,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요구를 처분 결과에 담은 저의는 무엇인가?
7. 아직 감사 처분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이 남아 있는데, 감사 결과를 언론에 흘린 저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을 인미협이 황지우 총장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버전을 바꿔보겠다.
황지우 총장은 왜 학칙을 위반하면서 진씨와 계약했는지 밝혀라
1. 한예종의 설치령과 학칙에는 객원교수를 실기전문가 또는 특수경력의 소유자가 객원의 형태로 교육을 담당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총장의 위촉에 의하여 지정된 기간에 지정한 교과목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진중권씨의 계약 채용 내용은 강의와 통섭교육사업 연구와 책자 발간 등이 포함되어있다.
인미협이 문제제기 했던 것은 진중권씨가 2학기 강의를 하지 않은 차원이 아니었다. 진중권씨는 미학강의와 현대사상의 지평을 강의할 수 있는 실기전문가나 특수경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독일 유학 실패 경험과 온갖 방송에 나간 것이 경력의 전부인 사람이 무슨 특수경력자란 말인가. 고로 진중권씨는 처음부터 한예종의 객원교수로 채용될 자격이 없었다. 계약 자체가 학칙위반이므로, 이 계약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에서 볼 때는 위법이며, 당연히 1700만원이 아니라 3400만원 전액을 반환하도록 해야한다. 이에 대해 진중권씨가 불만이 있다면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항할 게 아니라 잘못된 계약을 한 한예종과 황지우 총장에게 구상권 청구 등 법적 소송을 해야한다.
통섭교육사업은 이미 별도의 35억원이 배정되어있었다. 만약 진중권씨가 통섭연구를 목적으로 한예종에 필요했다면, 객원교수가 아니라 통섭교육사업을 위한 연구원으로 채용했어야 했다. 한예종 자체 예산을 객원교수 채용 규정도 어기면서 진중권씨에 배정했던 것 자체가 문제이다.
황지우 총장에게 묻는다. 왜 학칙과 설치령을 어기면서 진중권씨를 객원교수로 채용했는가? 이게 정치적 목적이나 서울대 미학과 패거리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면 다른 답을 내놓기 바란다. 진중권씨 본인도 황총장과 심광현 교수 등 미학과 선배들이 있는 한예종에 놀러갔다 제안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2. 진중권씨는 교수실적으로 보고한 객원활동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을 물었다. 이 역시 넌센스이다. 객원교수는 실기전문가나 특수경력자 중 강의를 목적으로 채용하게 되어있는데, 통섭교육사업 연구실적을 잔뜩 늘어놓고,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뭐라 답할 건가? 진씨가 연구보고서 1000권을 내놓아도, 한예종 학칙으로 보면 17000만원이 아닌 3400만원 전액 반환해야 하고, 이에 대해 황지우 총장이 책임이 있다면, 35억원이 배정된 통섭교육사업비에서 진중권씨에 보상해주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개인돈으로 보상하라. 황총장은 그럴 생각이 있는가?
3. 왜 출판계약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했느냐고 따져묻고 있다. 진중권씨의 계약조건에 책자 발행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것이 상업출판물인 UAT총서를 말하는 것인지, 통합세미나용 책자를 말하는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진중권씨가 필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받은 한예종에서의 연봉이 4천만원인데, 책 한 권 당 2000만원씩 두 권이니 딱 떨어지지 않느냐”고 해명했고, 이는 아우어뉴스나 뉴데일리 등 인미협의 회원사에게도 그대로 해명했다. 물론 나중에 개인돈을 들이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면서 취재의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진중권씨는 한예종UAT 총서에 개인돈을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출판사가 비용을 댄 상업출판물이다. 국민세금 35억이 들어간 공적 프로젝트명인 ‘UAT'를 진중권씨가 사적으로 브랜드를 이용하여 상업출판을 한 셈이 된다.
그러나 한예종 측에서는 UAT 총서 프로젝트는 진중권씨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 한예종이 직접 출판사를 섭외하여 진행했다고 밝혔고, 출판사는 수익의 일부를 한예종에 지급했다고 언급했다. 진중권씨의 개인해명보다 한예종의 해명에 무게가 실린다면, 한예종이 역시 공적 브랜드를 이용하여 수익사업을 한 셈이니,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연히 이를 감사해야 한다.
