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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30억원대 부실사업, 공금유용 의혹

웹솔루션은 개인 게시판 수준, 진중권 사업은 예결산 빠져


국가예산 30억원이 투입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미래교육준비단의 사업이 투입에 비해 아웃 풋이 미흡하다는 관측이 높아 부실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노무현정부 말기에 예산을 배정받아 2008년부터 추진해온 이른바 ‘통섭원(일명 U-AT) 사업’이 그것인데 이 사업에는 지난해에 40억의 국가 예산이 배정되어 이중 30여억원이 집행됐으나 뚜렷하게 드러난 성과가 약하거나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교육준비단은 한예종의 황지우 총장, 심광현 영상원 교수, 그리고 진중권 객원교수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주력사업이 통섭원 사업이다. ‘통섭원 사업'에서 ‘다양한 분야 학문(Multi-disciplinary)’의 다른 표현인 ‘통섭학문’을 연구하겠다는 것이 취지이다.

‘통섭(統攝)’이란 모든 분야가 미세하게 세분화되어 가는 현대 학문의 조류의 문제를 극복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새로운 학문연구의 풍조로서 예술과 과학, 인문 등을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학술 연구 및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1년에만 40억 배정, 총 180억짜리 초대형 학술 프로젝트

이 같은 학문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한예종의 황지우 총장, 심광현 영상원 교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서울대 미학과 및 ‘문화연대’ 인맥으로 분류-등은 한예종에 미래교육준비단(단장 심광현)을 만들고 2007년 예산을 확보, 2008년 3월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 과정을 U-AT(Ubiquitous-Art & Technology) 사업이라고 이름지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U-AT사업은 우선 9개의 Lab을 통해 기초 연구를 시작하고 2010년에는 한예종 내에 ‘통섭원’ 과정을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드는 총 비용은 180여억원으로 계획되었다고 알려졌다.

미래교육준비단은 이 ‘U-AT 교육’을 위해 포항공대, 카이스트, 광운대 등 국내 대학은 물론 MIT 미디어랩 등 해외 대학과도 활발한 교류를 가졌다고 홍보했으며, 특히 국내 대학들은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다’며 환호하는 학생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2008년 가을,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인미협)로 익명의 제보자가 전화해왔다. 한예종 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힌 그는 당시 진행 중이던 한예종의 ‘U-AT’ 교육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30여억 원이 투입된 사업자금의 결과물이 너무도 부실하다는 데 대해 많은 불만을 쏟아냈다. 이 같은 제보는 기타 메이저 매체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2008년 가을, 한예종의 ‘U-AT’ 사업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자금지원은 끊어졌다. 사업의 부실 여부와 관계없이 애초에 예술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한 한예종의 설립 취지와 통섭사업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주당 측 의원들이 현 정부의 한예종 지원 중단은 예술과 학문 탄압이라 반발했고, 경향신문 등에서는 지원중단을 강력히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U-AT 홈피, 수억원짜리 솔루션 개발, 결과는 개인 게시판 수준?

그러나 최근 다시 이 사업에 대한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008년 집행된 사업비가 30여 억 원인데 반해 드러난 그 결과물들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예종에서 공식적으로 발간한 ‘U-AT통섭교육사업 기본계획 2008’과 ‘2008 U-AT 통섭교육사업 최종보고서’ 및 해당 사업과 관련된 홈페이지를 찾아본 결과 몇 가지 의문점이 발견됐다.

그 중 손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결과물은 바로 AT 미디어 교육 Lab에서 만든 홈페이지(청소년영상창작워크숍: http://labs.knua.ac.kr/~youth/drupal/)와 연구결과 출판물(‘컴퓨터예술의 탄생’, 가와노 히로시 著, 진중권 譯著)이었다.

