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4월 3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운동권 학맥’에 대해 한예종의 이동연 한국예술학과 교수가 4월 8일자에 ‘한예종에 대한 진실과 거짓말’이라는 반박 칼럼을 게재했다. 필자는 이교수가 동아일보에 반론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아일보 측에 이교수의 반론에 반드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첫째, 대중문화 이론가 이동연 교수의 채용과정과, 자신의 전문분야와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것.
둘째, 황지우, 심광현, 진중권 등이 한예종에서 맡고 있는 교육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전문성을 입증할 것.
셋째, 예술, 기술, 인문학을 결합시켰다는 30억대 통섭교육사업의 성과를 입증할 것.
위의 세 가지 사안이 필자가 한예종 측에 제기한 의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개된 이동연 교수의 반론칼럼에는 안타깝지만 필자가 요구한 세 가지 사안에 대한 해명이 전혀 없다. 이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본교 설치령 제2조는 예술교육과정에서 ‘예술실기 및 예술이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도록 정의해 예술이론 전공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설치령이 지정한 의무다. 설치령 위반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해당 학과의 교육 필요성과 목표에 의해 적법하게 임용된 황지우 총장과 심광현 교수, 필자에 대해 변 씨는 전공 실적과 경력 관계 사실을 예단한 결론에 맞춰 짜깁기했다. 임용 과정에 문제가 있는 듯 강변하는 것은 기고문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저의를 의심케 한다”
황지우, 심광현, 진중권, 이동연 등은 이론의 전문성도 없다
필자는 첫 칼럼에서 한예종 설치령 제3조 “예술영재교육과 체계적인 예술실기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의 양성을 위하여”를 근거로 예술실기에 대한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좌파 문화운동가들이 대거 입성했다고 비판했다. 사실 설치령 2조와 3조는 상호 충돌한다. 예술영재교육과 예술실기교육으로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데 예술이론이 무슨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한예종 설치령은 대통령령이므로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설치령 2조를 개정하여 예술이론을 제외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필자가 단지 예술이론가들이 절대 한예종에 들어와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게 아니었다. 필자는 황지우, 심광현, 이동연, 진중권 등의 바로 그 이론적 전문성 자체를 문제삼았다. 희곡을 쓰기도 전에 시인 황지우가 연극원 서사과 교수로 채용되고, 미학 전공자인 심광현이 영화 관련 논문을 쓰기 전에 영화과 교수로 채용되고, 러시아기호학으로 서울대 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독일 유학 실패 경험자인 진중권이 ‘현대사상의 지평’을 강의하고 대중문화이론 전공자 이동연이 국악과 전통무용을 중심으로 한 전통예술원 교수로 채용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동연 교수가 재직 중인 전통예술원 한국예술과 홈페이지에는 “전통음악, 무용, 연희 등 전통공연예술의 학문적 연구를 1차 교육목표로 삼는다”고 명기되어있다. 대체 이동연 교수가 전통공연예술의 학문적 연구를 한 게 뭐가 있냐는 것이다. 또한 이동연 교수는 통섭교육사업에 게임분야에 참여했는데 게임과 전통예술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도통 모르겠다. 이에 대해서 이동연 교수는 반론글에서도 해명하지 못했다.
애초에 한예종의 문제는 예술, 기술, 인문학을 결합시키겠다는 30억원짜리 통섭교육사업의 부실 문제로 불거졌다. 이동연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본교의 통섭교육사업은 인문학, 예술, 과학기술을 융합해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전문예술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교양과목 정도로 대체할 수 있다니 인식 수준이 의심스럽다. 더구나 예술 실기능력이 전무한, 좌파 문화운동가들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참여한 11명의 책임교수와 70여 명 연구원의 창의적인 주도성과 다양한 결과물을 생각할 때 너무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예종은 왜 30억대 통섭교육사업의 성과를 감추어놓는가
이미 필자는 한예종이 공식적으로 발간한 통섭교육사업 최종보고서를 입수하여 검토를 마쳤다. 5억원의 예산이 잡혀있었던 심광현 교수의 AT미디어랩의 웹창작솔루션사이트는 개인게시판 수준이고, ‘키노애니드라마’와 ‘씨네포엠’ 워크샵은 아마튜어들의 실습 수준이었다. 더구나 예술전문 교육기관인 한예종에서 반도체 기술과 전류역학 등을 가르치는 기괴한 워크샵도 있었다. 다시 질문하지만 예술실기도 모르고 과학기술은 더 모르는 황지우, 심광현, 이동연, 진중권 등이 통섭교육사업을 시행할 자격이 있냐는 말이다.
특히 한예종 측은 국민세금 30억이 투입된 공적 사업임에도 관련 홈페이지조차 제대로 개설하지 않고 철저히 사업결과를 숨겨놓고 있다. 특히 여타의 다른 대학과 달리 한예종은 교수 개개인의 연락처를 감추어놓고, 일체 전화 연결을 해주지 않고 있다. “11명의 책임교수와 70여명의 연구원의 창의적인 주도성과 다양한 결과물”이라는 이동연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이러한 성과를 더욱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 아닌가. 왜 자꾸 감추고 취재를 피하느냐는 말이다.
이동연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게임 관련 분야 하나에만 참여했다. 오히려 이 사업을 총괄 책임진 심광현 교수와 황지우 총장이 나서야 하고, 전공분야도 아닌 강의 하나 하고 무려 연봉 4천만원을 받은 진중권씨도 적극 해명해야 한다. 이에 대해 본지는 물론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소속의 다양한 언론사들이 보다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할 테니, 이교수는 물론 황총장과 심교수, 진중권씨 등도 취재에 응하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을 해주기 바란다. / 변희재
* 주간미디어워치 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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