다시 황총장에게 묻는다. 대체 UAT총서는 진중권씨 개인 출판사업인가 한예종의 사업인가? 한예종의 사업이면 진중권씨는 이 판에 낄 이유가 없고, 언론사에 “내 돈으로 했다”며 허위진술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4. 진중권씨는 황지우 총장이 강의하지 말라 그래서 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자신이 계약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황지우 총장은 실제로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강의하지 말라고 했다. (감정에 겨운 듯 얼굴이 약간 구겨졌다.) 진 교수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통섭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객원교수로 1년간 채용했다. 진 교수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촛불 때 진 교수의 '활동'이 있었다. 정부가 진 교수를 껄끄러워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당시 나는 통섭 관련 예산을 확보하려고 구걸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내가 결정했다. 2학기 강의는 하지 말고, 통섭 프로젝트만 집중해달라고 했다. 객원교수에겐 강의만이 아니라 연구기획 역할도 있다. 그가 받은 돈은 정당하다." (<한겨레 21>, 2009년 5월 29일)
황총장의 발언 한 문단 한 문단 모두 학칙 위반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프로젝트 연구자를 객원교수로 채용할 수 없다. 오직 강의만을 위해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황총장은 자기 마음대로 학칙을 위반하며 2학기 강의는 하지 말고 통섭 프로젝트에 집중하라 지시했다. 총장이 학칙을 위반하여 공금을 남용했으면, 주무부서는 이를 반환시켜야 하고, 진중권씨는 애초에 계약을 잘못한 황지우 총장과 한예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한다.
또한 정부가 촛불 이후 진씨를 껄끄러워하여 강의를 하지 말라 지시했다는 황총장의 발언 역시 인미협의 취재 결과 왜곡이다. 한예종 안팎에서 처음부터 진씨가 객원교수 자격이 없으니 계약을 전면 검토하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황총장은 어설프게 정치적 술수를 부리지 말고, 진씨의 계약이 정당했는지만 밝히면 되는 것이다. 강의를 목적으로 채용되어야할 객원교수가 강의를 안 했다면 강의료를 주지 말아야지 웬 말이 이렇게 많은가.
5. 계약을 위반하지 않은 이의 급료를 환수하는 게 윤리적으로 온당하고, 법리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고 진씨는 또 따져묻는다. 역시 이는 황총장에게 따져물어야 한다.
6. 윤리적으로 온당하지도 않고,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요구를 처분 결과에 담은 저의는 무엇인가? 이 역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황총장이 답해야 한다.
7. 아직 감사 처분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이 남아 있는데, 감사 결과를 언론에 흘린 저의는 무엇인가?
진씨는 언론의 취재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언론에 흘리는 게 아니라 언론이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취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미협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감사결과 전체를 전체 언론에 공개할 것을 줄곧 요구해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실명이 거론된 인사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로 이를 여전히 꺼려하고 있다. 인미협조차도 감사결과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진씨는 국민세금 돌려주고, 당분간 절필하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라
인미협은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결과가 매우 불만족스럽다. 인미협이 가장 중점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심광현 교수의 AT미디어랩의 허위 사이트 부분이 감사결과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것은 감사하고 말 것도 없는 명백한 사안이며, 부실사업 정도가 아니라 허위보고서 작성의 혐의까지 짙다.
이에 인미협은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할 것이며, 여전히 진씨의 수업을 들은 학생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정당히 취재하여 보도한 인미협이 윗선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는 진씨에 대해 민형사 조치를 취할 것이다. 진씨가 이것만 사과하면 넘어가 주겠다는데 시종일관 정치적 목적으로 인미협을 음해하는 발언을 해대니, 공적 단체입장에서는 도리없는 일이다. 이번주 안에 조치를 취할 것이다.
진씨도 더 이상 입으로 여론선동하며 빠져나갈 생각하지 말고, 정정당당히 인미협을 검찰에 고소하라. 거짓 해명과 여론선동을 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법의 심판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자살세 막말 퍼부은 것 사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인미협에 대한 흑색선전과 명예훼손 발언을 늘어놓는가. 내가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진중권씨는 한예종 부실운영의 깃털에 불과하니, 그냥 조용히 국민세금 돌려주고, 억울하면 황총장을 법적 조치하고, 당분간 절필하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라.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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