총 30여억원이 지원된 미래교육준비단은 9개의 Lab으로 예산을 분배하였다. 이중 AT 미디어교육 Lab의 연간 예산은 평균으로 볼 때 5억원 안팎의 수준으로 추측된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이 Lab의 성과물에는 예산에 걸맞게 교재와 DVD 제작, 최종보고 주제별 연구 2편, 자료집 1, 하드웨어 제작 1, 프로그래밍 1, 웹 솔루션 2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볼 수 있는 자료는 이 솔루션 사이트 하나에 불과했다. 이 조차도 도메인은 한예종의 서브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으며 게시물의 상당수는 동영상에 관한 단순한 이미지 모음으로 보인다.

참으로 허접한 수준의 청소년영상창작워크숍 사이트. 수억대가 든 프로젝트라곤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웹 전문가가 보고나서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수억원은 커녕 100만~200만원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사이트”라는 게 홈피를 확인한 웹전문가의 평가였다. 콘텐츠나 디자인이나 개인 블로그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학생을 쓰면 100만 안팎이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 홈페이지는 특히 고유 도메인이 없기 때문에 이 솔루션 자체를 찾기조차 어렵게 되어있고, 거창하게 “모든 예술 창작을 웹에서 자유롭게 하겠다”며 솔루션 개발을 계획한 것과는 달리, 현재 수준으로는 도저히 돈이 투입되었다고 상정할 수 없는, 개인 게시판 수준에 머물러있다.

또한 학생들이 이 사이트에 대한 문의를 할 때 한예종 측은 “사이트는 없다”는 답을 하고 있으며, 기초적인 동영상 편집 기능조차 안 되어있다. 한예종의 최종 보고서에는 이 사이트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 밝혀놓았지만, 인터넷 솔루션 전문 업체의 대표는 “이 사이트는 수작업으로 하루만 작업하면 만들 수 있는 수준”, “최소한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투브닷컴이나 판도라TV만 하더라도 수억원 대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부실하게 되었는지 의문”이란 의견을 밝혔다.

진중권의 출판 프로젝트는 예결산 보고서도 없어

연구결과에서 빠져있는 부분도 의문이다. 이번 미래교육준비단에 객원교수로 참여 수차례 일본을 다녀왔다고 밝힌 진중권씨는 ‘컴퓨터예술의 탄생’(출판사 휴머니스트)이라는 책을 한예종 미래교육준비단의 이름으로 발간했다. 공개된 책 소개는 다음과 같다.

진중권이 기획하는 뉴 미디어 아트 시리즈 명은 ‘UAT(Ubiquitous Art & Technology) 총서’이다. UAT 시리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래교육준비단에서 추진하는 출판 프로젝트로, 테크노아트의 이론과 실천을 인문학화 함으로써 예술과 기술과 인문학을 통합하려는 이론적 시도의 결과에 대한 결과물이다. UAT 시리즈는 엔지니어와 아티스트와 인문학도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새로운 통합적 텍스트를 생산함으로써,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예술과 기술과 인문학 사이의 이해와 통합을 지향한다.”

이 책은 2008년 5월, 즉 미래교육준비단의 사업이 한창일 때 출간되었으나, 사전 연구계획서에도 결산보고에서도 이 책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특히 이 책의 19페이지에서 진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책은 1992년과 1999년 이미 진중권 이름의 번역으로 출간했던 ‘예술, 기호, 정보’라는 책을 한예종의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내용이 필요하다고 판단, 원 저자와의 3차례 인터뷰를 통해 증보(增補)했다고 한다.

이 책에 관해 복수의 출판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원 저자인 가와노 히로시(川野洋) 교수(1925년 생)는 196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했던 원로 철학자로 원서인 ‘예술, 기호, 정보’는 일본에서 1982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했다. 일본 내에서는 그의 책이 너무 오래 전 것들이라 대부분 절판된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진중권씨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2008년 2월 16일, 2월 23일, 4월 5일 일본을 방문해 가와노 히로시 교수를 만났다’고 하자 ‘전화나 서면 인터뷰를 해도 될 것을 3차례나 일본에 방문한 사례, 그것도 자신이 번역한 책의 증보판을 내기 위해 그런 것은 처음 본다’며 놀랍다는 말까지 했다. 출판 비용에 대한 추정을 부탁하자 ‘이런 종류는 3000부를 기준으로 할 때 번역료 500만 원을 포함, 최대 2000만 원 가량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통섭학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만 이미 컴퓨터 예술이 급속히 산업화된 지금 시점에서 대체 왜 1982년도에 출판되고, 1992년도에 번역된 책을 2008년도에 공적 프로젝트로 재번역 했는지도 연구의 성과로서 비판받을 수 있다.

