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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를 웃긴 한겨레 최성진 기자

<MBC가 고발한 기자가 김재철 사장님께 드리는 편지>란 미디어스 기고글은 위선적인 야비한 글, 당당한 후속편을 기대한다.

지난 22일 CBS 라디오 방송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측에서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에게 던진 질문은 무릎을 탁 칠만큼 핵심을 찌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 문제, 보도 내용보다 도청 파문이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도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기소까지 되고 말았는데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그랬다. 한겨레의 최 기자는 결과적으로 보도취지를 살리지도 못하고 기소만 되고 말았을 뿐이다. 물론 본인은 ‘아니다’라고 정색하고 있다. 자신의 보도로 MBC 민영화 계획도 무산됐고, ‘정당하지 못한’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계획 발표도 취소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적으로 말해 MBC 민영화 계획이 무산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최 기자의 주장 내지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MBC 민영화 계획은 지난 1990년 노태우 정부 이후 매 정권마다 검토대상이 돼 왔다. 정치투쟁을 할 때는 공영방송, 이익을 위해서는 상업(민영)방송을 내세우며 필요할 때마다 유리한 지위를 골라 앞세웠던 노조와 같은 MBC 패권세력으로 인한 부작용이 근본적인 이유였다. MBC의 모호한 지배구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 기자의 보도 전이나 이후나 MBC를 둘러싼 정치논란은 전혀 바뀐 것이 없다. 민영화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 현재도 변함없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MBC의 민영화를 바라는 민심의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MBC 민영화 계획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들은 기득권과 철밥통 구조를 지켜야 하는 노조와 그 노조를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이들, 그들을 맹목적으로 지지·추종하는 이들 외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들이 아니라면 공영방송을 명분으로 지나친 보호와 간섭 아래에서 벗어나 정치적 시비 없이 오로지 방송경쟁력으로만 승부하겠다는 MBC 민영화를 누가 반대할 수 있단 말인가. MBC 민영화 계획은 최 기자의 보도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최 기자의 정수장학회 보도와 MBC 민영화 계획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최성진 기자의 정수장학회 보도, 공익적 보도보다 정치적 보도성격, 도청행위의 불법성과 최 기자의 정파성만 더 강조한 꼴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발표도 마찬가지다. 부산일보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MBC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방송법에 위배된다. 일간신문을 경영하는 법인은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주식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민주통합당 의원이 가장 먼저 제기한 바다. 정수장학회는 당연히 현행법 위반인 현재의 모순된 상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할 책임이 있고 그에 따라 MBC측과 주식매각에 관한 업무 협의를 해야만 한다. 최 기자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 업무 내용을 우연을 계기로 적극적 의사에 의한 불법 녹음을 시도했고 그것을 기사화했다.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여당의 대선 후보인 박근혜 당시 후보를 겨냥해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치공세의 주요 이슈로 삼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는 점이다.

정수장학회측이 이런 야당의 압력과 문제제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MBC측과 매각 논의를 한 것은 두고 일방적으로 해석하긴 힘들다. 최 기자가 보도한 대로 실현이 됐다고 가정한다 해도 그것이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정치적 이득만 줬으리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정치적 역풍이 불수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최 기자와 한겨레가 정수장학회와 MBC의 업무협의 내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정치적 효과에 대해 단정 지었고, 그에 따라 불법을 무릅쓰고 보도했다는 점이다. 그 의도야말로 최 기자의 주장대로 공익의 목적으로만 볼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오히려 특정정치세력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불법까지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가 MBC 주식을 매각해 장학금으로 쓰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것이 ‘정당하지 못한’ 매각이라고 보고 자신의 보도로 무산시켰다는 최 기자의 ‘도청행위’가 상당히 정치적인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는 최 기자의 불법도청 행위가 국민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 자신이 속한 진영의 시각이 우선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대선을 앞둔 정수장학회의 주식매각 행위에 대한 가치평가는 국민 개개인이 다 다를 수 있다. 어떤 국민은 최 기자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수장학회 보도가 오히려 최 기자의 정파성과 불법적인 도청 행위만 더 강조한 꼴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최 기자에게 CBS측이 “보도 내용보다 도청 파문이 더 커지고 말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도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기소까지 되고 말았다”고 건넨 질문은 너무나 탁월한 질문이었다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 목욕탕 거론 글은 최 기자의 야비하고 교활한 인격 엿보게 해