물론 비용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시작한 출판프로젝트가 애초에 예결산 자료 모두에서 빠져있다는 것.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직접 관리하는 사업이 아니라 잘 모르나, 어쨌든 분명한 것은 계획에 잡힌 사업은 진행해야 하며, 그 진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산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예결산에 없는 사업이 진행되었다면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해당 사업의 실무 책임자인 한예종의 심광현 교수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학 홈페이지에는 해당 교수 연구실의 전화번호를 공개하여 누구든 쉽게 통화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를 통해 심광현 교수에게 서면 질의를 메일로 보냈으나 1주일이 넘게 지난 아직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특히 한예종 측 관계자는 또한 최종보고서와 계획서 상에 표기된 전화번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현재도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AT Lab 홈페이지에도 담당자 연락처가 없어 더 이상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사업처럼 수십억 원이 사용된 국립대학의 사업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진행 사항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한예종의 사업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유일한 성과라 할 수 있는 웹창작 솔루션 사이트는 고유 도메인도 없이 감추어져 있었고, 현재로서는 부실 상태로 남아있다.

시중에서 한예종의 ‘통섭원’ 사업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적극적이고 투명한 해명이 없을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은 물론, 또 다른 ‘참여정부 실패사례’ 주장까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 교수의 반박>

한편, 통섭원 사업 당사자의 한 명인 진중권 교수는 19일 밤 <아우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상황을 잘 모른다. 별로 신경을 안쓴다... 30억원을 투입했으면 진행을 계속해야 한다. 하다 말면 (이미 투입된 30억원도) 다 날아가는 것이다...”라고 밝혀 확정된 예산 40억원 중에서 30억만 제공하고 10억원을 미지급한 부분에 대해 오히려 불만을 표시했다.

진 교수는 이어서 30억원의 지원예산의 사용에 대해서도 "연구원을 80여명이나 기용해 진행했고, 인건비만 해도 한달에 100~200만원씩 1년이면 얼마냐. 장비도 구입한 것이 그대로 남아있고, 그간 연구한 것이 무형의 자산으로 남아 있는데 낭비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9개의 연구영역 가운데 3~4개라도 살려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진 교수는 “연구비는 내 돈을 내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연구원들을 투입해서 나온 결과물이 겨우 그 정도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답이 없었다.

<국민의 세금을 유용 또는 횡령했는지, 허투루 사용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허술한 프로젝트를 승인한 공무원의 책임도 물어야>

학생의 제보에서 시작된 인미협과 아우어뉴스의 조사 내용은 당사자 중의 한명인 진중권 교수의 설명과 상충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투입된 비용만큼 결과물이 미흡하다면 당연히 갖가지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기대가 컷던 학생들은 불만과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설명을 잘 한다 해도 객관적으로는 결과물로 평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위를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확히 검증하면 된다. 인건비, 장비구입비, 진행비 등의 실경비 지출내역을 들여다 보고, 결과물의 유무형의 가치까지 산정해 투자금액과 비교해보면 된다.

제보내용과 실제 사업진행 상황, 결과물들에 대한 세부적이고 종합적인 검증이 있어야 양측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한 문화계 인사는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엄격하고 과학적인 검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며, 필요하면 검찰에 수사의뢰도 해야 한다. 실제로 그 많은 연구원들이 투입되었는지, 그 투입된 연구원들이 무슨 일을 하였는지, 국민의 세금이 유용되거나 횡령당한 사실은 없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도덕성을 앞세워 보수우파를 '수구꼴통'이라는 막말을 써가며 비판해왔던 진보의 중심인물이 말로만 '진보'였고 속으로는 부실 사업으로 국가예산을 축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스스로 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범규 기자, 이득수 기자 news@our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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