이제까지 서론이 너무 길었다. 필자가 이처럼 긴 서두를 쓰게 된 이유는 자신의 신념, 자신이 속한 진영의 신념이 곧 ‘공익’이라고 생각하는 아직 어린 최 기자의 미디어스 기고글 때문이다. 그 글은 비록 외눈박이 시각이지만 공익을 생각하는 정직한 기자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고발한 자를 어떻게든 망신부터 주겠다는 야비하고 교활한 인격을 드러내는 최악의 글이기 때문이다. MBC 측으로서는 자신들의 업무회의를 불법적으로 도청당한 것을 고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최 기자는 명백한 불법적 도청행위를 도청이 아니라고 딴 방송에 나가 억지를 쓸 게 아니라 적어도 김재철 사장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을 붙였다면, 자신이 왜 그런 불법적 행위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는지 논리적인 주장을 펼쳐야 했다. MBC측의 고발이 왜 부당한지, 자신의 행위가 불법보다 왜 공익적 측면이 더 큰지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최 기자는 그게 아니라 김재철 사장의 팬티 색깔이 궁금하지 않다면서 J씨를 거론했다.

김재철 사장을 MBC에서 쫓아내기 위해 노조와 야당이 줄기차게 각종 허위사실을 동원해 밀어붙였던 ‘불륜남 낙인찍기’란 야비한 방법을 최 기자가 또 꺼내든 것이다. 그것도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지만 공영방송 사장의 바지 속사정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라며 “김 사장님이 이른바 ‘제이(J)’씨 문제로 곤경에 처했을 때도 저는 마찬가지 태도를 취했습니다. 제이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불륜남’이기에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식의 논리에 동의하기 어려웠어요.” “김 사장이 불륜남이기에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부터 그런 주장에 반대하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마치 자신은 노조와 야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그러면서 자신은 김 사장이 방송 공공성을 훼손한 낙하산 사장이기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성진 기자 저질글 쓰지 말고 당당히 자신의 논리 펼쳐야

최 기자의 이 글은 대놓고 김 사장이 불륜남이라고 헛소리한 노조와 야당보다도 훨씬 더 더티하고 교활하다. 적어도 노조와 야당은 자신들의 주장이 헛소리일망정 주장의 근거를 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최 기자는 그런 그들을 한 차원 아래로 깔아보고 자신은 그들보다 더 고고한 차원의 문제제기를 하는 것처럼 위선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김 사장이 불륜남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치졸한 뉘앙스를 풍겼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당신의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당신의 편에서 싸우겠다". 최 기자는 마치 자신이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라도 되는 양 꼴깝을 떤 것이다. 그렇다고 최 기자가 방송 공공성을 김 사장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훼손했는지 구체적인 지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읊었을 뿐이다. 어떤 점이 김 사장의 공영성 훼손인지, 무엇이 부당한지 자신의 논리로 당당히 비판하는 게 기자로서 옳은 태도다. 과거 목욕탕에서 김 사장과 부딪혔던 당시 상황을 되새김질 하면서, 고상한 척 꼴깝을 떨어대는 그런 구질구질한 얘기들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앞으로 최 기자가 어떤 후속편의 글을 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은 꼭 지적하고 싶다. MBC 파업 사태와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해 의견은 다 다를 수 있다. 최 기자가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면에서는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부분을 당당하게 지적하고 비판하라는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그 점을 직접 비판하는 것이 기자로서 언론인으로서 당당한 것이지, 자신은 마치 안 그런 척 남들을 내리깔며 위선을 떨면서 실제론 아무런 타당한 근거도 논리도 제시하지 못하고 남들의 주장에 업혀가는 저질의 글쓰기는 비겁한 것이라는 점이다. 소위 진보진영을 위해서라도 상까지 받았다는 최 기자의 당당한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진보진영의 대표 기자 중 한 사람인 최 기자가 이런 저질 글이나 쓴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후속편에서는 좀 더 자신의 논리를 당당히 펼쳐주길 바란다. “김 사장이 불륜남이기에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부터 그런 주장에 반대하겠습니다.”라며 볼테르가 배꼽 잡을 개똥폼이나 잡지 말고 말이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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